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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웃, 좋은 저녁

by 봄마을

얼마전 추수감사절에 동네에 사는 다른 한국인 두 가정을 초대해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칠면조 같은 부피 큰 메인 음식은 우리집에서 준비했지만 다른 두 가정도 손이 부족할 정도로 음식을 싸와서 풍족하게 차려놓고 먹었다. 술도 맛있었고, 음식도 맛있었다. 그렇게 음식을 한 상 차려놓고 자정 넘어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민자로 살다보면 설이나 추석 같은 한국의 명절은 점차 삶에서 희미해진다. 어찌보면 당연한. 휴일도 아니고 명절 분위기도 나지 않는다. 평소와 다름 없이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어른들은 직장에 간다. 이민자 커뮤니티에서야 민족의 명절... 이라고 부르며 이벤트를 만들고자 애를 쓰는데 아무래도 한국에서 느끼는 '명절' 느낌은 없다.


명절느낌이라는건 결국 반가운 사람들이 모이는데서 나온다고 보면, 그래서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느낌이 다르다. 학교, 직장은 물론 당일에는 식당과 마트까지 대부분 문을 닫는다. 그리고 멀리 떨어져 살던 가족이 함께 모인다. 이런 부분은 한국의 명절과 같다. 그러다 보니 진짜 '명절' 분위기가 난다.


하지만 비빌 언덕 없이 이민가방들고 와서 사는 이민자들에겐 누가 함께 모일일 없는 조금 쓸쓸한 명절이기도 하다. 나중에 아이들이 독립해서 각자 가정을 꾸리면 그 때는 좀 다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당장은 무인도에 떨어진것과 비슷한 상황. 그래서 이럴때 함께 모일수 있는, 서로가 비빌 언덕이 되어 줄 수 있는 이웃들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하다.

예측한대로 흘러가는법 없는 이민 생활이지만 이 좋은 이웃들과는 오래오래 즐겁게 지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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