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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구 Oct 26. 2021

윤석열의 다듬어지지 않은 발언과 전두환 시대의 재평가

얼마 전 국민의 힘 대선 경선 후보 윤석열 전 총장은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 인재를 잘 등용해서 썼다”는 발언 때문에 곤욕을 치루고 있다. 솔직히 필자는 너무 맞는 이 발언이 공격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의아하게 생각한다.     

 물론 헌법 질서를 파괴한 군사쿠데타와 국가를 지켜야 할 군을 동원하여 국민의 기본권 말살하고 많은 사상자를 낸 5.18 사건은 마땅히 비난받고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의 업적은 업적대로 평가하는 것이 옳다. 그래서 윤석열의 다듬어지지 않은 표현과 검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를 위한 변명을 하기로 했다.


 다수의 사람들은 박정희 대통령을 한국 경제의 기초를 닦은 훌륭한 분으로 평가하고 있고 보수 우파 진영에서는 그런 정도를 넘어 박 대통령에 대하여는 비판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 신화가 만들어졌다. 진보 좌파 진영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해 독재의 문제는 있지만 산업화를 이룩한 점에 대하여는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오히려 필자는 젊은 시절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고, 산업화의 공로를 인정하는 좌파들의 타협적 태도에도 의문을 갖고, 이론적 분석에 기초하여 60-70년대 경제성장을 뛰어난 경제정책의 성과로 평가하는데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최근에 들어서야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폭 좁게 경제 이론적 효율성 차원에서 비판하는 것은 올바른 평가가 아니며, 그가 국민적 에너지를 경제성장 동력으로 몰아간 정치 사회적 측면에서 함께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그런 생각은 앞서 브런치 글(https://brunch.co.kr/@consumer/29)에서도 서술한 바 있다.     


 전두환 집권 시기에 공무원 생활을 막 시작했던 필자는 현장에서 전두환 시대의 경제정책을 경험했고, 5공 청문회도 지켜 보면서, 전두환 시대가 한국 경제에 가져온 변화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 모 월간지에 기고를 한 적도 있고, 내용의 일부는 브런치에도 올려 놓았다.(https://brunch.co.kr/@consumer/30) 전 대통령의 5공을 분기점으로 한국경제는 정부 관료 주도에서 시장 경쟁이 주도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게 된다. 물가는 안정되었고 가격, 이자율, 환율 등 주요 거시 경제 변수들이 경제활동 주체들에게 정확한 신호를 주면서 경제 운용의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요컨대 박정희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경제적 성공에 대한 열망을 갖게 하면서 경제발전의 기초를 닦았다면 그런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틀을 형성한 것은 전두환의 5공 시대이며 윤석열의 발언처럼 전 대통령이 그런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적어도 경제에 관해서는 사심 없이 최적의 인재를 썼고, 또 그런 인재를 알아 볼 줄 아는 판단력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5공 경제정책을 대표하는 김재익 경제수석(1983년 아웅산 테러 사건으로 사망)은 필자가 직접 모신 적은 없지만 경제관료들의 롤 모델이 되어 있고, 전두환 정권 재무부 장관을 지낸 사공일씨는 실용적인 생각과 함께 미래지향적 안목을 지닌 분으로 이명박정부에서도 규제개혁을 지휘했고 필자도 업무를 도울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80년대에 현재 한국 IT 경쟁력의 기초를 쌓은 오명 체신부(후에 정보통신부로 개편)장관도 직접 모시지는 않았지만 정보통신부문 5개년 계획 작업을 하면서 그 혜안의 일부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어떤면에서 윤 후보는 너무나도 옳은 이야기를 한 셈이다. 물론 표현 방법이 안타깝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적어도 경제정책 분야에서는 훌륭한 분들을 사심 없이 등용했고, 그 결과 상당한 업적을 남겼지만, 헌법 질서를 파괴한 군사쿠데타에 의한 집권, 국가를 지켜야 할 군을 이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은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서받기 어려운 일이었다는 점에서 안타깝고 또한 잊어서도 안된다”고 했다면 국민들의 평가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각 분야에서 널리 전문가를 발굴해서 권한을 위임하고 책임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라며 “전 전 대통령의 ‘권한 위임’을 배우겠다”는 취지는 오해 없이 전달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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