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았지만 결국에는 들이닥친 일

우리 가족의 코로나 확진 이야기

by 고요

작년, 등교 수업에서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어느 날의 일이다. 첫째 아이는 집 안에서 혼자 하는 줌 수업임에도 아이는 마스크를 찾느라 바빴다. "마스크 안 쓰고 수업하면 되잖아. 왜?" 하고 묻자 아이가 말한다. "마스크 안 쓴 모습을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어서 부끄러워." 그러더니, 굳이 굳이 마스크를 끼고는 줌 수업을 참여했다. 궁금하여 슬그머니 엿본 학급 아이들 중 반 이상이 집 안이지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유치원 졸업식도 초등학교 입학 시도 없이 제대로 된 수업을 받지 못하고 지나간 지난 시간들, 제대로 누리지 못한 학습권보다도 아이가 피부처럼 여기는 이 마스크가 자꾸 나의 마음에 가시로 박힌다. 마스크를 벗으면 발가벗은 기분이 느껴지는 것 같다는 첫째 아이의 말이 아프다. 친구들 얼굴 한번 제대로 못 본채 오롯이 눈빛으로만 표정을 읽어야 했던 새로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모든 것들을 반납한 채, 마스크를 피부처럼 여기며 강박같이 손을 씻으며 최소한의 포옹과 최소한의 만남으로 세상을 접한다.


끝이 보이는가 싶더니, 곧 오미크론으로 온 나라가 코로나에 뒤덮였다. 이제는 걸리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 장댓비 사이에서 비를 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동안 극도로 유난을 떨며 조심해 온 3년의 시간이 우습게 오미크론은 한순간에 우리 집을 덮쳤다. 둘째 아이의 유치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었다. 둘째 아이는 정말이지 마스크를 벗으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열심히 쓰는 아이였는데.... 그래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매일을 살폈다. 그러나, 유치원 아이들의 특성상 함께 가지고 노는 놀잇감이 정해져 있고 같이 갖고 노는 환경 속에서 결국 장댓비를 피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겪는 신체적인 아픔보다 아이들이 받은 정신적인 충격이 마음을 찔렀다. '확진자'라는 말이 주는 어감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그 말이 찍힌 낙인이 얼마나 깊고 끔찍한지 체감할 수 있었다. 이미 오미크론으로 너 나할 것 없이 번지는 시점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코로나 초기의 확진자의 의미와 거의 대등하게 다가왔을 터! 그 시절 확진자들은 정말 엄청난 마음의 고통을 받았겠구나 그동안 짐작만 하던 것들이 실체가 생겨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다.


둘째 아이의 유치원 발 코로나는 둘째에게는 고열, 구토, 두통을 주고 만 하루 만에 큰 증상이 마무리되었다. 다행히 해열제가 잘 들어 열이 남에도 큰 걱정 없이 넘길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첫째 아이의 증상은 달랐다. 해열제를 아무리 교차 복용하여도 4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과 싸우는 아이는 급기야 호흡곤란을 호소하였고, 아이가 내뱉는 힘겨운 숨 조각에 마음이 바스러지며 간절히 이겨내기를 바라고 바랬다. 위급상황이 발생 시, 어떤 대처를 해야 하는지 머릿속은 늘 분주하였고, 아이의 열이 무사히 내리기만을 애타게 바라는 마음에 가슴은 늘 울렁였다.


다행히, 아이들은 큰 위급상황 없이 넘어갔다. 자연 면역력으로 열을 만 하루 만에 이겨내고 그 뒤로 쌩쌩하고 즐거운 자가격리의 시간들이 이어졌다. 아이들이 한참 증상이 발현될 때, 열 간호와 보초를 선 나는 둘째 아이의 자가격리 해제 이틀 전 날 결국 옮고 말았지만 다행히 신랑은 살아남았다.


아이들의 증상이 전부 사라지고 즐겁고 조금은 지겨운 시간들이 이어질 무렵, 나는 격리되었다. 혼자 살아남은 신랑이 아이들을 챙기며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말 없이 묵묵하게 자신의 할 일을 해주는 신랑의 모습에서 감사함과 든든함 그리고 존경이 올라왔다. 내가 격리가 풀려 다시 만나게 되면, 꼭 작은 휴가를 선물해주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신랑이 선사하는 돌봄을 뒤로한 채, 미안한 마음과 어쩔 수 없는 마음을 안고, 나는 혼자 방에 격리되었다. 아이를 낳고 단 한 번도 제대로 가져보지 못한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안방 안에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해도 되는 이 시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낯선, 갑자기 주어진 시간! 나는 아프면 안 됐다. 이 시간을 누려야 하는데.... 아프면 아쉬운데.... 이런 이기적인 마음으로 콜록이며 약을 먹어가며 미열을 눌러가며 약으로 눌러가며 피곤과 싸워가며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찾았다.


마음속에 둥둥 떠다니던 상상 속의 세계를 꺼내보고, 살아있는 옷을 입혀 무형의 상상 속 이야기를 유형의 것으로 조금씩 옮겨오고 처음으로 제대로 된 나만의 시간을 누려보았다. 물론, 증상으로 인하여 몸의 상태가 좋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아이들은 한동안 미디어에 무한 노출이 되었고 규칙 없는 생활 속에 한없이 늘어지는 진귀한 경험을 하였다. 뭐 어떠한가. 살면서 이런 일 쯤은 한 번 있어야 제 맛이지. 지금 이런 상황에서 루틴을 운운하며 아이들을 인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여러모로 마음을 다 내려놓은 채 이 시기는 흘러간다. 누구도 원치 않았지만 결국에는 들이닥친 일들이 꼭 우리의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누구도 원치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늘어지고 그동안 못해본 미디어에도 노출되며 쉬며 놀며 하듯, 처음으로 나만의 시간을 가진 나에게도 마음껏 주어진 시간의 바다 안에서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게 몸을 누이며 유영을 해본다. 혼자 고군분투하며 살림과 돌봄을 해주는 신랑에 대한 미안함을 잠시 내려놓고, 모든 것이 끝나면 그에게도 마음껏 유영할 바다와 자유를 선물해주어야지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흘러가다 보면 언젠가는 어딘가에 도달하겠지.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즐겁게 유영한 기억들은 남겠지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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