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카페 사장이 되었습니다.
내 인생의 선택지 안에 없었던 소상공인으로 살고 있지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풀어내려고요.
한 때 꼬마빌딩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에 편승해 꼬마빌딩을 짓기 시작하여, 카페를 운영하는 일상을 공유하려 합니다.
스페이스 X는 몇 차례의 폭발과 실패 끝에 지난 8월, 마침내 스타십 발사에 성공했다. 이제 그들은 인류 최초의 유인 화성 탐사를 향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민간 기업이 화성에 간다’는 말에 모두가 코웃음을 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불가능을 현실로 바꾸는 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마음이었다.
나도 조금은 엉뚱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스페이스엑스보다 앞서 인간 최초로 화성에 진입하는 프로젝트, ‘화성 1호’의 야삼찬 ‘summer 2020’의 서막을 올린다. 무슨 개소리냐고 하겠지만 나에게는 충분히 낯선 붉은 별이었기에 감히 스페이스 X에 도전한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네이버 카페에 전용 방이 열리고, 거기서 우리는 설계와 시공의 전 과정을 공유받는다. 그렇게 우리는 화성의 첫 의뢰인, ‘화성 1호’가 되었다.
우리는 카페에 마련된 우리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소통하기 시작했다.
건축사님이 먼저 교신을 시도했다. 화성 1호의 탐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화성 병점역 부근 삼각형 땅에 순수 점포건물을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병점역과 큰 도로의 버스정거장 사이에 있어서 유동인구가 꽤 되는 지역이네요 :)
주거지역이 아니다 보니, 건축법이 까다롭지는 않지만,
건축한계선으로 인하여 크게 지을 수는 없네요 ㅠㅠ
하지만 독특하고 예쁜 점포 건물로 승부를 보려 합니다 ㅎㅎ
수신 완료! 정말 두근거리는 순간이다. 나도 답신을 보낸다.
송승훈이라는 제가 참 존경하는 선생님이 계셔요.
이 분이 집을 지으면서 건축가와 주고받은 메일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이 있습니다.
<제가. 살.고. 싶은. 집은>
몇 해 전 이 책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나의 영혼이 녹아든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상가를 먼저 짓게 되었네요.
그 책을 통해 건축이란 인간의 삶과 예술과 문화, 배려와 협동...
건축물이야말로 인문학의 결과물임을 깨닫습니다.
그러고 보니 낯선 거리의 많은 건물들에 깃든 사연과 역사가 궁금해지네요.
오늘 드디어 00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제가 갖고 싶은 건물은..
바쁜 삶 속에 있지만 잠시 들어가 쉬어가고 싶은 곳.
퇴근길엔 그 안에서 차 한잔 시켜놓고 하루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곳.
00과 함께라서 가능할 거 같네요.
00을 알게 되어 참 다행입니다.
정말 믿음직하지 않은가? 어떤 일을 잘 해내려면 무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교신을 주고받으며 신뢰의 관계를 맺고 있는 나에게 남편은 찬묵을 끼얹는다.
'너무 믿지 마!'
옳다는 생각이 들면 너무 깊이 빠지는 성격 탓에 남편은 항상 경계심을 가지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런 비판적 사고가 부족하다. 어차피 함께 일하는데 믿음을 가지는 것이 그쪽과 이쪽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생각하는데 때론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넘기며, 세밀하게 살피지 않는 모습으로 비치는가 보다.
‘나는 그렇게 생겨먹은 사람인 걸! 나는 그냥 믿고 싶은걸!’
사실 사기꾼인지 모르고 믿었다가 당한 뻔한 이력이 있으니 남편의 말에도 일리는 있지만, 나는 그가 사기꾼인줄 안 후에도 버리지 않고 연민으로 품어줬더니 다시 나에게만은 사기를 치지 않았다. 진실로 믿어주는 것이 그 사람을 회계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생각, 누구나 자기만의 철학 하나쯤을 가지고 있지 않나? 그것이 개똥 같다고 해도 내 경험이 만들어준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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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내가 먼저 교신을 시도해 본다.
저는 제가 모르는 영역에 대한 질문이 생기면 그 해법을 책에서 찾곤 합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 무작위로 책을 뽑아 드는데
(내가 모르는 영역이니 당연히 책을 선별하는 능력도 없겠죠)
가끔 이렇게 내 마음에 쏙 드는 책을 발견하고 혼자 흐뭇해하곤 한답니다.
그 책은 바로 <건축가 서현의 세모난 집짓기>랍니다.
건축상을 수상한 저자의 건축물들은 공학적 계산법이 아닌
예술적 영감과 철학적 고민에서 탄생하였더군요.
도서관을 찾아 언제나 무심코 지나쳤던 건축 관련 서가에 서서
나의 호기심을 채우고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참 재밌네요.
내일은 더 재미있겠죠? 읽어야 할 책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말이죠.
집 지으면서 십 년은 늙는다고들 한다.
그럴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문가들을 신뢰하지 않고 전문적 식견을 차용하는데 필요한 적절한 보상도 아까워했기 때문이다.
좋은 계획이 좋은 결과를 만든다.
전문가를 존중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좋은 계획을 세우는 방법이다.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에서 어설프게 직접 전문가가 되려 한다면 바로 본인이 그 공부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십 년 늙어가며 공부해서 지은 그 건물은 여전히 문제투성이일 수밖에 없다.
- 본문 중
세모난 땅에 세모난 건물
세모는 조금 낯설고, 엉뚱하고, 불편하다.
세모는 모험이고 도전이고 창조다.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