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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샘 Nov 28. 2023

<박상미의 가족 상담소>

앎과 삶은 닮은꼴이다


<모르면 오해하기 쉽고, 알면 사랑하기 쉽다 ; 박상미 지음, 특별한서재, 2022.>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알면 사랑하게 된다'라고 했고, 심리학자 박상미 교수는 '알면 사랑하기 쉽다'라고 한다. 모두 앎을 사랑과 연결 지었다. 무엇을 사랑할 것인가? 사랑의 대상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대상이 그 무엇이든 그것에 대한 앎이 더 쉽게 사랑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좋아하는 저자의 책을 찾아 읽는 재미는 독서의 즐거움 중 하나다. <우울한 마음도 습관입니다>에 이어 전작을 찾아 읽는다. 유튜브에서도 박상미 교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만 책이 주는 쉼이 좋다. 페이지 넘기는 손길을 멈추고, 생각하고, 끄덕이고, 쉬었다가 다시 읽어 가는 느린 책 읽기로 관계에 대한 마음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책이 <박상미의 가족 상담소>다. 


너무 익숙해서 잘 안다고 착각하고 산다. 지금까지 그랬으니까 당연하게 여겨지고, 마음에 좀 안 들 때가 있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유일한 관계가 가족이라 생각했다.


아니란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오히려 더 상처를 주고, 알려고 애쓰지 않아서 오해하고 상처받는단다. 부모, 부부, 자식 간에도 공부가 필요하단다. 그 앎으로 아프지 않게 사랑할 수 있다고 한다.


자식으로도 살아보고, 배우자로도 살아보고, 부모로도 살아보고 있다.

아무리 좋은 부모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 커가면서 내 부모가 살아온 날들을 알게 되니 당신들의 삶이 보였다. 내 부모도 자식이었을 때 보살핌을 받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음을 알고 나니 당신들의 사랑이 가끔 서툴기는 해도 진심임을 깨달았다. 부모가 되고 나서 알았다. 내 부모의 사랑이 서툰 것이 아니라 자식이었던 내 마음이 이기적이었다. 세상살이 어려운 줄도 모르고 내 마음에만 흡족한 부모이길 바랐던 내가 철이 없었다.


자식으로 살아봤으니 내 아이들의 마음도 알 것 같아 어른 행세를 한다. '같은 뱃속에서 나왔는데 어쩜 이리 다르냐'던 부모님 말씀이 틀리지 않음을 자식 키우면서 알았다. 내 뱃속에서 똑같이 열 달을 키웠어도 자식들은 서로 다르고 나와도 다르다. 그러니 내 어린 시절 생각으로 그들을 예단할 수 없다. 제일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가 누구인지, 어떤 때 학교에 가기 싫은 마음이 드는지 물어야 한다. 알아갈수록 내 부모도, 자식도 더 잘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가장 어려운 것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배우자와 그의 원 가족이다. 갈등이 가장 많은 관계가 될 수 있는 것도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각자 자신의 앎에만 기대어 서로를 대하면 여지없이 삐걱거린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는 말과 행동은 서로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물어야 한다. 부부간에 대화가 필요한 이유다. 평화를 위해 하는 대화가 싸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신혼 초엔 전투적이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서로를 알게 되면 내 마음이 비워지는  어느 선에서 서로 타협하고 살게 된다. 상담실 조언처럼 늘 지혜롭게만 대처하면 좋겠지만, 싸우면서  서로를 닮아간다.


그래도 괜찮단다. 싸우는 게 당연한 거라고, 안 싸운다는 건 대화가 없는 거라고, 덜 싸우는 가족이 행복한 가족이라고 저자가 격려한다. '열린 대화하기, 판단과 충고하지 않기, 싸우기 전에 용기 있게 감정 이야기하기, 공감하고 위로하기, 칭찬하기.' 이것이 가족 간에 소통하는 방법이라고 알려준다. 알았으니 이제 쉽게 사랑할 수 있을까?



모든 생명체는 행동으로 자식을 가르치는데, 지구상에 한 생명체만 입으로 자녀를 가르친다고 합니다. 이 생명체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바로 인간입니다. 나는 혹시 말로만, 입으로만, 너무 많은 잔소리로만 내 자녀를 키우고 있는 건 아닐까 한번 점검해 보세요. 행동으로 자식을 가르칠 때 내 자녀는 나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박상미의 가족 상담소>, p.91.)




시험지를 받아 들고서야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부실했는지 깨닫는 것처럼, 사랑하는 방법도 머리와 입으로 아는 건 진짜 앎이 아니다. 공부에 끝이 없다더니 정말 그렇다. 행복한 가족을 꿈꾼다면 끝없이 가족에 대해, 내 말과 행동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어릴 때 그렇게 이쁘던 아이가 어디 가고 사춘기가 되면 딴 사람이 되더라도, 듬직하고 덤덤하던 남편이 감성 충만한 중년 아저씨가 되어 잘 삐쳐도 그것이 건강한 변화임을 알아야 한다.


앎은 자기밖에 모르는 철부지를 키우고, 가족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우리의 삶을 확장시키는 힘이다. 앎과 삶은 그렇게 글자 모양처럼 닮은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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