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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신네모 Aug 08. 2023

24. (전편) 삶을 업사이클링하다

타인 지향적 삶을 사이클링하다

 남을 눈을 의식하며

 성공했었다

 대학에 들어가 처음 건축제도 수업을 들었을 때의 일이다. 수업 시간에 10분 정도 늦게 들어오신 교수님은 늦으신 이유는 말씀하시지도 않고 칠판에 한문을 반 이상 섞어 판서를 하시고는 곧바로 과제를 내주셨다.(참고로 교수님은 일본 유학을 다녀오셨던 분이었다) 지금 대학에서 이러한 일이 있었다면 학생들의 항의 글로 SNS가 도배되었겠지만 당시 교수님의 카르스마에 압도된 나와 동기들은 수업 이후 판서의 내용을 해독하기에 바빠 불평을 논할 여유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대학시절 사용했던 제도용구

 첫 제도 과제의 결과는 실로 참혹했다. 나를 포함 10%를 제외하고는 과제 우측 상단에 리피트 즉, 다시 하라는 의미를 가지는 붉은색으로 쓰인 R이란 결과를 받았고 심지어 두 번 더 그리라는 R2라는 글자를 받은 동기도 꽤 많았다.

 실망할 여유도 없이 다음 과제가 나왔고 과제를 하면 할수록 늘어가는 늪과 같은 구조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점점 지쳐갔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미팅이나 노는 것에 별반 관심이 없어 별다른 탈출구가 없었던 나는 숙명?을 받아들이고 다시 그리고 그려 세 번째 만에 P(패스)를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고된 과정을 반복한 나는 결국 세 번째 과제에서는 드디어 A를 받을 수 있었다.

 노력에 대한 보답은 참으로 달콤했다. 이후, 이러한 달콤함을 더 맛보기 위해 놀러 가자는 친구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자취방에서 커튼을 닫고 몰래 과제를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오던 내가 한 달 동안 집에 가지 않자 부모님은 고등학교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학교에 갔을 거라며 농담을 하실정도였다.

 이러한 성실함을 좋게 본 조교는 카리스마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더 배우는 것을 추천했고 대학원에 들어가  카리스마 교수님을 인생 모델로, 남들로 부터 존경받는 멋진 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후 석박사를 취득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연구원 생활을 하고 돌아와서야 교수라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아니 성공을 할 수 있었다. 대학졸업 후 무려 17년 만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은 계속되지 않았다.

 학령인구의 감소, 취업난 등의 난제를 안고 있는 한국의 대학은 일본 대학 환경과 많은 차이가 있었고 이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꿈꾸던 교수가 됐는데 왜 주변 상황이 이렇게 나를 안 도와주는 것일까라며 원인을 외부에서 찾았다. 이후 학생을 가르치는 역량과 공감대 형성 능력 부족 등,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 자책의 시간이 길어지고 자존감은 계속 떨어져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던 나는 결국 대학을 나왔다.


 이제 나 다움을 찾는

 과정을 즐기면서

 세상과 소통을 하며 성장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교수란 직업은 내가 원한 것이기도 하지만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멋있게 보이길 바라서 맘에서 시작했기에 그 끝이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일 수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남들의 눈에 보이는 성공만 맹목적으로 쫒으며 무엇을 하기 위해 성공을 하려 하는 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남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다.
"너 못생겼어" 그러면 상처받고
"너 잘했어" 그러면 기뻐하고
그런데 정작 자기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귀담아듣지 않는다.
- 배구선수 김연경 -

 방송에 출연한 어느 강사의 말이 기억난다. 꿈은 직업과 같은 단순한 명사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무엇을 하고자 한다는 동사로 꾸어야 한다고 그리고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이루려 노력할 수 있는 꿈이 좋은 꿈이라고!

 나는 그간 내 손에 움켜쥐려 했던 것을 내려놓음으로써 남들이 멋있어하는 삶을 산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과거에 이룬 결과보다 현재로부터 미래로 이어지는 앞으로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과 성공이 아닌 실패가 성장의 어머니임을 깨달았다. 이제는 지난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간의 성공을 위해 달려온 과정이 지금과 같은 업사이클링 작품의 디자인 철학을 형성하는 자양분이 되었음을 알기에 후회지도 않는다.


 이제는 인터넷에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다수의 논문들을 보며 혼자 자랑스러워하던 과거 보다, 삶의 스토리가 담긴 작품과 에세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실제로 행복한 소통의 결과, '주말에 즐기는 취미생활'이란 주제로 인터뷰를 하기에 이르렀다.

인터뷰 내용 보기


 그렇다고 남들에게 보기 좋은 일과 내가 좋아하는 일 가운데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라고 무책임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 당신 머릿속에 평범한 생각이  떠오른다면 그것은 그만큼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됨을 의미하므로.  

 다만, 행복은 돈과 명예처럼 남들이 다 좋아하는 것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나가며 나 다움을 찾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삶에도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 여기서 나 다움 즉,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한다면, 단순히 남과 달리 보이고자 무리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도 않된다. 억지로 보여주기식 자아 만들기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남들 보기에 멋지고 칭찬받을 수 일을 찾아 흉내 내어 성공(成功)하려는 타인지향적 삶을 살아가지 않는다,

 진정한 재미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을 바탕으로 나 다움을 생각하고 찾아가는 과정을 자발적으로 즐기며 지속적으로 성장(成長)하는 사람이 되고자 오늘도 나는 삶을 업사이클링해나가고 있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당신은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 폴 브루제(Paul Bourg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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