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 '우물명당'
우물명당: 사후에 편안함이 깃든 장소.
옛날, 어느 고을에 풍수와 그의 아내와 두 아들이 살았다. 풍수는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 아직 자신이 묻힐 명당을 찾지 못한 풍수는 어느 날, 두 아들을 불러서 유언을 남긴다. 마침 그 옆에 아내가 있었다. 풍수는 아내더러 이렇게 말했다.
"여기 외인이 있다."
기분이 몹시 상한 아내는 나가는 척하다가 몰래 풍수의 유언을 엿들었다. 풍수는 두 아들에게 당부했다.
"내가 죽으면 너희는 내 머리를 우물에 넣어라."
풍수가 일러준 우물은 명당 중 하나로, 다음 생에 훌륭한 존재로 발복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들들은 풍수의 유언대로 행했다. '이 사실을 너희 어머니는 모르게 하여라.'라는 풍수의 유언을 두 아들은 고이 지켰다. 풍수의 머리를 우물에 넣어둔 두 아들은 평화롭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 아들과 풍수의 아내가 다투었다. 두 사람은 마을이 떠나갈 정도로 시끄럽게 싸웠으며 화가 난 아내가 그만 소리쳤다.
"아버지의 시신을 훼손하여 우물에 넣은 놈아!"
이걸 들은 동네 사람들은 풍수네 집안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풍수가 묻힌 그 우물가에선 용이 승천하려는 듯한 검은 연기가 있었으나, 아내의 말 이후로 사라졌다. 풍수는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려고 했던 것이다. 풍수의 계획은 아내의 발설로 실패했다.
이 설화는 풍수의 유언이 성공하는 편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소외하고 행복해지는 건 내 사전에 없었다. 무엇보다 성공담은 다른 설화보다 밋밋해서 실패담을 가져왔다. 이래서 사람들이 굴곡이 심한 작품을 좋아하는 걸까. 나 또한 평범한 건 싫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왜 사람들은 본인이 저질러놓고 후회하는 걸까?
아, 그때 할걸. 뭐든 도전할걸. 그때 그거 살걸! 기타 등등, 나만 해도 심심찮게 후회했다. 한 3-4년쯤엔 공모전에 관련해서 후회를 많이 했다. 나는 물욕도, 소유욕도 없는 인간이다. 물건을 쌓아두면 스트레스받아서 주기적으로 버리기만 했다. 취향을 몰라서 가득했던 방은 차츰 정돈되었다.
그때 내가 깨달은 건 하나였다. 무언가를 갈망하는 순간, 후회가 적립된다. 이건 내 사견에 불과했다. 어떤 사람은 물건을 사고 모으면서 행복을 느꼈다. 다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꽤 이르게 깨달았다. 유일한 내 장점을 꼽으라면 무수한 성찰로 쌓인 자기 객관화 능력이었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욕망을 감지하는 건 기막혔다.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몰라서 자지러지게 우는 신생아에게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처럼, 나도 어떤 감정이 치밀면 그 원인을 파악하고자 애썼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 어떤 유형인 줄 알아야 그나마 덜 후회하지 않을까.
하지만 후회가 아예 없진 않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후회하기 마련이었다. 나의 경우엔 일터나 공모전에 낼 작품, 나가지 못한 공모전에 후회가 깊은 편이었다. 하지만 결과를 다 아는 현재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건 옳지 못했다. 이미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었다. 만일 내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왜냐고? 모든 일은 연쇄적이니까.
내가 그 공모전을 나가지 않아서 다른 곳에서 상을 받았고, 후회가 짙더라도 어떤 건 정리해야 다른 걸 채울 수 있었다. 그 선택과 결단을 내리지 않았으면 나는 자그마한 성공도 하지 못했을 거다. 마치 설화 속 유언에 배제당한 아내가 앙심을 품은 것처럼 말이다.
만일 풍수가 아내에게도 이 유언을 전달했으면 하늘로 승천했을 것이다. 후회는 고사하고, 풍수가 좋은 마음을 먹지 않았기에 승천할 수 없었던 거다. 긍정적으로 살고자 했다. 부정적인 감정은 쉽게 잠식되지만 긍정은 그 반대였다. 아무리 슬퍼도 일단 웃자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너희 부정적인 말 한 번만 더 하면 젤리 사 와라."
어쩌다 보니까 아이들을 가르친 지 1년이 넘었다. 반년이면 다른 곳으로 옮기고자 하는 내 본능이 이성에게 졌다. 나와 서너 번의 시험을 함께 치른 아이들은 매번 '망했어요.'를 입에 달고 살았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줄곧 젤리 타령을 해대며 부정적인 말들을 제어했다. 물론 아무도 젤리를 사 온 적은 없었다.
다만 아이들의 성적이 올랐다. 부정적인 말을 틀어막으니까 자신감이 샘솟은 모양이었다. 꽤 교육적인 이번 일화는 내가 삶을 살면서 깨달은 거였다. 나는 오랫동안 낙방했고 되는 일이 없었다. 내 고집을 꺾지 않았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할 수 있는 건 계속 부딪히는 거였다.
일명 맨땅에 헤딩. 미친 듯이 무언가를 직조해서 넣었고, 탈락했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쯤 되면 포기할 법도 한데 후회는 할지언정, 그만두진 않았다. 처음엔 혹시? 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근래엔 도전하고서 잊어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젠 어떠한 기대와 희망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까 좋은 소식이 연달아 들어왔다.
나는 후회가 많은 사람이다. 생각 자체가 많아서 침대에 누우면 이런저런 생각이 파도처럼 밀렸다. 과거를 떠올리다가도 금방 잊어버렸다. 생활루틴이 잡히면서 잡념이 사라졌다. 그저 매일을 루틴에 맞춰서 살아가는데 힘썼다.
무언가를 하고 싶으면 일단 시도했다. 하지 못해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