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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덜투덜 Jul 22. 2022

똑똑똑 예술가 (2)

안나 어르신


사전에 연락을 드리고 찾아갔으나, 이야기도 하기 전에 먼저 울음을 보이신다.

“내는 마 옛날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그때 생각을 하면 너무 힘들어서 떠올리기도 싫다.” 한참을 그렇게 훌쩍거리신다. 그리고는 한숨을 길게 하~ 하고 내쉬고는 조금씩 안나 님의 역사를 들려주기 시작하셨다.     

“다시 태어난다면 새가 되고 싶다” 어린 시절 4명의 친구들과 뒷산에 나무를 자주 하러 가셨다고 한다.

하늘을 보고 들어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한 친구가 다음에 태어나면 뭐가 되어 싶으냐고 물었을 때 안나 님은 그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훨훨 자유롭게 어디든 날아가고 싶다~ 지금도 변함이 없느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신다. 얼마나 한 많은 삶을 살아오신 걸까?     

안나 님의 인생은 희생으로 시작되었다. 7 자매의 장녀. 우리나라의 장녀들은 왜 그리도 희생을 강요당했는지 모르겠다.

안나 님도 마찬가지였다. 집안일은 언제나 안나 님의 몫. 동생을 돌보는 일도 안나 님의 일이었다. 어머니와 할머니는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안나 님을 못마땅해하셨고 조금이라도 집안일을 피해 친구들과 함께 하려 하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리고 급기야는 많은 식구에 입 하나를 덜려고 서둘러 결혼을 시키셨다. 그녀의 나이 19살이었다.     

하지만, 그 결혼은 안나 님의 불행의 서막이었다. 나이도 한참 많은 남편은 이혼경력이 있는 사람이었고 폭력성까지 있어 안나 님의 결혼생활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힘들 삶의 굴레는 남편뿐만 아닌 시댁 식구들도 가세하여 안나 님의 숨통을 조여왔다. 남편이 뱃일로 집에 없는 동안에는 시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아이들과 동네 어르신의 집으로 피신하기도 하였다.     

암울했던 결혼생활은 결국 안나 님이 그 집에서 도망치기는 것으로 끝이 났다.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 않아 간간이 나간 잔칫집 도우미 일이 계기가 되어 바람이 났다고 남편이 의심을 하기 시작하였고 남편은 시동생과 함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안나 님을 감금하고 머리를 강제로 삭발하였다. 그날의 안나 님이 느꼈을 두려움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그 당시 중1이었던 어린 아들이 묶여있는 엄마를 풀어주며 “엄마 도망가라” 안나 님은 그 길로 도망 나왔고 아이들과 생이별을 하게 되었다.     

이후 남편과 시댁 식구들의 눈을 피해 부산 국제시장의 국밥집에서 숙박하며 숨어 살았다. 남편과의 악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남편과 시댁 식구들은 어떻게 찾았는지 식당까지 찾아와 난장판을 치기 일수였다. 국밥집주인은 사연 있는 안나 님을 잘 돌보아 주셨고 법조계 분을 소개해 주셨다. 잘못된 인연은 제대로 끊어내고 새 출발을 하라고 하셨다. 그동안의 일들을 근거로 증인을 내세웠다. 물론 시댁 식구 중에 나서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가끔 피신에 있었던 어르신 댁의 아들이 증인이 되어 겨우 이혼소송을 하게 되었다. 36살의 안나 님은 그렇게 악연을 끊을 수 있었다. 다만, 이혼과 함께 자녀들과 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마음의 응어리였을 꺼라 생각된다.     

인터뷰를 하시는 중에도 자녀에 대한 이야기는 조심스러워하셨다. 그립지만 그립다고도 말할 수 없는 아이들에 대한 마음은 가슴에 묻어두신 것일 것이다.      

(현재 나이) 살이 된 안나 님은 순탄한 인생을 살지는 못하셨다.

51세에는 새로운 만남이 있어 돌아가시기 전까지 함께 하기도 했지만, 생활력이 있는 분이 아니라 여자 혼자의 몸으로 식당일부터 다방운영까지 안 해본 일 없이 거칠고 굴곡 많은 인생이셨다.      

노년기에 접어드셨지만 고운 얼굴과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시는 안나 님은 자기 관리에 철저하셔서 7년 이상 요가를 꾸준히 하셨고 요즘은 교통사고로 다친 몸을 재활하기 위해 매일 수영장에 가서 운동을 하신다. 그녀의 인생 속에는 가족의 인연은 없었지만, 좋은 주변분들에게 위로를 받으며 살아오셨고 지금이 이웃들과 소소한 일과를 즐기며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시고 계신다고. 안나 님 오늘도 무사히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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