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매체가 앞다퉈 노래부르던 것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첫 사랑의 열병을 앓고서 나는 실망했다
사랑이
쪼잔해서
그리고 찌질하고 불쌍하고 촌스럽고 아프고 처절하고 비참하고 숨막히고 짜증나고 힘겹고 먹먹하고 답답하고 고통스러워서
나를 자꾸만
그 누군가에게 말을 걸게 해서
자기 전 숨죽여 울게 해서
특정한 얼굴을 떠올리게 해서
그래서 이를 닦다가도 문득 숨이 막히게 해서
그 사람을 잃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6호선에 앉아 나는 죽고 싶었다.
그를 잃었는데 왜 사랑은 그대로인지
왜 나는 바보같이 아직 사랑을 손에 쥐고 있는지
이걸 놓아버려야 할 텐데, 대체 그건 어떻게 하는걸까?
해본 적 없으니 면역도 방법도 모른 채 목에 힘을 주고 눈물만 참았던 1월을 지나
2월
그 사람은 내 졸업식에 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나는 그 말을 믿었다
그가 아무런 의미없이 형식상 내민 말이라고 해도
나는 믿고 싶었다
그 약속을 뼛속 깊이 담았다
3월
그 이름 석자는 여전히 내 마음을 흔든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이름 석자
가만히 부르면 목 안쪽이 시큰하고 눈물이 고이는 이름 석자
당신의 그 이름 석자
술 마시고 취하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그 이름 석자
그리고
벚꽃이 피고 진다
봄이 오고 간다
무더위에 매미 소리가
이윽고 낙엽이 날리고
다시 또 어느 겨울의 폭설.
어깨는 무겁고 첫차를 탄 어느 날
어스름에 바람은 불고 문득 떠오르는 그 이름
그 이름을 생각하면 나는
아무리 힘겨워도 내려놓을 수 없었다
멋진 사람이 된다고 약속했으니까
다시 또 언젠가 마주치면
그땐 정말 멋진 사람이 되어있고 싶으니까
나도 한번쯤은 그런 모습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나를 무너뜨리고
또 일으켜세우는 그 이름
그 이름을 가진 수많은 이들 중
오직 하나뿐인 당신
그런 당신과 나눌 사랑의 몫은
나의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없겠지만
나는 우리에게 남은 이야기가 있다고 믿고 싶어.
이 우습고 알량한 믿음은
첫사랑의 징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