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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스보니따 Apr 26. 2021

차가운 에그 타르트에 흥분하다

포르투갈 이민 5년 차, 아직도 에그 타르트는 날 설레게 한다


이민 3년 차에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오고 2년 동안 이웃들과 많이 친해졌다. 아랫집 사는 친구 마리아 주앙 포르투갈 요리를 가르쳐 준다고 했는데 역시 코로나 때문에 망했다. 무튼 마리아 주앙이 나에게 뭘 배우고 싶은 지 물어봤을 때 에그 타르트라고 했더니 피식 웃으면서, '그건 배우는 게 아니라 사 먹는 거야'라고 해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다.


마리아 주앙과 나는 결국 우리 동네에서 맛있는 에그 타르트를 파는 바스코 다 가마 쇼핑몰의 카페에 같이 가서 사 먹기로 했다. 맛있는 가판대라는 뜻의 Quiosque dos Sabores에서 사서 노천카페로 갔는데 마리아 주앙이 흥분했다. 분명 점원에게 따뜻한(Quente) 걸로 달라고 했는데 다 식어 버린 에그 타르트가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 마리아 주앙은 아주 특별한 날이 아니면 디저트를 1도 먹지 않는다. 포르투갈 친구들 사이에서 멋쟁이로 알려진 마리아 주앙은 날씬한 몸매에 늘 화장한 얼굴이다. 나는 화장기 1도 없는 맨얼굴에 대충 아무거나 걸치고 재활용 쓰레기 버리러 나가지만 우아한 마리아 주앙은 항상 아름다운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포르투갈 사람들은 엄청 노안인 경우가 많지만 마리아 주앙은 디저트도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즐기는 등 자기 관리를 잘해서 그런지 아주 젊어 보인다.


평소엔 아주 차분한 마리아 주앙은 흥분하는 걸 처음 봤다. 맛있는 디저트를 제대로 맛볼 수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난 것이다. 리아 주앙에게 맛있는 에그 타르트는 무조건 갓 나온 따끈한 것이어야 한다. 매일 디저트를 즐기는 나와 1년에 몇 번만 먹는 마리아 주앙에게 있어서 식어버린 에그 타르트는 의미가 다를 것이다.



에그 타르트를 반품할까 살짝 고민하던 마리아 주앙에게 그냥 먹자고 했다. 따뜻한 것보다 맛은 좀 덜하겠지만 그래도 동네 에그 타르트 맛집이니 내 입맛에는 괜찮을 것 같았다. 마리아 주앙과 나는 설탕 가루와 계피 가루를 듬뿍 뿌렸다. 에그 타르트를 한 입 무는 순간 바싹한 소리와 함께 커스터드와 바닐라 향기가 입안에 맴돈다.


식은 에그 타르트라서 계란 비린내가 날까 은근 걱정했는데 역시 계피 가루 덕분인지 맛있다. 내 코는 비염이 심한데도 개코이다. 냄새에 너무 민감해서 계란 비린내가 1이라도 나는 순간 에그 타르트를 내려놓게 된다. 신선한 계란을 쓰지 않은 경우 식은 에그 타르트는 계란 비린내가 심하게 나면서 먹기에 아주 거북하다.



포르투갈, 리스본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에그 타르트 하나는 맛보고 돌아간다. 에그 타르트의 원조 맛집은 아름다운 마누엘 양식의 건축물을 즐길 수 있는 리스본 벨렝 지역에 있다. 우리 동네에서 멀어서 평소에는 자주 가지 않지만 한국에서 누군가 오면 꼭 같이 가서 먹는다.


하지만 이 원조 맛집에서도 아주 아주 가끔 재수가 없는 날이면 다 식고 계란 비린내가 나는 에그 타르트가 나오는 날이 있다. 처음 이민 와서 포르투갈어를 잘 못할 때는 그냥 식은 에그 타르트에 비린 맛이 좀 나더라도 평소보다 계피 가루 더 많이 뿌려서 그냥 참고 먹었었다.


따뜻한 에그 타르트엔 계피 가루도 필요 없다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따뜻한 걸로 주문한다. 주문한 에그 타르트를 받자마자 따뜻한 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으면 따뜻한 걸로 바꿔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을 정도로 포르투갈어 실력이 늘어서 너무나 다행이다.


벨렝 지구, 제로니모스 수도원

에그 타르트는 파스텔 드 나타(pastel de nata)라고 한다. nata는 크림, pastel은 페이스트리 크림이 들어간 페이스트리다. 커스터드 크림이 듬뿍 들어간 바싹한 페이스트리가 에그 타르트인 것이다. 여러 개를 주문할 때는 복수형으로 파스테이스 드 나타(pasteis de nata)라고 하는데 벨렝의 원조 에그 타르트 집의 이름이 바로 파스테이스 드 벨렝(Pastéis de Belém)이다.


벨렝 원조 에그 타르트 집의 역사는 포르투갈 내전과 관련이 있다. 옛날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용돈도 벌 겸해서 포르투갈 내전 때부터 수도원 옆에 위치한 사탕수수 정제소 앞에서 에그 타르트를 조금씩 팔고 있었다. 수도원이 해체되면서 결국 정제소 사장한테 요리법을 팔았고 그 사장님이 1837년 연 가게가 지금까지도 포르투갈 원조 에그 타르트 가게이다.  


파스테이스 드 벨렝, 원조 에그 타르트 집

 

이 내전의 이야기는 페소아의 리스본 여행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타임아웃 마켓이 있는 7월 24일 대로를 걸으면서 들으면 더 재밌다. 사실 이 내전 이야기는 이미 페소아 리스본 지식여행(5)과 (6)까이스 두 수드레에서 언급을 한 적이 있어서 여기선 결론만 다룬다.


즉, 내전에서 수도원들은 미겔을 지지했다가 망했다. 어떤 전쟁이든 패자 편에 서 있었는 사람들의 끝은 좋지 않으니까. 결국 내전에서 페드루 4세 승리를 거두면서 1834년 5월 28일 미겔을 지지했던 포르투갈 전국의 500개가 넘는 수도원을 모두 해체한다. 물론 전재산도 다 압수해서 돈도, 갈 곳 없게 된 제로니모스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살아갈 길이 막막해졌으니 에그 타르트 비법을 판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닐까?  



포르투갈 친구와 내가 나누었던 대화를 재연해 봤다.


A: 에그 타르트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 뭐야?

     Qual é a melhor forma de comer um pastel de nata?


B: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지.

    Toda a gente tem um gosto diferente.

   넌 따뜻한 거, 차가운 거, 미지근한 거 중에 뭐가 좋아?

    Preferes quentes, frios ou mornos?


A: 잘 모르겠는데.

   Sei lá.


B:  난 따뜻하게 계피랑 설탕 가루 뿌려서 먹는 걸 좋아해. 너도 똑같이 먹어 볼래?

    Eu gosto o pastel de nata quente com canela e açúcar em pó. Queres experimentar o mesmo?


달달함이 필요한 날 난 에그 타르트를 이렇게 주문한다.

Quero 5 pasteis de nata quentes. E canela e açúcar em pó, por favor.

(따뜻한 에그 타르트 5개 주세요. 계피와 설탕 가루도 부탁해요.)


어떨 때는 설탕가루 없이 주문할 때도 있는데 그때는 e açúcar만 빼고 말하면 된다.

 


유럽 포르투갈어 대화 내용을 포르투갈어 원어민 사운드로 올려 봅니다. 누군가 포르투갈에서 에그타르트를 맛있게 즐길 때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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