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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샘 Sep 30. 2024

13. 평범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평범하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흐르는 삶은 어디를 향할까?


지나간 과거 혹은 오지 않은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기로 결심했다고 해서 갑자기 마음이 편해지거나 삶이 단순해지지는 않는다. 삶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어제로부터 연유한 오늘이 있고, 오늘을 지낸 모양대로 내일이 온다. 과거에 대한 성찰과 미래에 대한 비전 없이 지금을 충실하게 살 수는 없다.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내는 힘은 지난날의 수용과 더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에서 나온다. 그러니 지금, 여기서의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곧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역동적인 삶이다.


아무리 애써도 삶이 더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을 때, 남들보다 노력을 덜 하는 것도 아닌데 나만 뒤처지는 기분이 들 때, 도대체 남들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나 궁금할 때 자기 계발서를 읽는다. 성공한 이들은 대체로 비슷한 긍정적 마인드와 성실하고 체계적인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 상당한 재주가 있다. 유명한 자기 계발서일수록 성공한 저자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이끌려 그대로만 하면 나도 뭔가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생기는 것은 그런 이유다. 

문제는 그 마음이 책을 덮고 나서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몇 번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고 나면 자기 계발서를 읽는 것에 회의가 느껴진다. 요즘에는 자기 계발서를 읽어도 달라지지 않는 이들을 위한 강연이나 책까지 나온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지만, 결국 자신이 만들어내야 하는 변화를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나만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더 나은 삶은 어떤 걸까? 삶을 변화시키고 싶은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도 넘치지는 않지만 딱히 부족하지 않게 적당히 잘살고 있는데 자기 계발이 도대체 왜 필요한지, 자신의 성장 욕구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다들 고만고만하게 살아가는데, 주변에 유별나게 성공했다는 이들은 그리 많지도 않은데, 나는 왜 상한선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성공을 바라고 남들의 성취를 부러워하는 걸까?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마리나 반 주일렌 지음, 박효은 옮김, 피카, 2024)를 읽다가 그 대답을 찾았다. 우리가 자기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만 더 나은 무언가를 바라는 이유는 타인의 시선 때문이다. 

세상이 정한 성공의 기준에 맞추어 남들의 기대와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그만하면 괜찮다’는 마음에 채찍을 휘두른다. 잘난 사람도 있고 못난 사람도 있는 세상이건만 모두가 잘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남들 눈에 띄지 않는 소박하고 평범한 자신의 모습이 세상의 기준에 못 미치는 것 같아 초라하게 여겨진다. 그런 마음은 자신감을 잃게 만들고, 정작 다른 사람은 별 관심도 없는데 그들이 나의 부족함 또는 무능력함을 알아챌까 두려워진다. 생각 속에서 내가 만든 덫에 걸려 넘어지는 혼자만의 시나리오가 펼쳐지는 것이다. 



비범과 평범 사이, 그만하면 괜찮다


남들 눈에 비친 나를 지나치게 의식하면 마음이 늘 피곤하다.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이 아니라, 남 보기에 번듯한 모습을 연출하는 배우처럼 살게 된다. 가면을 쓰고 사는 꼴이다. 대단한 능력을 갖추고 성공한 듯 보이는 사람들 중에도 자신이 부족한 게 많다고 여기고 다른 사람들이 그걸 눈치챌까 두려워하는 가면증후군에 시달리는 이가 많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도 그렇다. 늘 무언가 부족한 듯하고, 성취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남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가면을 쓰고 사는 것 같다. 비범과 평범은 그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타인의 시선 때문에 온전히 자기 삶을 살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함께 사는 세상이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살기는 어렵다. 그러나 항상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평가에 휘둘리고 산다면 자신의 내면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정받고 싶은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아무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평범함이 왜 그리 참기 어려운지 알아야 한다.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만하면 괜찮다’는 마음과 ‘그것으로 충분치 않다’는 마음 사이에서 방황하는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우리 삶은 강인한 투지만으로 정상에 가 닿을 수 있는 산이 아니다. 의지가 있더라도 체력과 날씨와 함께하는 동료 같은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등반이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성공적인 삶이 어떤 것인지 자기만의 정의가 없다면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 

가닿지 못할 곳을 열망하는 것은 좌절감을 준다.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디까지 가면 만족감을 느낄지 세상이 아니라 자기만의 기준이 필요하다. 평범한 일상에서 나에게 충분히 괜찮은 것을 찾아내는 것이 내 삶을 어여삐 여기는 일이다.


그렇다고 가닿아야 할 곳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가끔 내 삶이 누추하고 색이 바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결과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지향하는 곳을 향해 걸어가는 나의 수고로움을 인정해야 한다. ‘평범하고 그만하면 괜찮다는 개념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그리고 삶에 대한 평가가 아닌 삶 그 자체에 반영된다.’는 책 속의 문장이 마음에 와닿는다. 


이제 겨우 마흔 중반을 지나면서 ‘이 나이에 무슨’이라는 말로 앞으로 나에게 있을지도 모를 많은 기회와 성과의 싹조차 잘라버리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평범하다는 것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거나 무언가를 이루려는 목표가 없는 상태가 아니다. 크고 눈에 띄는 결과로 증명되지는 않아도, 작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들이 많다. 누구나 다 하는 일이라고 해서 대수롭지 않은 일은 없다. 아이를 키우고, 늙은 부모를 돌보고, 집안일과 매일의 끼니를 챙기는 사소한 일들이 하찮을 리가 없다. 


그런 평범한 일상에서 내 존재감을 느끼고 살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사회적인 성취를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비범한 능력을 타고나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부족한 사람은 아니다. 무언가가 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한 나를 원망하지 않고, 다른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걱정하지 말고, 지금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인정하자. 태양은 한결같은 빛을 낼 뿐, 찬란하다 느끼는 것은 그걸 바라보는 이의 마음이다. 내 삶도 평범하고 한결같아 때로 사는 일이 시시하게 느껴진다. 그때 마음을 달리하여 바라본다. 찬란함은 내가 나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나온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내 삶의 빛이 찬란하지 못해도, 그만하면 괜찮다, 조용히 나를 위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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