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만난 인연
양곤에서의 둘째날, 보더따웅 파고다를 찾아갔다.
여행을 준비하며 미얀마의 독특한 요일체계에 관해 읽은 적이 있는데, 요일을 상징하는 동물이 있고, 미얀마인들은 자기 요일에 따라 예를 올린다는 설명이었다. 글로는 읽었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보니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술리에서도 멍하니 서있었는데, 보더따웅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아마도 꽤나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나보다. 노인 한 분이 부드러운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조금 도와드릴까요?
돌아보니 사려깊은 눈빛과 선한 표정의 노인이었다. 이런 경우 보통 자리를 피하곤 하는데, 어쩐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저는 한국에서 왔고 미얀마는 처음입니다. 모든게 낯설어서 당황스럽습니다.
노인은 미소지으며 손짓으로 경내를 가리켰다. 함께 걷자는 의미인 것 같았다.
노인은 미얀마의 불교와 파고다, 부처, 수호신, 경배하는 법, 요일을 상징하는 동물과 탄생석, 다섯 번의 물을 붓는 의미를 가르쳐주셨다.
꼭 이렇게 할 필요는 없지만 이것이 기본입니다. 조금 틀려도 되겠죠.
함께 걷고 이야기를 나누다 마지막으로 마주 앉았을 때는 기억해야 할 삶의 지침을 알려주셨다.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동해야 합니다.
감사의 의미로 고개를 숙이자 가방에서 염주를 꺼내 목에 걸어주셨다.
선물입니다.
인연이구나. 왈칵 눈물이 났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감사 인사를 드렸다.
노인은 가볍게 어깨에 손을 얹으시고는 좋은 시간이 되라며 자리를 뜨셨다.
노인이 떠난 후에도 한동안 자리에 앉아 탑을 바라봤다. 결국 미얀마에 와서 인연을 맺는구나. 가슴 한구석에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강렬했던 한낮의 더위가 한풀 꺾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