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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설픈일상 Feb 26. 2022

나도 아빠가된다.

예비아빠의 감동

  결혼을 한지 일년이 넘었다. 아내와 나는 의도적으로 아이를 갖지 않으려고 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노력 또한 하진 않았다. 하지만 결혼을 한지 일년이 되어가는 시점부터는 나름대로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한달 두달 세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혹시나 나에게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 내심 걱정도 되어 검사도 받아보았지만 이상은 없었다.

  매번 아내의 배가 아파올때면 긴장이 되었고 나보다도 더 스트레스를 받을 아내임을 알기에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긴장과 실망이 반복되었다.


  요즘 워낙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신혼부부들이 많기도 하지만 반대로 여러 환경적인 원인으로 아이가 생기지 않는 난임부부들도 많다. 나 또한 후자에 포함이 되는 듯하여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인공수정을 해야하는건 아닌지...시험관 아이를 가져야하는 건 아닌지...어디에 이야기 하진 못한채 근심 걱정만 가득하게 되었다.


  그렇게 연말 연초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결혼한지 어느정도 되었고 양가 부모님께서도 어느정도 손주에 대한 기대를 하고 계실듯 한데 올 연초에는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하나 걱정이 계속해서 들었다.  물론 양가부모님들께서는 그동안 우리에게 2세 계획에 대해서 일절 언급하시지 않아주셨다. 그럼에도 결혼한 자식이 손주를 안겨드리는 것은 자식으로서의 도리라는 혼자만의 중압감에 둘러싸여 있었던 것 같다.


  21년 12월 30일 연말 동료들과 간단한 저녁 식사를 하게되었다. 술을 마신터라 아내에게 데릴러 와달라고 요청을 했고 도착한 아내의 차에 타자 아내는 기분이 언짢아 보였다. 그리곤 술기운에 마냥 신난 나에게 무언가를 건냈다 빨간 줄이 두줄 그어진 임신테스트기였다. 안그래도 아내가 배아플때가 되었는데 배아프다는 이야기가 없어서 혹시나 하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지만 또 실망하기 싫어 표현않고 있었는데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였다. 하지만 테스트기를 본 나는 반가움보다는 안도감과 감격스러움이커서였을까 테스트기를 보며 한참을 엉엉 울었다.


  오늘 좋은 소식을 조심스럽게 전하려 준비하던 아내에게는 나의 저녁식사 약속이 썩 맘에 들지 않았기에 언짢았던 듯 했지만 집에가는 내내 차안에서 세상 떠나라 우는 나를 보자 아내는 또 놀리고 싶었는지 냅다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내가 조금 진정이 된 후 아내는 테스트기만으로는 아직 확실 한 것이 아니라 다음주 병원에서 최종 확인을 한 후에 양가 부모님에게 알리자고 강조했다. 워낙 내가 떠들고 다닐 것을 알기에 입단속을 시킨 것이다. 나는 알겠다고 했지만 이미 마음은 벌써 세상에 소리치고 있었다. 나도 아빠다!!

  전래동화속 복두장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대나무숲에서 왜그렇게 외쳤는지 백번 천번 공감되었다.


  병원에서 확인하려면 새해 연휴가 지날때까지 기다려야했고 나는 결국 새해 장인 장모님과의 해돋이 등산에서 아내 몰래 먼저 이야기를 해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아내는 병원에서 최종 아기집이 생긴 초음파 사진을 보내왔다. 나는 우리 부모님께도 이사실을 전달했고 소식을 접한 부모님의 좋아하는 모습에 뿌듯함이 밀려왔다.


  지금부터는 그동안 나 못지 않게 표현하지 못하고 맘 고생했을 아내 그리고 앞으로 또 고생해야할 아내에게 모든 최선을 다해야겠다. 그리고 묵묵히 기다려주신 양가 부모님들께 너무나 감사하단 인사를 드리고 싶다.


 나를 아빠로 만들어준 우리 아이의 태명은 '땡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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