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고 싶어서

시작하며

by 장아연


지난 4월, 나는 어두운 방 안에 가만히 앉았다. 이대로 살아선 안 돼, 이건 내가 원하던 게 아니야. 나는 참 쉬운 사람이었다. 심장을 내놓고 다니는 어린이, 아직 자라지 못한 어른, 내면엔 울부짖는 어린이가 존재함에도 나는 그걸 달랠 줄 몰랐다. 그저 묵혀놓았다. 언젠가 나아지겠지.


하지만 그건 내 오만이자 착각이었다. 한번 외면한 내면의 어린이는 자꾸 내 삶을 망가트렸다. 복수심을 가지고 내 인생의 전반을 뒤흔들고 움켜쥐었다. 2025년 4월의 언저리. 나는 완전히 무너졌다. 더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이러다가 아무나 붙잡고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거 같은 두려움이 일었다.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내가 완전히 망가지고 있다는 걸.


'이렇게 살 순 없어.'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이거였다. 나는 폐인처럼 지냈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났고, 자고 싶을 때 잤다. 온종일 침대에 누워서 시간을 죽였으며 고통스러운 나날이 반복되었다. 내가 아픈 상태인가? 스스로도 가늠되지 않을 정도였다. 단지 시간은 무섭도록 흘러갔고 그 안에서 나는 두 달쯤 방황했다.


믿을 수 없이 두려운 점은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나조차도 알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1년이 넘도록 이렇게 살 수 있다는 불안함이 가득했다. 나는 그 시간을 타파하기 위해서 오랜 과거를 헤집었고, 현재에 충실하며 해야 할 일을 했다.


이미 생활은 엉망이 되어버렸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나는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설화 <원천강 오늘이>를 펼쳤다. 어리고 반짝반짝 빛이 나던 나는 <원천강 오늘이>를 토대로 작품을 만들었다. 그걸 천천히 읽는 순간, 무언가 속에서 올라왔다.


어쩌면 나는 너무도 많은 과거와 미래에 억눌린 채 살아온 게 아닐까?

만일 그랬다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건 그때의 기록이었다. 10월이 끝나가는 지금, 나는 완전히 회복했으며 과거를 쉽게 놓아주었다. 과거는 떠나기 전에 가기 싫다며 울부짖으며 매달렸다. 이성적으로 판단해, 너는 정답을 알아. 지난 반년 간 내가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되뇐 말이었다.


나는 모든 정답을 알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가 지금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언제부터 내가 이토록 괴로워졌는지까지 전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6개월 시간 속에서 내가 어떻게 단단한 사람이 되었는지 기록할 것이다. 9살 때부터 마음에 품었던 설화 <원천강 오늘이>를 통해서.

첫 장은 이렇게 시작했다.


[옛날옛날, 아주 먼 옛날. 척박한 땅에 이름 없는 소녀가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