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강
이무기 덕분에 원천강에 도착한 오늘이는 마음이 부풀었어요. 원천강에 떡하니 있는 하늘궁 대문 앞에 선 오늘이는 이 안에 누가 살지 궁금했어요. 정말 나를 알 수 있을까? 내 부모가 이곳에 있을까? 설렘을 가득 안은 오늘이가 들어가려고 하자, 문지기가 막아섰어요.
"이곳은 원천강을 다스리는 왕과 왕비가 쉬는 곳이다! 아무나 함부로 들어갈 수 없어!"
"저는 오늘이에요. 원천강에 부모님이 있다는 걸 듣곤 찾아왔어요."
"오늘이?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문지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이라는 이름은 뱃사람들이 지어준 이름이라서 당연히 문지기는 들어본 적 없었어요.
문전박대를 당한 오늘이는 억울했어요. 그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어요. 오늘이는 그만 문지기 앞에서 엉엉 울고 말았답니다.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큰지, 원천강 왕과 왕비한테까지 다 들렸어요.
그때 문이 벌컥 열렸어요.
"대체 이게 무슨 소란이냐?"
"원천강에 부모님을 만나러 왔다는 어린이가 있습니다."
"아니, 너는......!"
왕과 왕비는 오늘이를 한눈에 알아보았어요. 두 사람은 서둘러 오늘이를 하늘궁 안으로 들였어요. 울음을 그친 오늘이는 자기 부모인 왕과 왕비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간의 짧은 삶을 돌아보면 나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술, 담배, 유흥에 의존하지 않았으며 매 순간 어떻게 하면 성장할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수많은 책을 출간하고, 출판사와 단편적으로 메일을 주고받으며 여러 공모전에서 상을 거머쥐었다. 10대 시절부터 쌓아온 것들은 20대 초중반에 터졌다.
그뿐인가? 나는 아르바이트와 글쓰기, 학업을 병행하는 사람이었다. 자투리 시간에 독서하거나, 메모장을 켜서 아이디어를 적었다. 내 24시간은 남들보다 길었고 그만큼 많은 걸 해냈다. 또래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성장한 나는 행복할 줄 알았다.
막상 원하는 걸 손에 넣었을 땐 행복보다 허무함이 더 컸다. 더 높이, 더 크게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난 쉽게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여기보다 더, 더 잘해야 해. 스스로 몰아붙이기 바빴으며 내게 타협 따윈 없었다.
적어도 나 자신에겐 가혹했다. 남들이야 어떻게 살든 내가 관여할 수 없는 문제였다. 어릴 적부터 나는 성공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내게 행복 공식은 명예였고 내 글의 대박이었다. 물론 대박이 난 적은 없지만, 비슷한 징조는 여럿 보였다. 우연이 겹쳐서 내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행복은 잠시뿐이었다.
이른 나이에 출간하기 시작한 나는 당연히 남들보다 성장 속도가 달라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나는 학창 시절 내내 모든 걸 다 버리고 글에만 전념한 사람이다. 내 손아귀에 이 정도만 들어오는 건 불합리했다. 성공만을 바라고 하고 싶은 걸 포기한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세상이 내게 주는 건 적다고 생각했다. 성공에 가까워질수록 나는 쉬지 않고 채찍질했으며 내 행복 게이지는 미미하게만 채워졌다.
"그럼 넌 어떻게 해야 만족할래?"
주변 사람은 1년에 서너 개 이상의 내 성공을 들었다. 내 곁에 남은 사람들은 언제나 내 성공을 축하해 주었다. 나는 감사 인사를 했지만, 한편으론 불편한 마음이었다. 이 정도는 성공의 축도 끼지 못했다. 나는 더 높이, 더 크게 성공해야만 했다. 그때 친구 중 하나가 내게 물었다.
"행복은 스스로 만드는 거야. 물론 성공한 것도 멋지지만!"
성공과 행복이 같은 이름인 줄 알았다. 하지만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내 취향에 관해 곰곰이 떠올려보니 나는 아이스커피와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했다. 햇빛이 잘 드는 방 안에서 책 읽는 걸 좋아했다. 그냥 꾸준히 하다 보니까 되는 일이 많아졌다. 책을 너무 안 읽어서 신청한 서평단에서 독서단으로 승격했다. 따지고 보면 내 삶에서 수많은 행복의 요소가 가득했다.
성공은 성공대로, 행복은 행복대로 두면 안 되는 걸까. 아주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바쁘고 혼란스러운 이 사회에서 나는 나만의 취향을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