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군가.
처음으로 사랑하게 하고, 그로 인해 사랑하지 못하게 했던 사람.
내 마음이 버려진 뒤에도 그 사랑을 지키고 싶어서 스스로를 가혹하게 대하면서 애쓰게 만들었던 사람.
그런 당신은 날 오래오래 까먹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것도 욕심이겠지. 난 사실 욕심이 아주 많거든. 다 말하지는 않을거야. 소리내 뱉으면 더 원하게 될 것 같아서.
날 오래오래 잊지 말고 기억해. 내 이름. 내 얼굴. 내가 어떤 말투를 썼는지. 내가 너를 어떤 눈빛으로 봤는지. 내가 항상 들고다니던 초콜릿. 내가 듣던 노래. 성시경 연연. 내가 사는 동네. 내가 쓰던 향수의 탑노트는 베르가못. 잔향은 머스크.
헤어지던 날 내가 어떻게 울었는지.
애새끼 같을까봐 일부러 괜찮은 척 등 돌려놓고
택시에 타자마자 무너져버린 내 모습과.
내가 너의 농담에 어떻게 웃었었는지.
옆에 누워 당신의 과거 이야기를 어떤 표정으로 들었었는지.
오렌지빛 조명의 조도 아래 당신의 얼굴을
내가 어떻게 오래오래 바라보았는지.
짓궃은 농담에 민망해하며 입을 우그러뜨리던 모습.
또 그 날
전화를 받았을 때
내 목소리에 묻어 있던 슬픔의 총량.
늘 남에게 맞춰주고 웃음 짓는 데 더 익숙한 내가.
너에게만은 솔직했다는 것과,
그것은 사랑한다는 뜻의 다른 말이었다는 것.
전부가 아니어도 되니까 날 잊지마.
내 또래 여자애들을 보면 나를 생각해. 어떤 점이 나와 다른지와 어떤 점을 닮았는지. 그렇게 날 떠올리고 생각해.
내가 바라지 않아도 넌 그렇게 하게 될거야.
우리 결국엔 시간이 더 지나면 서로 뭘 하는지도 모르는 채 살게 되겠지.
나는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고 당신은 조만간 결혼을 하겠지.
누군가와. 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그 생각을 하면 6개월을 거슬러 원점으로 퇴보해
한겨울의 고통이 다시 그대로 시작되는 것 같아.
내가 지금까지도 이렇게 아파하는거 괜찮은 거 맞는지.
내가 새로운 사랑을 할 수는 있을지.
물어보고 싶지만…
당신이라면 괜찮다고
언제든 새로운 사랑이 찾아올거라고 대답할 것 같아
나는 그게 또 그렇게 아프겠지
그니까 물어보지는 않을게
아쉽다. 서툴렀던게. 보였던 모든 모습이 어리고 못나고 초라하고 쪽팔렸던게.
웃는 모습 딱 한번만 더 보고 싶다.
더 까먹기 전에 마지막으로 딱 한 번
정말 그럴 수 있다면
그렇지만 우리 이제 서로 볼 일 없지
다음 생에서도 나랑 만나
그땐 내가 당신보다 나이가 더 많을거야, 정말
그땐 내가 잘할게
당신이 의지할 수 있는 멋진 내가 될게
솔직히 내 마음이 그래
스스로가 우습고 속상하고 목구멍에 뜨거운 덩어리가 눈물처럼 치고 올라오는데도
어쩔 수 없이 내 마음이 그래
사람의
마음이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