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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운 Aug 10. 2021

90년생 이야기

제주도로 도망간 백수,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



마라도&가파도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첫 배가 무사히 출항한 것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했고, 날씨도 미리 확인 완료. 마라도와 가파도 일정 시작!


  처음 허탕 쳤을 때는 주차장에 차가 거의 없었는데 오늘은 주차장이 모자라 임시주차장까지 기다려야 할 지경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날씨가 좋아지고 나서 마라도, 가파도를 노리고 있었나 보다. 임시 주차장에 겨우 주차를 하고 표를 끊으러 들어간 실내에도 사람이 바글바글.


 제주도에 놀러 온 사람들이 여기 다 모인 것 같다. 사람은 많았지만 그래도 표 끊어주는 직원분들이 많이 계셔서 그렇게 오래 기다리진 않았다.


간다요~~~



 마라도 가파도 두 곳을 전부 가면 티켓 할인도 받을 수 있고, 배 시간도 크게 엇갈리지 않아 관광객 대부분 두 곳 모두 가는 듯했다.


 배 시간이 다되어 마라도행 여객선 선착장 앞에 줄을 섰다. 신분증과 표 검수 후 처음 타보는 마라도행 여객선! 실내 객실은 답답할 것 같아 밖으로 나와 자리를 잡았다.


 

바깥 자리 찜!


 바깥 자리는 많지 않아 금세 자리가 꽉 찼다. 곁에 앉은 사람 구경, 바로 앞에 보이는 파란 하늘과 파도를 보며 노래 몇 곡을 듣다 보니 마라도가 보인다. 첫 배를 타고 왔던 사람들이 다시 나가기 위해 줄을 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착장에 도착해서 처음 발을 내디딘 마라도의 첫 느낌은 고요하다? 크지 않은 섬이지만 선착장을 벗어나니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 한산한 느낌을 주었다.


마라도 첫 느낌



 천천히 길을 따라 걸어갔다. 많이 알아보고 오진 않아서 마라도 하면 생각나는 짜장면? 정도만 생각하고 왔는데,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확 트인 시야에 들어오는 하늘과 바다만으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걸어가다 보니 하나둘씩 짜장면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디서 먹어야 할지 구글 지도로 찾아보며 걸어가고 있는데 앞에 입간판이 하나 보였다.


 무 한 도 전!???

 

 이건 못 참지, 형돈이 형의 절규를 실시간 라이브로 본 나는 정신을 차려보니 형돈이 형의 원혼(?)에 씐 듯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참아...!?



 안에는 유재석 자리라는 표시가 되어있는 곳에서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고 있는 한 가족이 있었다. 누간가가 앉아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나는 안쪽에 있는 구석자리로 갔는데 그곳에 형돈이 형의 자리가 있었다. 그의 상실감... 분노... 를 느끼며 짜장면을 맛보고 싶어 져 그 자리로 자리를 잡았다.


나만 있었던 구석자리




 영업 시작하자마자 와서 그런지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짜장면 한 그릇이 나오기까지 30분 가까이 걸렸다. 마라도에 와서 짜장면을 먹게 되다니...


 고춧가루를 팍팍 뿌린 짜장면을 섞고 음미한다. 음.... 응...?


 맛이 왜 이래...?


눈으로만 즐겨주세요

 


 진짜 냉정하게 말해서 내가 먹어본 짜장면 중에 제일 맛이 없었다. 동네에 있는 진짜 제일 맛없는 짜장면 집 보다 더 맛없는 맛이랄까...?


 관광객들 상대하는 곳이니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제일 오래됐다는 원조 자장면 집 맛이 이 정도 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돈도 아깝지만 시간이 더 아까웠다.


 대충 먹고 계산하고 나오니 밖에 있는 사람들이 바깥 자리를 꽉 채웠다. 모두 나처럼 저 무한도전 입간판을 보고 온 거겠지....


 역시 다른 사람들 표정도 모두 좋지 않다. (힝~ 속았지~?) 그래도 뭐 언제 마라도에 와서 짜장면을 먹어 보겠어~라는 마음으로 짜장면집을 뒤로하고 걷기 시작했다.


 작은 섬이라 둘러보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들판에 있는 야생화와 이제는 사람 한 명 없는 작은 초등학교를 제외하고는 바다와 하늘 들판에 핀 꽃들이 전부인 그런 곳


 그렇다고 볼거리가 아예 없어 실망할 정도는 아니고 시간이 남으면 한 번쯤 와볼 만한 정도?


