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예년에 비해 유달리 이른 시기에, 그리고 더 매섭게 찾아든 추위에 초저녁부터 벽난로를 지폈다.
벽난로만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와인을 한 병 열었고, 한창 게임을 즐기고 있는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TV 를 차지해서는 영화를 틀었다. 뭘 볼까 한참을 고민하다 선택한 영화는 "라라랜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와인을 마시며 영화도 보고 싶고 음악도 듣고 싶었다는게 유일한 이유일까? 모르겠다. 여튼 유튜브에서 구매해서 저장해 놨던 많은 영화들을 스크롤 하던중 그냥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정말 좋았다. 라라랜드를 오늘까지 세번을 봤는데 앞선 두번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소용돌이쳤고 정말 스크린에 빠져들어서 두시간 넘게 앉아 있었다. 영화의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벽난로 장작은 거의 다 타서 꺼져가고 있었고 와인은 한병이 모두 비어 있었는데 취기는 전혀 올라오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라라랜드를 오늘까지 세 번 봤지만 앞 선 두번은 모두 휴대폰으로 봤다. 처음 본 건 미국으로 출장을 가는 비행기 안에서, 두번째는 유튜브로 구매해서 저장해 둔 것을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으로 봤다. 조금 큰 화면으로, 그리고 조금 더 좋은 사운드로,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와인을 마시며 본 건 오늘이 처음. 어쩌면 작은 화면과 이어폰으로는 이 영화의 감동을 제대로 느낄수 없는 것인지도. (그런데 영상미보단 스토리에 감동받았는데....)
일찍 잠들려 했던 오늘은 아무래도 늦게까지 라라랜드 OST를 들으며 시간을 더 보낼것 같다.
ps
이 글을 보고 생각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https://youtu.be/R7CQJYQklhc?si=dY7VtU4gRYjWuZS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