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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im Jan 31. 2023

데이터 읽을 줄 모르는 기획자

좌충우돌 데이터 공부 여정

업무 중 깨달은 데이터 공부 필요성

'이젠 진짜, 데이터를 공부해야겠다!' 마음먹은 계기는 이랬다. 작년 10월부터 서비스의 내년도 과제를 도출하는 업무에 참여했다. 모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려면 서비스 지표에서 논리적 근거를 찾아야 했다. Google Analytics를 뒤져가며 페이지별 주요 지표, 유저 이동 경로를 살펴봤다.



이때,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1) 정확한 사용자 집계가 어려움

사내 직원 대상의 서비스라서 유저를 직무/연차 등 그룹군으로 나누어 분석해야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룹군 나누기에 앞서, GA 환경에 user-ID 세팅이 되어 있지 않아 쿠키 기반의 지표만 확인할 수 있었다. 즉, 페이지별 실제 사용자수를 정확하게 집계하기 어려웠다.


2) 사이트 분석에 한계가 있는 GA

GA에서 페이지별 주요 지표(PV,순PV,체류시간,이전/다음 경로 등)만으로 심층적인 유저 분석이 어려웠다. 실제로 궁금한 것은 유저의 Viewing 정보가 아닌, Action에 대한 정보였다. 각 페이지에서 스크롤을 몇% 하는지, 어떤 요소를 클릭해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는지 등이다. 유저 액션 데이터를 얻기 위해선 별도로 태그 매니저를 통해 이벤트 추적을 해야 한다. 이벤트 추적환경이 세팅된 상황은 아니었던지라 궁금한 데이터를 알아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분석 업무를 통해 느낀 점

지표를 분석하기 이전에 어떤 데이터를 수집할지 결정할 때도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나는 데이터를 읽을 줄 모르는 기획자구나, 낙담했다. 3년 전쯤 취업준비를 하면서 그로스해킹 강의도 듣고 재작년엔 나름 데이터 공부를 하겠다며 자격증도 하나 땄다. 그렇게 겉으로 익힌 지식과 경험으로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지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평소 조직에서 Data-driven 의사결정을 할 일이 없었다는 변명을 붙여보아도, 시대가 요하는 격랑에 미치지 못하는 기획자 같아 부끄러웠다. 데이터를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어떻게 했다면 서비스의 현황을 더 잘 파악하고, 더 뾰족한 개선점을 도출할 수 있었을까? 업무를 아쉽게 마무리한 후, 책을 읽고 세미나를 듣는 등 데이터 입문 공부를 시작했다. 또 우연한 계기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모두가 (10년 전쯤부터) 외치는 시대, 이제야 그 필요성을 깨닫고 배운 점을 정리해 본다.




'데이터 문해력'을 읽고, 독서모임에서 업무 경험을 나누다

업무 때 나의 접근 방식과 책에서 정의한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업무에서 나의 접근 방식 : 현황 파악 (지표) - 문제정의 - 해결방안
책에서 정의한 접근 방식 : 문제정의 - 현황 파악 (지표) - 원인 파악 - 해결방안

즉, 지표를 살피기 이전에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정의하는 단계가 우선되어야 한다.


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통해 현업에서 발생한 여러 상황에 대한 경험을 나누었다. 메인 주제는 '뭣이 문제인데?'였다. 결국,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데에 모든 참여자들이 동의했다.


문제를 정의할 때 중요한 점이 있다. 원인이 문제에 포함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브런치의 홈 UI 때문에 홈에서의 이탈률이 높다'를 문제로 잡으면, 벌써 데이터를 살펴보기도 전에 원인(홈 UI)을 정해버린 것이다.


'브런치 홈에서의 이탈률이 높다'라고 문제 정의를 해도 안된다. 이탈률이 얼마나 높아야 높아서 문제라고 할 수 있을지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필요한 것이 비교군이다. 예를 들어 '작년 한 해 동안 월별 홈 이탈률이 점점 증가했다'라고 정의한다면, 작년 월별 이탈률 추이를 살펴봄으로써 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할 실마리가 생긴다.



'데이터 문해력' 한 줄 요약

현상을 포착하여 목적/문제를 정의하는 게 우선이다! 데이터를 뜯어보는 단계는 그 다음 일.




