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 모두 떠난 아침 시간, 사람이 없는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한참 온 마음을 다하여 운동을 하고 사자 같은 머리를 해서 기분 좋게 매일을 시작한다. 아이들이 긴긴 방학을 끊고 각기 학교와 유치원으로 갈 곳이 생겼다는 것이 주는 엄청나게 큰 자유를 온몸으로 누린다. 비록, 아이들의 작은 코를 매일같이 쑤셔대며 자가진단을 해야 하고 음성을 확인하여 사진을 찍고 보고를 하면서까지 학교에 다는 것이 미안하지만, 그로 인하여 나의 시간이 생겼다는 것이 너무 기뻐서 어떻게든 지금 시기에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외쳐본다.
그렇다. 나는 매일같이 새로운 해가 뜨고 새로운 하루가 펼쳐진다는 기적을 살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아 거지 같다며 징징거려도 결국 밤이 지나면 새로운 태양이 뜬다. 블라인드를 확 걷어재칠 때 들어오는 채광은 매일매일이 다르다. 그렇게 비슷한 듯 매일 다른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오전이 유독 흐렸다가 지금 시간쯤 되니 빛이 한가득 쏟아진다. 여전히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사람을 마음껏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어제의 하루와는 다른 오늘의 하루가 늘 존재한다는 것에 매일 같이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하루를 활기차게 뛰며 시작한 날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현관문을 여니, 미쳐 못 버린 음식물 쓰레기의 냄새가 코 안에 은은히 밴다. 어질러진 온갖 물건들과 설거지 통 한가득 찬 오늘 아침 식사의 흔적이 눈에 딱 들어온다. 때마침 세탁기는 자신의 본분을 다 했다며 "띠리 리리" 울려된다. 장을 봐야 하는데, 장 보는 시간이 아까워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발걸음을 재촉했던 그 마음이 잠시 흔들린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모습, 이 소리, 이 냄새는 잠시 모르는 것으로 한다.
눈 딱. 감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제부터 주변은 안 보이는 거로! 깜깜한 밤 헤드라이트는 오로지 여기에만 켜져 있는 거로. 설거지통 가득 쌓인 설거짓감도, 빨래도, 청소도 모두 잠시 보이지 않는 거로 최면을 건다. '살림을 못한다'는 열등감은 '살림을 안 한다'는 자유의지가 된다. 이제 나의 헤드라이트는 오롯이 여기다. 다른 곳은 안보인다. 아니, 나는 다른 곳을 보지 않는다.
집안일은 애들 오면 시작하는 거로! 청소는 신랑 오면 생색내는 거로! 나도 살고 보자. 엄마 사람도 하고 싶은 일 좀 하고 살자며 이제 핸드폰 저 멀리 치운다. 오늘 받은 하루치의 운동과 땀으로 내가 원하는 일들을 먼저 하는 우선순위 점령에 성공한 뿌듯한 몇 안 되는 날 중 하나인 오늘을 기억하며 오늘을 쓴다.
개판이지만 치울 시간 따위는 없다. 곧, 하교다. 일단 쓸 공간만 있음 되었다. 헤드라이트는 딱 이곳 뿐, 아래의 사진은 암흑으로 잠시 넣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