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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w Dec 30. 2022

빵을 위한 블루베리 사과잼

나를 위한 작지만 깊은 즐거움

*2021.04.04


젤라틴으로 묽기를 잡고

과육 보다 설탕이 많은

그런 잼이 싫었다


돈 주고 사도 허접하다면

차라리 만들어 먹는다


사과 블루베리 조합

만들어 놓고 보면

이만한 잼도 없다


공장 출신 잼들에 비하면

고급진 향에

럭셔리한 맛이 난다


사과 껍질을 벗겨야

식감이 좋겠지만

되도록 음식쓰레기를

만들지 말자는 주의이므로

껍질째 만든다 (하지만 벗겨야 부드럽다)


믹서기에 부드럽게 갈아

끓여도 좋겠지만

손이 많이 가면

노동 원가가 더 들지도 모른다


외국산을 먹을 바엔

미국산이 그래도 낫지 싶고

끓여 낼 것이니

굳이 생과일은 필요치 않다



순간의 욕심으로

대량생산만 하지 않는다면

이 정도는 노동력 대비

꽤 만족스러운 핸드메이드다


보관성을 위해

설탕을 많이 넣을 필요도

주먹이 들어가는 병을

열탕 소독 할 일도

일 년 치를 만드느라 진을 뺄 것도

냉장고가 커야 할 필요도 없다


사과 1개

냉동 블루베리 1 공기

설탕 1 공기


끓이기만 하면 끝

농도를 모르겠다면

중간에 한 수저 식혀 본다


쨈을 만들어 병에 넣지 않는다

유리 반찬통이 훨씬 편하니까


생각과 습관을 바꾸고

편한 살림을 살아간다


먹을 만큼만

맛있고 쉽게


그건 사실 진짜 쉬운 것이기도 했다



미니멀라이프로

부엌 노동을 최소화하면서

식빵을 사 먹기도 했었다

푹신푹신 하지만

어딘가 아쉬운 맛


다시 집빵을 구워 보니

소금의 양이 문제였던 것 같다

사 먹는 빵이

매우 짜다는 것도 알게 된다

밍밍하면 팔리지 않는 것이다

먹음직스러워야 하니

태우듯 색도 진하게 구워야 한다


잡아 늘려

길게도 만들어 보고


두 줄씩 넣다가

칼집에 욕심도 부려 보고

세 줄 보단 두 줄이 모양새가

보기 좋더라...

하고 알게 되는 것


그게 집 빵의 매력이고 재미다


시간의 결과물

내가 만드는 가치를

좋아하고 아끼게 되면

그것은 기쁨이 되기도 한다


상업적 식품들을 떠나선

살기 힘들어진 세상에


이만큼이라도

자급자족 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내 손으로 언제든

먹을 빵을 만든다


열흘에 한 번

규칙적으로 구워 두니

빵만큼은

자급자족이 정착되었다



조용한 하루의 마감

뜨거운 빵이 천천히 식어 간다


사춘기 같은 갱년기일까


아무런 발전도 없고

때로는 우울한가 싶다가

무료하기도 하고

변덕스럽게 재미없기도 하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나에겐 무엇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며 살고 있다



여름 비 같던 간밤의 봄비가

몰래 꽃잎을 드려 놓은 것처럼

기대하던 즐거움을 찾게 되는

오늘 같은 날엔


언제 그랬냐며

인생 별거 있냐는 그런 흔한 말처럼

평범한 하루에 감사하게 되는가 보다


갑자기 좀 뜬금없지만

우울한 사람은 빵을 구워 보세요

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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