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서

오늘이의 어원

by 장아연


어느 날, 한 뱃사람들이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을 유랑하다가 한 소녀를 만났습니다. 그 소녀는 이 척박한 땅에서 동물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났어요. 주변엔 집도 없고, 밭도 없고, 심지어 소녀를 제외한 사람도 없었지요.


"얘야, 너는 누구니?"

"몰라요."

"너의 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그것도 몰라요."

"그럼 네 이름이 뭐니?"

"저는 그런 거 없는걸요?"


소녀는 두 눈을 끔뻑거리며 대답했어요. 뱃사람들은 이 소녀를 가엾이 여겨서 먹을 걸 주고, 잠시 보살핌도 주었습니다. 하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뱃사람들 특징상, 그들은 소녀와 이별해야 했습니다. 대신 소녀에게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오늘 만났으니까 네 이름을 '오늘이'라고 짓자."


그렇게 소녀는 오늘이가 되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굉장히 거창하고 커다랬다. 딱 정신 건강이 아프기 좋은 질문이기도 했다. 적당한 사회생활과 운동이 겹쳐질 때 존재론적 질문은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정신이 무너질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스스로에게 줄곧 이런 질문을 해댔다. 막상 진정한 나 자신을 찾은 것도 아니었다.


항상 나는 내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누군가는 이 세상이 게임 속이라고 했으며 우리는 오픈 월드에 들어온 사람에 불과하다고 했다. 꽤 신빙성 있는 주장이었다. 이곳을 한낱 게임이라고 여긴다면 지금 겪는 고통쯤은 레벨 업하기 위한 발버둥 정도로 볼 수 있었다. 한편으론 고작 0과 1로 만들어진 세상이라면 왜 이렇게 정교한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세상이 어떻게 되어먹었든, 이곳에서 나는 어떻게든 살아가야 했다. 갑자기 삶의 진리를 깨닫고 득도하지 않는 이상. 여긴 내 현실이고 내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생각이 많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되었는진 관심 없었다.


내가 궁금한 건 오로지 나였다. 대체 어쩌다가 이 세상에 오게 되었는지,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뭔지. 오늘이는 자아에 관한 자각이 없는 아이였다. 비교하거나 배울 대상이 없으므로 그저 동물들과 어울리게 자유롭게 살았다. 뱃사람들이 이름을 묻기 전까지 오늘이는 그런 걸 아예 몰랐을 터였다.


이름은 사람마다 고유하다. 오죽하면 '내 이름을 불렀을 때 나는 하나의 꽃이 되었다.'라는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있을 정도였다. 오늘이가 여정을 떠나게 된 모든 발단은 뱃사람이 이름을 지어줬기 때문이었다. 나의 경우엔 꽤 뜻이 좋은 이름이었다. 예쁜 인연이란 의미였는데 원소 기호 ZN 덕분에 학창 시절 내내 놀림을 받았다.


그럼에도 나는 내 이름이 꽤 독특하다고 여겼다. 발음하기 쉽지 않지만 꽤 부드럽고 강인한 인상을 주는 기분이었다. 나란 사람을 소개할 땐 나는 늘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나를 구성하는 것 중 가장 큰 게 글쓰기였다. 거의 내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는 10살 때부터 글을 썼으며 아직도 쓰고 있다. 전공이 무려 세 번이나 변했지만 여전히 글을 쓰는 건 변함없었다.


이다음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모든 시작은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거다. 그럼 난 이제 막 한 발짝을 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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