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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인간 Jul 21. 2023

주인공이 삐질까봐 걱정입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터진 ㅂㄱ폭탄

※ 이 글의 주인공을 누구로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하게 적었더니 그 아이가 "나 삐졌어!"라고 합니다. 엄마가 쓰는 글의 핵심은 '뭘해도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꽁지'라서 주인공을 바꿀 수도 없고... 아주 곤란한 글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아이고, 고 녀석 참 귀엽네.' 생각해 주시고 잊어버려 주세요.
     
    안 그러면 우리 꽁지 삐집니다.




  요즘 제주의 날씨는 덥고 습한 바람이 붑니다.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는 우리 집 아이와 동네 친구를 태우고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오늘 우리집 하얀 자동차는 친구네 집에 친구를 데려다주고 우리 집으로 갑니다. 음악을 들으며 운전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오랜만에 이웃 아이를 만났기에 근황 토크를 열었습니다. 음, 근황 토크를 열었다고 쓰고 나니 양심이 찔립니다. 차 안에 있는 어린이들은 14살 전후의 남자아이 둘과 10살 남자아이 하나. 뭐 그리 다정한 대화가 오가겠습니까? 사내아이만 셋을 태우고는 운전을 하며 혼자 질문을 던지고 호응도 하느라 아주 바쁩니다. 아주. 아무튼 달리는 차 안에서 어렵게 열린 토크였지요.


  제주에서는 흐리거나 요즘처럼 습한 날에는 돈사나 우사 같은 축산 농장이 있는 곳 인근을 지날 때면 축산 악취로 코를 찌푸리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익숙한 냄새가 나는데?'

  장난스럽게, 고향의 향기라고 했던 그 동(ㄸ)냄새가 차 안에 흐릅니다. 창문을 꽉 닫았는데 말이죠.


  엄마인 저는 알고 있습니다. 엄마의 코는 자식의 체취를 아주 기민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고로 저는 차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저 향기가 돈사, 우사, 마사에서 나오는 냄새가 아니라 제 자식의 귀여운 엉덩이에서 뛰쳐나온 방귀 냄새임을 금세 알아차렸습니다.

 

  '지금! 제 뒤에서! 나는 냄새는! 제가 낳은 아이의! 방귀 냄새가! 분명합니다!'


  그러나 입 밖으로 이 사실을 발설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동네 친구와 함께 밀폐된 차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친구가 앉은 자리의 옆 창문부터 스르륵 내렸습니다. 처음 냄새를 맡은 지 3초 만에 달리는 자동차의 창문이 모두 1/3씩 열렸습니다.

  '부디 차 안에서 빙글빙글 회전하지 않고, 바람을 타고 쏙 빠져나가게 해 주세요.'

  다행입니다. 바람이 부는 방향이 우리 집 아이를 도왔습니다. 차 안은 금세 신선한 공기로 채워졌습니다.

  '음, 후레쉬!'


  친구의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안녕, 인사를 하고 우리 집으로 출발합니다.

  "꽁지야, 아까 방귀 뀌었어?"

  "응! 창문 열어줘서 고마웠어."

  귀여운 꽁지가 아무도 몰래 도둑 방귀를 뀌고는 들킬까 조마조마했던 모양입니다. 냄새를 맡고도 눈 감아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꽁지가 아주아주 귀엽습니다.

  "형아한테도 고맙다고 말해줘. 형아도 우리 꽁지의 비밀을 지켜줬잖아."

  "아까 모르는 척해줘서 정말 고마워."

  꽁지는 혀 짧은 소리로 고맙다고 말하며 뽀뽀까지 해주었습니다.


  아, 정말 이렇게 귀여운 마무리 하면 매일 껴도......

  음, 매일은 좀 힘들고 (아시죠? 도둑 방귀가 제일 독한 거)

  가끔은 이런 즐거운 사건을 환영합니다.


  역시 아이의 비밀은 지켜주고 볼 일입니다.

  

  주인공이 누구인지 다들 눈치 못 채셨죠? 알아도 모르는 척, 비밀을 지켜주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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