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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25. 2023
22. (2편)'플라워라이팅스피커'
업사이클링 사운드 레시피 #06
변신 스토리
2차 심사를 통과한 후 얼마되지 않아서, 록시땅에서 캡 세드라 샤워젤 용기 18개를 보내주었다.
18개의 용기 중 업사이클링 재료의 원래 형상과 재질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할 2개의 용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용기에 붙어있는 라벨을 제거하고는 화장실로 세면대로 가져가 용기 내부에 남아있는 샤워젤을 물로 씻어냈다. 향기가 어찌나 좋던지 세척하기 전에 다른 용기에 덜어놓고 나중에 사용할 걸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세척 후 건조가 완료된 시원한 블루 칼라의 용기를 열과오를 맞춰어 한 곳에 정렬시커 두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작업대에 앉았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소리에 반응하는 조명을 아두이노 코딩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전 사운드 관련 업사이클링 작품인 월E 사운드에도 소리에 반응하는 조명을 탑재시켰지만, 스피커 신호 입력 부분에 LED 다이오드를 연결하여 단순히 음의 전압 값에 반응하도록 한 것이었다. 이 방식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뿐만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 소리에도 반응하는 조명을 내가 원하는 색깔로 조율하고 싶은 갈망이 항상 내 한쪽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이번 작품은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 전시될 예정인 데다 설치해야 하는 조명 개수도 많아 기존에 해오던 방식은 무리라 판단하고 코딩을 통한 조명 제어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하고, 아두이노 코딩을 통해 소리에 반응하는 턴테이블 작품을 만드신 레고 아티스트 양승환 작가님께 도움을 요청드렸다. 흔쾌히 요청을 받아주신 작가님은 본인 작품처럼 하나에서 열까지 잘 가르쳐 주셨고 이를 바탕으로 밤새 코딩과 선 연결을 수십 차례 테스트해 가며 수정보완한 결과, 원하는 감소리 반응 감도와 빛의 색깔이 세팅된 조명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제작된 소리에 반응하는 조명을 용기 안에 넣고 마이크에 소리를 입력한 순간 반짝이는 파란 조명 빛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성공의 희열이 체 가시기도 전에 광원이 너무 노골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조명이 용기 내부에 은은하게 퍼질 수 있도록 광원 앞에 불투명 필터를 붙여볼까 아니면 광원에 조그마한 갓을 씌워볼까? 이런저런 고민에 빠져있던 중 작업 멘토인 박형호 작가님으로부터 해결방법을 얻을 수 있었다. 작가님이 제안해 주신 해결책은 샌딩 즉, 표면을 갈아서 불투명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며칠 뒤 을지로 샌딩공장에 찾아가 용기 표면을 샌딩하고 집으로 가져와 샌딩 표면에 코팅액을 붓으로 정성껏 발라주었다. 그랬더니 플라스틱 용기가 마치 고급스러운 유리 용기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기쁜 나머지 곧바로 조명을 용기 안에 넣어 점멸시켜 보았다. 완전 대 성공이었다. 처음 생각한 것보다 월씬 은은하게 용기 전체에 빛이 흘러내렸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나머지 용기에 각각 조명을 설치하고 30가닥 이상의 전원 및 데이터 연결 선을 한가닥 한가닥 아두이노에 연결시킨 후 전원을 연결해 주었다.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선 하나만 빠져도 불이 들어오지 않거나 오작동을 할 정도로 복잡하고 또 예민한 작업이라 선들을 뺏다 꼈다 수십 번 반복한 후에서야 8개의 조명 모두가 소리에 반응하여 반짝반짝 빛나는 관경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정상 작동을 확인 한 나는 곧바로 블루투스 앰프와 연결된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BTS의 My universe를 틀었고 강력한 음악의 비트에 맞추어 점멸하는 조명과 터질 듯 앞뒤로 진동하는 스피커 콘을 보았을 때 느꼈던 그 당시 희열은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다.
이렇게 수많은 제작 단계와 테스트를 거쳐 세계 최초 화장품 용기 블루투스 스피커 '플라워라이팅스피커'가 탄생하였다.
변신 재료
1. 캡 세드라 샤워젤 용기 24개
2. 오드 세드라 사워젤 용기 8개
3. 콘 스피커(미들 레인지) 2개
4. 스피커 스탠드 2개
5. 아두이노나노 2개
6. 네오픽셀 16개
7. 원형 플라스틱 용기 2개
8. 긴결철물 1식
9. 오디오 케이블 1식
10. 전선 및 어답터 1식
변신 도구
1. 전동드릴
2. 드라이버 및 육각렌치 1식
3. 전기 인두기 1개
4. 인두기 스탠드 1개
5. 실납(무연납) 1식
6. 에폭시 접착제 1개
변신 순서
* 본 작품의 레시피는 변신네모의 고유의 디자인과 기술이 담긴 작품으써의 저작권 보호를 전제로 제 3자의 무단 복재를 방지하고자 제작 순서와 방법을 기술하지 않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디자인 포인트
이번 작품은 기본적으로 변신네모의 작품 철학에 충실하고자 업사이클링 재료인 용기의 형태와 물성의 변형을 극도로 최소화하였다. 많은 제작 단계를 걸쳐 탄생한 작품인 만큼 디자인 포인트도 많다. 주요 디자인 및 제작 포인트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업사이클링에 활용한 용기의 브랜드 및 제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용기 내부에 설치한 조명의 디테일을 보여주기 위해 상품 라벨을 떼어내지 않은 용기를 첫 번째 꽃잎으로 사용함
2. 나머지 용기들은 내부 조명 빛의 자연스러운 확산을 도모하기 위해 유광의 플라스틱 용기 표면을 샌딩하고 특수 코팅을 마치 불투명의 유리 용기 표면처럼 보이도록 함
3. 용기의 뚜껑을 가공하여 스피커와의 결합용 조인트로 사용함
4. 해바라기 꽃밭 형태를 연상시키는 미들 레인지 콘 스피커를 선택하고 이를 중심으로 전면에 45도 간격으로 8개 배치하고 이와 엇갈리게 하여 후면에도 45도 간격으로 8개 총 18개의 용기를 배치하여 꽃의 형상을 구성한 후 꽃의 입체적 느낌을 부각하는 동시에 스피커의 소리를 앞으로 모아주기 위해 전면에 배치된 용기들은 앞쪽으로 약 3도가량 기울여 주었음
5. 후면부 보호 덮개를 반투명으로 하여 아두이노나노의 작동 시 발광하는 붉은 조명을 투영하게 하고 보호 덮개를 스피커와 이격 시켜 용기 안으로 연결되는 전선이 노출되도록 하여 메카닉한 느낌을 연출하였음
6. 스피커를 잡아주는 스탠드를 최대한 얇은 모델을 사용해 꽃의 형태를 두드러지게 하였음
성장은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 변신네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