제15화 버티기: 이 나이에 시작해서 어디다 써먹으려고

by 쿙그민

<두 번째 직업 찾기>에서는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 의미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그 목표 아래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일, 10년 후에도 발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일❜로 작은 단위로 목표를 구체화한 다음 <상담심리 공부하기>로 실천목표 수립까지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작은 단위의 목표를 이루는 작은 성공들도 경험했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의 성장은 항상 핑크빛은 아니었다.

열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순간, 아주 사소한 계기로 추진 동력을 상실하기도 한다.


이런 고민을 경험했던 선배맘들의 이야기를 <맘 카페>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시작은 거의 비슷하다.

Q: 제가 아는 사람이, 이 나이에 뭘 새로 배워보려고 하는데 심리학을 좀 해보면 어떨까요?

A: 그거 시작하면 돈도 많이 들고 힘들어요. 그거 이 나이에 공부해서 뭘 하겠어요.

라는 댓글이 반응이 가장 흔한 답변이었다.


❝심리학이라고???❞


❝심리학은 누구나 흥미 있어하고 재미있지, 돈은 얼마 못 버는데 돈은 엄청 많이 드는 게 심리학이야.❞

그렇게 온라인 상에서 입에 오르내리는 상담심리학은 ❝돈을 쏟아부으면서 서서히 망해간다❞는 분야였다.


진짜 어려움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주변에서 이런 결심과 용기에 대해 지지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엄마의 <두 번째 직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탐색과정을 통해 목표를 설정하는 단계, 또는 이미 진행하고 실행하고 있는 단계일지라도 주변의 이런 반응을 들으면 어느새 맥이 풀려버린다. 특히 아이들을 여전히 돌보면서 하기로 한 결심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과 집안일, 아이들을 위해 써야 하는 시간의 조율을 어떻게 해나가는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 있다.


흔들림이 바다의 파도처럼 끊임없이 몰려온다.

다가오는 파도의 주기와 그 크기를 짐작하기 어렵듯이 <두 번째 직업 찾기>의 실현 과정은 예측하기 어려운 혼란을 마주하며 다루 어가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되었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버티기>였다.


그때마다 흔들림을 바로잡고 단단한 뿌리를 내릴 수 있으려면 목표에 대한 재확인이 필요했다. 근원적으로 ❝내가 지금 이것을 왜 하고 있나?❞ 에 대해 지속적인 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 나이에 시작해서 어디다 써먹으려고❞라는 파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은 결국 마음속에 있었다.



어떠한 행동을 하도록 하는 동기와 그것을 실제로 수행하는 것의 관계는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사였다. 특히 학습자 심리 연구에 있어서 더욱 중요한 요인이었다.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시작하고 주변 사람들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가기 위한 버티기 전략을 목표지향성 이론 ¹에서 찾을 수 있었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목표, 그거 공부해서 어디다 써먹냐, 이 나이에 어떤 성과가 나겠냐 하는 것은 수행 목표에 해당한다. 즉, 눈으로 보이는 높은 점수와 기준에 도달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심리학과 교수들이 그렇게 많은데 이 나이에 공부해서 무엇하냐는 것은 상대적 가치에 해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숙달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했다. 내 마음을 알아가기 위해 심리학과 상담이론들을 공부하는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학습 목표로 삼은 과목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고 생활 속에서 적용해보는 것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을 기록하고 변화하고 발전하는 자신과 마주하는 것으로 조금 더 구체화하였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몰려드는 파도에도 꿋꿋하게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적어도 내가 싸워야 할 상대는 나 자신의 나태함과 조급함이었지, 다른 사람의 평가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 나이에 공부해서 어디다 써먹으려는 것도 아니었다. 심리학 분야에 저명한 교수님, 연구자가 되고자 했던 꿈을 꾼 것도 아니었다. 단지 내 마음을 알아가기 위해 공부를 하고자 했고 그 공부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 것이었다.

예전에는 그렇게 지겨웠던 공부였지만 하고 싶은 분야의 자료를 찾아보고 익힌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특히 학령기 시절의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엄마>는 꽤 매력있는 모습이었다. 학원에 데려다주고 그 앞 카페에 앉아 한참 시험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고 딸아이의 친구는 "정말 멋지세요!"라고 이야기 해주었고, 내 아이 입가에 슬며시 번지는 미소를 분명히 보았다.

그리고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추락했던 자존감이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심리학과 만나면서 내가 몰랐던 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춘기로 고군분투 중인 두 아이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과정에서 느끼는 크고 작은 기쁨들은 흔들림 속에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틈새 심리학>

드웩의 목표지향성 이론 ¹ 에서는 학생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학습의 상황에서 각기 다른 목표를 세우는 것에 관심을 두고 그 차이를 숙달 목표와 수행 목표로 구분하여 제시하였습니다. 숙달 목표는 학습 과정 그 자체를 중요시 여기는 목표라면 수행 목표는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성과 중심의 목표를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과정 중심과 결과 중심의 수행이라 할 수 있겠죠. 이때 중요시 여기는 가치는 숙달 목표에서는 노력과 학습의 즐거움이라면 수행 목표에서는 우수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족의 근거는 숙달 목표에서는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하는 것이라면 수행 목표에서는 타인보다 잘하는 것으로 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바탕으로 학교 교육에서도 과정 중심 평가로 숙달 목표 지향성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사진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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