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카페사장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가끔 들러 힘을 주셨던 작가님들 덕분에 저의 이야기를 마칠 수 있었네요.
주중에는 본업으로 주말에는 부업인 바리스타로 살아가는 일상이 쉽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이 브런치북을 써나가며 두 가지를 모두 내려놓고 싶지 않을 만큼 내가 그 일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그것만으로도 값진 보상이겠지요.
저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건축 과정을 상세하게 이야기해 드릴게요.
카페에서 일하며 틈틈이 써 내려간 저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다가가길 바랍니다.
저는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살아내 보겠습니다.
삶은 언제나 예측 밖이어서 어쩌다 만난 남자와 우정을 나누다 사랑에 빠졌고 어쩌다 카페사장이라는 부캐를 갖게 되었다.
‘커피 마시면 머리 나빠져’라는 근거 없는 말로 나에게는 한 모금도 허락하지 않으면서 손님이 오시면 예쁜 찻잔에 담아 내밀던 엄마의 커피.
커피 2 - 프림 2 - 설탕 2라는 황금비율을 찾아내기 위해 엄마 몰래 마셨던 달콤했던 날들과 그것도 모자라 프리마를 몰래 맨 입에 털어 넣었을 때의 고소함을 잊을 수가 없다.
‘엄마는 이 맛있는 걸 혼자 먹으려고 거짓말을 했구나.’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은 간절함이 생기듯이 먹지 못하게 하니 그 맛이 더 환상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에게 커피는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달콤하고 고소한 어른의 맛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었나 보다.
스무 살의 100원짜리 자판기 커피는 더 달콤했고, 늦게까지 재밌게 놀 수 있도록 나를 각성시켰다. 매일 ‘오늘은 뭐 하고 놀까?’를 고민했던 20대의 풍요로운 기억이 30대, 40대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었다.
‘뭐 하고 놀까?’가 ‘뭐 하고 살까?’로 바뀌었고 이제는 매 순간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는 나이가 되었다. 다디단 MIX 커피를 지나 아메리카노의 매력에 빠진 것처럼 이제야 결코 달지만은 않은 씁쓸한 인생의 맛을 여유롭게 음미할 줄 알게 되었다.
고온의 압력으로 빠르고 진하게 내린 에스프레소, 거품이 천천히 부풀어 올랐다가 꺼지면 마지막 한 방울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핸드드립,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긴 시간을 들여 우려내는 콜드브루처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듯 우리가 사는 방식도 다채롭다. ‘어떻게’에는 정답 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니 매 순간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쓴맛, 단맛, 고소한 맛, 신맛의 적절한 블랜딩을 찾고, 가끔은 카라멜과 바닐라의 풍성한 단맛을 가미한 베리에이션을 준다면 이보다 멋진 삶이 또 있을까? 황금비율을 찾아가는 당신의 여정을 언제나 응원한다.
오늘도 나는 카페를 찾아주신 손님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주문을 받고 , 커피를 내린다. 때론 한숨이 섞여 나오고, 어떤 날이 커피 맛이 쓰디쓰기도 하지만 지치지 않고 오늘도 내일도 살아내겠다.
어쩌다 들른 카페에서 자신과 가장 닮은 인생의 맛을 만나길 바란다.
그곳에서 당신의 오늘을 소중히 지켜내기를...
지금까지
저의 이야기를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모두 행복한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