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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설픈일상 Aug 26. 2022

우리는 부부 로켓단

우리의 소소한 취미생활

  30대 또래의 친구들이라면 누구나 어린시절 한번쯤은 동네 슈퍼를 돌아다니며 빵을 움켜쥐고 짓뭉게며 띠부띠부씰을 찾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당시 슈퍼 주인에게 빵 뭉게지말고 사려는 빵만 딱 고르라며 혼나기도 일쑤였던 그 어린 시절! 그 추억이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추억은 이제는 사회인이 되어있는 그 시절 어린이들을 자극하기 충분했고 부활한 포켓몬빵은 누구나 한번쯤 반드시 구매해보고 싶게 만들었다. 하지만 출시 이후 그 시절 어린이들 뿐 아닌 현재의 어린이들에게까지 열풍을 불러 일으키게 되었고 그 결과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삼촌 할 것없이 온가족 전 국민이 포켓몬빵에 매달리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 부부는 품귀현상이라는 포켓몬빵을 강원도 화천에서 처음 구매했다. 시골이고 마침 물품이 들어올 시간이였는지 손쉽게 빵을 접하게 된 것이다. 그덕에 구매한 빵을 모두 소진한 후 재구매를 도전했을때야 포켓몬빵 품귀현상을 실감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동네 편의점을 방문할 때마다 없는 포켓몬빵을 무슨 수를 써서든지 한번 더 구매해봐야겠다는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편의점에 빵이 들어오는 시간들을 확인해 방문해보기도 했고 재고확인이 되는 어플을 확인하여 새벽시간 재고가 남았다고 표시되는 지점을 찾아가 보기도 했다. 하지만 매번 결과는 실패!  바짝 약이 오르기 시작했지만 딱히 방법은 없었고 인터넷을 통해 요일별로 구매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몇차례 어렵게 3봉지씩 구매를 할 수 있었다.

  

  출시 초반이라 발생하는 품귀현상일  금방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빵을 구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졌고  차례 빵을 구하던 우리는  속에 띠부띠부씰 수집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집을 위해서는 여전히 빵을 구매 해야했고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그러던 중 아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대형마트에 포켓몬빵 구매에 대한 정보를 듣고 오픈런을 통해 빵을 구매해 왔다. 오픈런은 마트가 오픈하기 전부터 빵을 사고자 줄을 서는데 마트 오픈 2시간 전에 도착해도 이미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 사람들은 돗자리, 캠핑의자 등 오랜 기다림을 버텨낼 장비까지 휴대하고 있어 분명 새벽부터 나와 있는 것 같았다.


  우리 부부의 열정은 그보다 못하긴 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시도했고 몇차례 오픈런을 성공했다. 이후 또 다른 대형마트들의 오픈런 정보를 확인했고 우리 부부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의 마트에서 주기적으로 빵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주말 스케쥴은 항상 오픈런이 포함되어있게 되었고 주말 뿐 아니라 평일에도 아내가 간혹 쉬는 날이면 나를 즐겁게 해주겠다며 무거운 몸을 이끌고 홀로 오픈런을 시도하기도 했다.


  어느덧 띠부띠부씰 수집을 시작한지 3개월 정도가 되었고 우리는 제법 많은 종류의 씰을 모았다. 그 과정에서 아내는 빵을 구해오고 나는 중복되거나 없는 씰을 중고거래어플을 통해 교환하며 임무분담이 명확하게 나누어졌고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스스로를 로켓단 부부라 부르며 수집을 이어가고 있다.


  제법 유치해보이는 취미생활이지만 처남과 친구들까지 한번씩 함께해주는 즐거움 또한 빼놓을 수 없기에 우리는 띠부띠부씰을 다 모으는 그 날까지 천천히 그리고 길게 컬렉션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그동안 주변에 컬렉션에 목숨을 거는 지인들을 보면 '대체 왜?'라며 이해를 못했던 나였지만 한번 빠져보면 끝장을 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컬렉션의 취미는 남녀노소 나이대가 상관없다는 사실과 과도한 방향으로 치우쳐지지만 않는다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줄 수 있는 건전한 취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우리 부부는 오늘도 '두구두구두구'를 외치며 포켓몬 빵을 뜯고 띠부띠부씰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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