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일기- 투쟁의 방식
유독 봄이면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민들레 씨처럼 흔들리며 날아다닙니다. 공정! 공정이라고 외치지만, 원래 자본주의가 그런 거라며 빈익빈 부익부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어요. 요즈음은 항쟁을 하더라도 폭력 따윈 쓰지 않는 것 같아요. 이름도 투쟁이라는 말 대신에 문화제라고 해요. 공연을 하면서 부당한 것에 맞서 싸우며 의지를 관철시키려 노력하죠. 그런데 왜 사회적으로 약자만 이렇게 살아야 돼요? 언제까지 제 몫을 뺏기며 살아야 하죠? 남의 것을 터무니없이 뺏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잖아요? 형편없는 환경이나 기울어진 운동장를 바로잡아 달라고 하는 거잖아요. 재앙 같은 코로나19가 온 세계를 휩쓰는 가운데 우리도 절절매고 있어요. 대부분, 소상공인들이나 자영업자들이 애를 먹고 있는 것 같아요. 아니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분들도 힘들긴 마찬가지 같아요. 그래도 내일이면 나아지겠지, 라고 하루하루 지내고 있어요. 오늘은 귀갓길에 택배 노동자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농성을 하는 것을 봤어요. 그들은 다만, 몇 십원이라도 올려달라고 사정하고 있었어요. 한겨울 가운데 있지만, 봄이 오는 길을 우리는 찾을 수 있겠지요?
투쟁의 방식
봄의 프롤레타리아 민들레
날마다 혁명을,
노지의 노동자는 생각한다
항쟁의 구호가 가벼운 이유를,
바닥을 기면서 익숙해진 흙냄새
틈을 비집는 노동의 날갯짓으로
안착하자마자 꽃샘추위다
꽃다지나 민들레는 찢어지게 가난한 빛깔
궁색한 빈혈 때문에 앞이 노랗다
귀밑에 반창고를 붙여도 멀미나는 행진
분신을 하고 뿌린 뼛가루에서 봄보다 겨울 냄새가 짙은데,
앉은 자리에서 산화한 저 불꽃을 뭐라고 명명할 건가
거인들 발자국은 깊고 선명해지는데
흐리게 흩어지며 소실점으로 사라지는 아우성들,
말보다 행동이 앞선 민들레
어느 사업장 앞에서 삭발하고
추운 봄을 사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