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카페 사장이 되었습니다.
내 인생의 선택지 안에 없었던 소상공인으로 살고 있지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풀어내려고요.
한 때 꼬마빌딩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에 편승해 꼬마빌딩을 짓기 시작하여, 카페를 운영하는 일상을 공유하려 합니다.
카페 사장으로 산 지 4년.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새로운 계산법'이 생겼다. 눈앞의 물건 가격표를 보면 머릿속은 초고속 컴퓨터처럼 빠르게 돌아간다.
'어라, 이거 사려면 커피를 몇 잔이나 팔아야 하는 거지?'
'와, 이 물건은 커피 한 잔 값도 안 하네?‘
세상의 모든 가치가 '커피 몇 잔'으로 환산되는 단순한 일상! 잔이 매일 쓰는 기준 단위가 된 덕분에 쓸데없는 소비는 줄었으니, 뭐... 나름대로는 합리적인 소비 습관이 생긴 것이다.
카페를 운영하기 전, 친구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스타벅스에서 시작되곤 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4,500원이라니!'
솔직히 당시엔 꽤 비싸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단순히 커피 이상의 ‘묘한 고급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오랫동안 수다를 떨어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을 만큼 넓고 쾌적한 공간, '마키아또', '프라푸치노'처럼 이름만 들어도 혀끝이 얼얼하며 왠지 모를 도파민을 뿜어내는 신메뉴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손에 들린 초록 로고의 컵이 주는세련된 감성! 이 모든 무형의 가치가 내가 지불한 값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스타벅스는 분명, 달랐다. '작은 사이즈요, 큰 사이즈요?' 대신' 톨, 그란데, 벤티.'라는 낯선 언어로 불렀지만 어느새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친숙한, 아주 보통의 사이즈 단위가 되었다. 쓰든 달든 '주어진 대로 먹는' 대신 '원하는 대로 준다'는 느낌을 주었고, '샷 추가'를 하고 '당도'를 조절하는 커스터마이징은 마치 '음료에 너의 색깔을 담아봐!라고 말하는 듯했다. 내 취향이 존중받는다는 기분이 꽤 괜찮다.
여기에 커피만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 스타벅스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카공족'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고, 미팅을 잡거나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곳! 커피값은 마치 '참견 금지, 눈치 금지' 구역으로 들어서는 프리패스나 다름없었다. 넓은 테이블에서 랩톱 펼쳐놓고 공부하는 학생들을 품고도 남는, 역시 대기업의 ‘포스’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이쯤 되면 4,500원은 ‘커피+공간+자유’라는 올인원 패스 아닌가.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고급스러움'의 기준도 자꾸만 높아졌다. 스타벅스조차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느껴지자, 그들은 '리저브'라는 이름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어느 날 친구가 굳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리저브 매장에서 만나자고 했다.
“야, 내가 비싼 집, 좋은 차는 못 사도 커피는 먹고 싶은 곳에서 먹고 싶어. 하루 한 잔인데 이것까지 아껴야 해?”
나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집 업그레이드하려면 수억, 차는 수천만 원이 필요한데, 단돈 천 원으로 기분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니! 이건 뭐, 최고의 가성비 아닐까?’
리저브는 내 친구에게 단순히 맛있는 커피만 판 게 아니었다. '나를 위한 특별함'이라는 업그레이드된 경험을 팔았고,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무거운 짐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는 '천 원짜리 위안'을 팔고 있었던 것이다. 다양한 원두와 추출 방식을 직접 선택하며, 나만을 위해 정성을 쏟는 바리스타의 손길. 표준화된 시스템 속에서도 '개인 맞춤형'이라는 특별함은 사람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친구의 그 한마디는, 내가 카페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고민이 되었다.
'과연 나는 커피 외에 무엇을 더 줄 수 있는가?'
스타벅스가 이미 '맛'과 '서비스', '커스터마이징' 그리고 '공간'이라는 가치로 4,500원이라는 가격을 완벽하게 정당화하고 있었다. 결국, 내가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있어야만 스타벅스와 기꺼이 견주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경험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나의 커피도 4,500원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탁 트인 시야로 물과 산이 내려다보이는' 환상적인 뷰만 가졌어도 좋으련만, 구도심 한복판 복잡한 도로가에 붙어있어, 창밖은 매연을 뿜으며 달리는 차들과 낡은 건물뿐이었다.
뷰는 포기다! 그렇다면 다른 무엇이 필요했다.
나는 동네 상권을 지키는 든든한 아지트가 되어 단골손님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것.
그리고 스페셜티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서 합리적인 가격에 최상의 맛을 제공하는 전략을 세웠다.
비록 환상적인 뷰는 없지만, 나의 정성과 서비스로 '커피 값 그 이상의 가치'를 선물하겠다는 나만의 승부수였다. 나의 선택과 판단, 그리고 경험의 가치는 결국 '커피 몇 잔'이라는 나만의 계산법으로 자연스럽게 수렴된다.
'이 선택은 커피 몇 잔의 가치를 가질까?
단위는 다르지만 김밥 집 사장님은 김밥 몇 줄로, 치킨집 사장님은 치킨 몇 마리로 세상을 바라본다. 돈으로 계산되지 않는 인생의 농도가 담겨있는 우리 각자의 계산 방식이다. 그리고 그 계산법은 단순한 매출이 아니라, 자신이 세상과 맺는 관계의 언어다. 오늘 하루도, 내 삶도, 결국 이 커피 값으로 통하는구나.
모든 것은 결국 커피 값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