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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마을 Jul 15. 2024

미국에 가면 마음 편하게, 치열하지 않게 살 수 있을까

* 과거 다른 이민자 커뮤니티에서 위 제목으로 올라왔던 누군가의 질문에 답했던 글을 조금 고쳤습니다. 



Q: 한국에서의 지나친 경쟁에 지쳤습니다. 미국에 가면 마음 편하게, 치열하지 않게 살 수 있을까요?


A: 삶은 어디에서나 치열합니다. 생존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선사시대 사냥꾼과 현대의 직장인간에 차이점이 있을 수 없지요. 먹고 사는 문제를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생각해볼때 과연 여유로운 삶이라는게 이 지구촌 어디에 존재할지, 아니 존재하기는 하는지 의문입니다.


내가 이미 경제적 혹은 사회적으로 정의되는 성공에 대해 갈망하고 있다면 사는 곳이 미국이든 한국이든 별반 차이는 없습니다. 물론 각자가 갖고 있는 '성공' 혹은 '삶'에 대한 정의와 기준은 제각각이며 나를 기른 부모 그리고 내가 자란 사회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문제는, 한국 문화권에서의 성공.. 아니 평범한 삶에 대한 기준이 타문화권에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는데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성공한 삶도 아니고.. 한국인으로써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그 기준을 미국 사회에 대입하면 여기서는 상당히 잘 사는 삶을 추구하는게 되어 버립니다.  "나는 미국에 가서 평범하게, 욕심내지 않고 살거야" 라고 말하는 분들 조차도 막상 미국에 랜딩하면서 하나하나 따지는 삶의 조건들은 여기 기준에서 보면 제법 까다로운 내용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조건들을 하나하나 챙기다 보면, 미국 사회 기준에서는 높은 연봉을 받아야만 가능한 삶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분들이 잘못 됐다는 말을 하는게 아닙니다. 저를 비롯, 많은 한국인들이 배우고 인지하며 살아온 평범한 삶의 기준이 미국과 다른것 뿐입니다. 그리고 하나 하나가 굉장히 까다롭고 맞추기 어려운 조건들입니다. 따지고 보면, 한국인들이 늘 말하는 '평범하게 사는게 얼마나 어려운건데' 라는 말이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닌 거지요. 우리의 평범은 진정한 평범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평범한 삶에 대한 기준을 한국전쟁 이후 끊임없이 높여 왔기에 한국 사회가 그토록 빠르게 안정화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구성원들은 자꾸 높아져 가는 평범함의 기준을 앞서기 위해 발버둥을 치며 살고 있었겠죠. 


짧게 요약하면, 한국에서 평범한 삶은 조건에 의해 정의됩니다. 


일부 미국인들이 한편으로 치열하지 않은, 그냥 삶 자체에 만족하고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건 그들이 기대하는 평범함의 기준이 한국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도 인종에 관계없이 경제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더 여유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정말 밤낮없이 일을 합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정의되는 평범한 삶은 경제적인 조건에 의해 정의되지 않습니다. 주말을 어떻게 보내는지, 가족은 화목한지, 어떤 운동을 하는지, 정원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얼마나 이웃을 존중하며 사는지 등등.. 삶을 대하는 태도로 정의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제가 미국에 와서 느낀 평범한 삶이라는 가치에 대한 기준은 삶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한번 스스로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내가 생각하는 '평범한', '경쟁이 덜한.. 치열하지 않은' 삶의 형태란 과연 어떤 것인지. 나는 어느 정도까지의 삶을 '평범하다' 며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 선을 먼저 정의해 놓고 그 선이 일치하는 기준을 가진 사회를 찾아보시는게 순서일 것 같습니다. 만일 삶을 평가하는 기준이 내가 가진 조건이라면, 미국에서의 삶이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을수 있습니다. 하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로 관점을 옮길수만 있다면 미국에서의 삶은 훨씬 여유롭고 평온한 삶이 되겠지요. 




요즘 글이 뜸한 이유는 가족 전체 입장에서 큰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는 중이라 심적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금 전, 일요일 저녁,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닌텐도로 함께 게임을 하며 웃고 소리지르고 서로를 약올리며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평범한 삶에 대한 예전 글이 떠올랐습니다. 


내 삶을 구성하고 있는 많은 조건들을 평범한 삶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건 정말 평범한 삶이기 어렵겠지요. 마치 적당히 잘 생기고, 적당히 키 크고, 적당히 경제력 있고, 적당히 가족이 화목하고, 적당히 자산이 있고, 적당히 매너가 있는 배우자를 찾으면 절대로 평범한 배우자가 아닌것처럼 말이죠. 


반면에 이게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문제라고 하면 훨씬 간단해 집니다. 각자의 태도인 만큼 정의도 각자 다를테니 남과 비교할 일도 없을 테구요. 오롯이 내가 바라보는 내 태도에 대한 문제로 국한됩니다. 물론 내 삶을 평가하는 기준을 내가 가진 조건이 아닌 삶을 대하는 내 태도로 옮길수만 있다면 미국이든 한국이든 결과는 같을 겁니다. 


다만, 미국 이민이 줄 수 있는 한가지 장점이라면, 삶을 대하는 태도로 내 삶을 정의하기에 좀 더 수월한 문화를 가진 나라라는데 있을 겁니다. 그러니 미국 이민을 실행하기 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합니다. 삶을 판단하는 기준이 조건이라면, 여기는 어쩌면 한국보다 더 어려운 사회일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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