데이터리안 세미나

앞선 독서모임에서 만난 크루 중 한 명이 작년 12월 데이터리안 세미나를 추천해 줬다. 데이터 + 사이드 프로젝트에 관한 세미나였는데, 마침 사이드 프로젝트 팀 빌딩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킥오프 단계에 진입했던 터라 큰 도움이 됐다.



세션1) 사이드 프로젝트로 데이터 분석하고, 취업하기

사이드 프로젝트 경험을 기반으로 데이터 분석가로 취업할 수 있었다는 최승아님의 세션. GA, 태그매니저 세팅을 하면서 삽질했던 과정을 소개했는데, 현실적이었다. GA, 태그매니저 세팅 시 실패 과정을 통해 점점 트랙킹 환경에 익숙해졌다는 승아님. 동생과 시작한 작은 스펙의 프로젝트였지만 기획-디자인-개발-배포-운영-데이터 분석의 단계를 논리적인 업무 프로세스로 진행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사이드 프로젝트 진행 시 어디에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시각화해야 하는지 실무적인 관점을 배울 수 있어 도움이 됐다.



세션2) 퍼블릭 스피킹으로 성장하자

카카오 추천팀 엔지니어 최규민님의 세션. 관종력의 힘으로 프로젝트를 외부에 공개하며 실력을 키워보자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블로그/외부 발표 등 외부에 프로젝트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빈 부분을 찾게 된다고 한다. 그 빈 부분을 메꾸며 논리적 사고, 분석력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 또 '관종력', '허영심'은 사람으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한다. 누군가가 좋아요를 많이 누르고 더 많이 조회해 줄 글을 쓰면서 실력이 늘게 된다고. 그러기 위해서 외부 공유자료에는 narrative가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Next Level, 사이드 프로젝트

친한 개발자와 팀빌딩을 시작해 작년 12월부터 웹개발 사이드 프로젝트 진행 중이다. 앞서 책과 세미나를 통해 배운 내용을 적용해보고 싶다.

1) 트래킹 환경 세팅

GA세팅은 전에 해본 적은 있지만, 다 까먹었고.. 이번 기회에 세팅하고 어떤 지표 위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지 공부할 계획이다. 태그매니저 세팅도 공부하고 적용하려 한다.

2) 빅쿼리 연동

데이터를 뷰잉하는 단계를 넘어서 쿼리 짜보는걸 해보려 한다. GA에서의 단순 조회로 내가 원하는 조건을 걸어 보려면 귀찮다는 단점이 있다. 조건을 자유롭게 설정하기도 어렵고. SQL 쿼리 짜는 건 이전에 살짝 공부했었는데, 다시 줍줍해서 시작해보려 한다.

3) 목적/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기

서비스가 풀려고 하는 문제와 목적을 초반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판단하는 기준을 3개월로 잡았다. Live 오픈 후 3개월 간 운영을 해보고 정의한 전환율/가입자수 등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유저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는지 점검하려고 한다. 점검을 통해 서비스 운영을 더 이어나갈지 결정할 예정이다.


+추가로, PM 역할에 충실하기

의견을 조율하고 일정을 관리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서로 다른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때 의견을 존중하면서 조율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그치만 어렵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주어진 기획 범위의 업무만 수행하면 됐던지라 이번 사이드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모르는 지식이 산더미라는 걸 깨달았다. 프론트엔드 이슈는 수월하게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는 반면, 백엔드 이슈를 이해하는 지식이 부족하다. 데이터 공부를 하면서 함께 보완해야 하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론 사이드 프로젝트 장려글이 된 것 같다. 데이터 문해력 독서모임 당시 참여자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데이터를 공부하려면 본인이 몰입할 수 있는 진짜 데이터가 필요하다. 목업 데이터로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실질적인 몰입이 어렵기 때문에 분석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다. 데린이들의 변명같지만, 그래도 이 이야기를 나누고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실제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면 되겠다는 결론을 얻었으니 됐다. 팀 이름은 10MM로, '십만명이 쓰는 서비스를 만들자!'를 의미한다.ㅎㅎ 팀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 디스콰이엇에 자세히 업로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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