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개까지는 안 바라요, 웃긴 개는 안 될까요?
중형견 반려 1년 차, 중형견을 실내에서 반려한다는 것에 대한 비아냥이 섞인 질문들을 수도 없이 받았고 아주 오래전부터 식용견으로 제일 많이 쓰이던 진돗개에 대한 매몰찬 시선과 말들에 정말 여러 번 얻어맞았다. 큰 개는 무조건 사납고 무조건 타인과 타견을 공격할 것이라는 편견들이 나와 내 반려견의 소중한 산책 시간을 늘 망가뜨렸다.
나와 내 반려견은 내가 보호자로서 지켜야 하는 일을 모두 지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청객 취급을 당했다. 소형견 보호자를 만나 먼저 지나가라는 뜻으로 목줄을 짧게 잡은 채 '앉아'를 시키고 지나가길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상대 보호자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쳐다보는 게 꼭 달려와서 물 것 같아." 자신의 개도 우리를 빤히 보고 있는데도.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무례한 고함을 질러대던 사람도 있었고 혼잣말, 그러나 완벽하게 들리도록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매 순간 반응하지 않고 아주 잠깐, 나만 조용하면 되는 상황들은 모두 피했다. 어차피 그 상황에서 나까지 목소리를 높여봤자 주변에서는 나와 내 반려견을 먼저 쳐다볼 테니까. 성격상 모르는 사람과 언성을 높이고 한 마디도 지지 않고 얘기하는 게 힘들었던 나는 늘 그런 상황을 겪고 집에 들어오면 마음 한편이 내려앉듯 망가졌다. 모든 질타의 시선이 내 잘못과 나의 반려견의 잘못인 것 같아서.
그러한 상황들이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는 꽤 시간이 걸렸다. 전문 훈련사에게 여러 번의 교육을 함께 받으면서, 나와 나의 반려견에게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여러 번 상기시키고 나서야 요동치던 마음들이 안정을 찾았다. 안정을 찾고 나니, 산책을 갈 때마다 들었던 말들이 주는 긴장과 스트레스가 점점 줄어들었고 과한 시선들이 두렵지 않아 졌다. 나는 나의 반려견을 컨트롤할 수 있는 보호자니까.
그렇게 2년이 흐른 지금, 나는 매몰찬 시선과 부딪힘을 최소화하는 방법들을 어느 정도 터득했다. 기본적으로는 산책 시 타인 및 타견과 최대한 먼 거리를 유지하는 것과 가깝게 부딪혀야 한다면 짧게 목줄을 잡고 기다림을 말한 뒤 지나갈 때까지 나의 반려견 시야를 차단해주는 것. (하지만 이건 극히 드물고 최대한 멀리 돌아간다.)
사실 제일 좋은 방법은, 귀여운 아이템을 장착하고 산책하는 것. 나는 내가 편하자고 나의 반려견에게 너무 스트레스가 될 아이템들을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진 않아서 주로 '케이프'와 '모자'를 하고 나간다. 물론 두 가지를 동시에 하고 나가는 것 또한 하지 않고, 딱 하나씩만. 특히 모자의 경우, 비 반려인 10 명 중 9 명은 그냥 웃으며 지나간다. 어차피 가까이 갈 일은 없기에 멀리서나마 '웃긴 개'라고 생각하고 지나가는 것 같다.
나는 나의 반려견이 모두에게 예쁨 받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기에, 그저 이렇게 작은 아이템 하나로 서로 웃으며 지나갈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