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이 알아채는 하루
문득,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누가 다정하게 물어와도, 그 다정함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날.
괜찮냐는 말이, 이상하게 더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그런 날.
무언가 잘못된 건 아닌데,
눈앞의 것들이 모두 흐릿해 보이고
지금 이 순간도 마치 내가 아닌 누군가의 하루를 대신 살아내는 기분이 드는 날.
햇살이 따뜻해도 마음은 춥고,
사람들 틈에 있어도 왠지 낯선 공기만 도는 그런 하루.
말을 꺼내자니 괜히 눈물이 먼저 나올 것 같고,
말을 삼키자니 마음속 어딘가가 조금씩 무너지는 것 같은 날.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아침에 눈을 떴고, 밥을 먹었고, 사람들과 안부를 주고받았고,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하루였는데
왜인지 마음이 그 자리에 머물러 주지 않는 날.
괜찮은 하루였다고 말해야 할지,
그냥 그런 날이었다고 말해야 할지조차 모호해지는 저녁.
그런 날에는
누군가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억지로 웃지 않아도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 주는 눈 하나면 족한 날.
그냥, 그런 날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아도 괜찮고,
심지어 ‘괜찮다’는 말조차 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날.
그런 날에는,
누군가 내 곁에 조용히 앉아
이 한마디만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 그런 날도 있지.”
그 말이면 충분한 날들이 있다.
살짝 무너진 마음을 다시 붙잡아주는,
지친 하루의 끝에 따뜻하게 내려앉는 그런 말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