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공모전 기획안을 제출할 때, 이전보다 진보된 개념을 담았다고 자부했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실제 작업을 하면서 재료들도, 사람들도 나에게 이전에 생각하지 못한 시각을 가지게 해주는 것은 물론, 인간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첫 번째
기존 원칙을 보는 시야를 넓히다
이번 작업 전까지는 업사이클링 대상 재료의 가공은 기능 또는 형태적인 필요에 한에서 최소로 하는 것이 나의 작업 제1원칙이었다.
그 이유는 업사이클링 작품의 대상이 되는 그 어떤 것도 처음에 제품으로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수많은 디자이너와 메이커들의 생각과 손을 거쳐 탄생한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노고로만들어진 결정체를 활용하여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이 세상에 태어남에 대해서 항상 감사해하며 제품 표면에 채색은 물론 가급적 표면에 붙어 있는 라벨조차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작품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이번에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 표면에 샌딩과 코팅이라는 물성 가공작업을 통해, 재료의 표면을 고급스럽게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 용기 내부에 설치한 조명의 광원을 감춰주면서 조명이 용기 전체로 은은하게 퍼지게 연출하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로써 제1원칙이 깨진 것은 아니지만 이번 작품을 계기로 기존에 세워둔 최소화의 범위에 대한 강박관념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
도움에 감사하며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다
초등학생도 코딩을 하는 세상에 어쩌면 작품에 코딩을 적용했다는 게 타인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그리 큰 기술이거나 도전이 아니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혹의 나이와 두 달이라는 짧은 작품제작 시간을 감안할 때, 나에게는 제법 큰 기술적 도전이었다. 기존에 소리의 크기에 반응하여 조명의 밝기가 변하는 사운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스피커 출력 단자에 초록색 또는 파란색의 발광다이오드를 직접 연결시키는 방법은 의도한 효과를 어느 정도 달성해 주었지만 광원의 칼라, 수량 그리고 발광 방식 등을 원하는 대로 조정하고 싶은 욕구가 항시 머릿속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다행히도예전부터 이런 갈망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아두이노 코딩에 생각하고 있었고, 이러한 생각을 처음 가지게 해 주신 작가님의 가르침과 응원으로 도전을 결심하는 시간은 물론 시행착오의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세 번째
소통을 바탕으로 경쟁을 즐기다
비록, 상금 1천만 원의 주인공은 되지 못했지만 나에게 있어 너무나도 행복했던 여정이었다.
3차례에 걸친 심사와 인터뷰 과정, 지난해 참여 작가분들의 멘토링, 그리고 프로필사진 및 작업영상 촬영 시간 동안에 6팀과 나눈 이야기로 공모전 진행기간 내내 뜻깊고 알찬소통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개인적 노력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성취감뿐만 아니라 경쟁자들이 노력한 과정과 결과물을 보고 배움으로써 혼자는 생각하지 못할 새로운 영감과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가족과 주변 지인들은 물론 인스타그램 팔로워 분들의 진심이 담긴 응원을 받고 전문 포토그래퍼로부터 행복하게 웃음 짓는 인생샷도 건졌으니 어찌 행복했다 아니할 수 있겠는가!
상상력과 이를 구현하는 기술적 진보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물에 대한 남다른 시야를 가지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열린 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변신네모-
끝으로 소중한 성장의 기회를 주신 공모전 주최 및 관련 스태프분들과 응원해 주신 주변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 그리고 9월에 진행될 전시회에 이뤄질 행복한 소통도 기회도 설례이는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