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기
장상 도령이 알려주는 대로 열심히 걸어가던 오늘이는 저 멀리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는 이무기를 만났습니다. 이 주변은 온통 낭떠러지였고, 오늘이가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길은 없었어요. 오늘이가 우왕좌왕하자, 여의주 세 개를 품에 안은 이무기가 물었어요.
"무슨 일 있어?"
"안녕, 나는 오늘이야. 원천강에 가야 하는데 길이 없어."
오늘이가 금세 울상이 되자, 이무기는 잠시 골몰했어요.
"원천강은 저 하늘에 있으니까 걸어선 갈 수 없어."
"정말? 그럼 난 이제 어떡하지?"
"내가 원천강까지 태워줄게. 대신 고민 하나만 들어줘."
"뭔데?"
이무기는 한숨을 푹 내쉬었어요. 오늘이 눈앞에 여의주 세 개를 들이민 이무기가 말했어요.
"다른 이무기는 여의주 하나만 있어도 용으로 승천했어. 하지만 난 여의주를 세 개나 가지고 있음에도 용으로 승천할 수 없어. 원천강에 가거든, 내가 왜 여의주 세 개를 가져도 용이 되지 못하는지 물어봐줘."
"그럴게."
이무기는 순순히 등을 내어줬어요. 이무기의 등에 올라탄 오늘이는 몸통을 두 손으로 꼭 끌어안았어요. 하늘로 날아오르자, 저 멀리 원천강이 보였어요.
세상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존재했다. 평안을 추구하며 안정적인 삶을 살고자 애쓰는 사람, 다른 하나는 본인이 가꾼 삶을 애써 부수면서 끝없이 도전하며 사는 사람. 나의 경우엔 명백한 후자였다. 나는 어릴 적부터 욕심이 아주 많았다. 외동으로 자라면서 부족함 없이 커서 그런지, 형제자매가 있는 집안보다 생존 감각이 늦게 깨어나서 그런지 몰라도 소유욕이 엄청나게 강했다.
갖고 싶은 건 무조건 가져야 하고, 원하는 건 해야 마땅했다. 어릴 적엔 장난감이나 장난감 왕관을 모으는데 흡족했지만, 자라면서 이건 야망이 되었다. 왜인지 8살의 어느 날, 나는 생각했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어.'
누가 알려준 적도,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걸 강요한 사람도 없었다. 정말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려면 12년이나 남았던 8살 무렵엔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때 내 꿈은 직장인이었다. 사원증을 목에 걸고 출근하는 커리어우먼을 줄곧 흉내 냈다. 신발장 깊숙이 잠들어있던 하이힐을 꺼내 신거나, 지금은 아무도 입지 않는 와이셔츠와 검은 치마를 입고 집안을 배회했다.
이 욕심이 성인이 될 무렵까지 지속되었으면 좋겠지만. 어린 나는 그 10년이 넘는 시간을 참지 못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대단한 자신감인지 몰라도 10대에 최연소 작가가 되어서 돈을 왕창 벌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정말 작가가 되었다.
단지 안 유명했을 뿐이었다. 아주 슬프게도... 그다지 효율이 좋지 못했다. 그럼에도 계속 쓰고 출간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10대 시절이 훌쩍 지났다. 나는 딱히 취미랄 게 없었다. 어릴 적 모든 걸 손에 넣겠다는 소유욕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제 나는 물건이 책상 위에 나뒹굴면 화부터 치밀었다.
[00 공모전]
[00 일보 신춘문예]
[00 작품을 공모합니다.]
내 하루는 공모전에 도전하고, 거기서 떨어지는 걸로 마무리되었다. 분기별로 공모전 사이트를 들락날락거리면서 1년에 서른 개가 넘는 공모전에 도전했다. 물론 승률은 40%쯤이었다. 운이 좋아서 몇 번 수상한 적을 제외하곤 그다지 효율이 좋지 못했다.
그래서 일을 늘렸다. 딱히 친구를 만나는 시간도 없고, 온종일 앉아서 글을 쓰기엔 통장이 불안했다. 나는 마감하면서 학원 아이들을 가르쳤고, 최근엔 대학원까지 들어갔다. 정말 몸이 네 개라도 바쁜 일상임에도 나는 새벽 5시 기상 루틴을 고집했다. 하루가 마무리되면 나는 기절하듯이 잠을 잤다. 나는 언제나 일이 많았고, 돈이 부족할 때도 어떻게든 일이 들어왔다.
이렇게 영원히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삶이 무너지기 전까진.
어떻게 삶이 항상 평탄할 수 있겠는가? 바쁘게 살던 내 삶에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날이 돌아왔으며 나를 둘러싼 모든 일이 고난처럼 느껴졌다. 당장 그만두고 싶어도 내가 책임자인 그런 일들이 수두룩했다. 무엇보다 이걸 포기하면 영영 주저앉은 채 일어날 수 없으리라는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내가 한 방법은 그랬다.
딱 석 달만, 새로운 일을 하지 말고 기존의 주어진 일만 어떻게든 쉬엄쉬엄 처리하자. 나는 아주 조금만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