  짧은 여정을 끝내고 다시 운진항으로 돌아오니 가파도로 가는 배는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다. (마라도에서 바로 가파도로 가는 배는 없음.)


 차에서 쉬면서 가파도에 대해 찾아보니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었지만 청보리 축제로 최근 핫 해진 곳이었다.


 이번에도 배 시간이 다되어 줄을 섰는데 알고 보니 마라도행 배였다. 다행히 티켓 검사하시는 분이 가파도는 다음 배라고 말씀해 주셔서 무사히 가파도로 갈 수 있었다. (마라도 하루 두 번 갈 뻔...)


 가파도는 청보리 축제 때문인지 마라도 보다 더 잘 꾸며져 있고 볼 것도 많았다. 우선 구경하기 전에 청보리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주변 탐색을 시작한다.


뻥튀기는 서비스~


 가파도는 벽화마을과 청보리 밭이 있는 중앙에 사람이 밀집되어 있고 바깥쪽 코스는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나는 시간이 많기에 바깥쪽부터 한 바퀴 돌고 중앙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바깥쪽 풍경은 마라도랑 큰 차이가 없어 감흥이 좀 덜했다. (날씨가 너무 더운 것도 한 몫했다.)


 한 바퀴 다 돌고 청보리 밭이 있는 가파도 중심으로 가고 있는데 앞에서 같이 온 아줌마와 아저씨가 싸우고 있었다.


 아저씨는 이제 거의 다 왔다고 돌아서 가자고 하는데 아줌마는 뭐가 심술 난 건지 내려서 반대쪽으로 걸아갔다. 아저씨는 따라가지 않고 한숨을 쉰 후 쓰러져 있던 자전거를 끌고 직진... (뒷감당 어떻게 하시려고....)


 난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며 도착한 벽화마을엔 입구부터 고양이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이리 오라옹~


 혼자 다니는 고양이, 떼로 몰려다니는 고양이, 도망 다니는 고양이... 고양이 천국이다.


 고양이들의 골골송을 들으며 돌아다니다 청보리 밭에 도착했다. 축제는 코로나 때문에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일부 사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조금 있어 사진들이 사진을 많이 찍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 많이 다니는데 마스크 내리고 찍는 건 좀.. 보기 그랬다.)


 보리밭에서 조금 걸어가니 사진 찍기 좋은 곳이 있어 개를 데리고 혼자 오신 분에게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핸드폰을 건넸다.


 뒤에 배경이 나오게 앉아서 사진을 찍는데 찍어주시는 분이 데려온 개가 목줄을 꼬고 난리를 치면서 사진을 못 찍게 방해해서 서로 민망...


 그러다 겨우 사진 몇 장 찍어주셨는데, 그래도 하나는 잘 나온 거 같다.


 사진 찍고 선착장 가는 길에 있는 카페에서 청보리 미숫가루 한 잔을 마셔주면서 배 시간을 기다린다.


청보리 미숫가루


 섬 두 곳이나 돌아다니니 체력이 방전돼서 이제 더 서있을 힘이 없다. 카페는 꽤 유명한 곳인지 찾는 사람이 많았는데 대부분 나와 같은 메뉴를 시켰다.


 달콤 쌉싸름한 보리향과 미숫가루의 조합이... 모두에게 통하는 모양이다.


 멀리서 기다리던 배가 오는 게 보인다.


 오늘 일정은 여기까지... 빨리 가서 밥이나 먹어야겠다.








뽈살 집


 


 서귀포 시내에서 제일 유명한 특수부위를 파는 고깃집이다. 오후 다섯 시 전에 갔는데 빈자리가 없어 옆에 있는 별관으로 안내받았다.


 고기도 주문받고 그 자리에서 직접 썰어서 나가는 시스템이라 그런지 나오는 시간도 조금 걸렸지만 고기가 나오자마자 바로 탄성을 자아냈다.


고기에 핀 꽃


  바로 고기를 굽고 한라산 한 병을 주문한다. 넓은 4인 상에서 나 혼자 같이 나오는 김치찌개와 계란찜까지 혼자 배 터지게 먹는다.


 개인적으로 제주에서 가본 고기 집중 제일 괜찮았다.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고 질릴만하면 다른 부위를 구워 소주와 함께 먹는 고기 맛은 눈물이 날만큼 맛있었다. 흐어엉


 너무 만족스러운 하루의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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