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시간
새로운 깨달음.
"일기를 쓰겠다더니 아직도 열심히 쓰고 있어요?"
남편이 물었다.
남편은 15년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쓰고 있다. 군대에서도 성실하게 일기를 썼는데, 밤에 몰래 불을 켜놓고 일기를 쓰다가 혼나기도 하고, 일기를 열심히 썼다고 포상휴가도 받았다고 한다. (이런 모순덩어리 집단이라니.) 아무튼, 그의 특별한 면모는 일기에서 보여진다.
그의 루틴에 자극받아 나도 한 번은 일기를, 매일은 아니어도 꾸준히 써보려고 일기장을 마련한 적이 있었다. 한 2주 정도 썼나, 금세 일기장의 존재를 까먹고 말았다.
"아뇨, 내 삶은 하루 단위로 끊어지지가 않더라구."
해맑은 미소로 대답했다. 불쑥 튀어나온 말이었지만 그 말이 맞았다. 내 삶의 고민들은 인간이 편의를 위해 나눈 하루 단위의 시간을 벗어나 큰 흐름으로 이어진다. 어제 했던 고민이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어쩌면 몇 달을, 몇 년을 같은 고민을 바탕으로 관찰하고 경험하고 공부한다. 잠을 자는 것은 어지럽고 긴 삶을 살아가기 위한 휴식이고, 루틴을 만들어놓은 것은 그냥 내버려 두면 너무 혼란스러운 내 삶에 나름의 질서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일기를 쓰는 때는 이렇게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거나, 새로운 고민이 떠올랐다거나 하는 때였다. 브런치 관찰일기라도 꾸준히 써보려고 연재를 약속해 두고도, 일주일에 한 번 약속조차 지키기 힘들어 아무것도 안 쓴 날이 허다했다.
나의 방식은 무엇일까? 나는 연재 글쓰기에 약하다. 글감이 떠오르기가 참 불규칙하다. 타인과의 정기적인 약속을 잡기보다는 나의 장기적인 목표를 정해놓는 것이 더 수월하다.
명확한 목표를 보고 있자면 느리건 빠르건 아무튼 그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일기 자체는 내 목표가 아니다. 일기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가 중요하다. 글쓰기도 같다. 글을 쓰면서 내 생각을 어떻게 정리하고, 타인에게 전달할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깨달음을 글로 남길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매일의 루틴을 통해 동기를 부여받고 자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목표를 보며 동기를 부여받고 꾸준히 뭐라도 하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가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하는 것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
나는 남편을 통해 나를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