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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지쌤 Oct 20. 2023

다정한 지쌤이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게 된 이유

영어학원 숙제 때문에 잠 못 드는 아이


안녕하세요. 

아이들과 영어책 읽기를 좋아하던 두 아이 맘이자 직장맘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공부가 아닌 살아있는 언어로서 접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저희 아이들 어릴 때, 당시 유행하던 엄마표 영어처럼 원서 읽기를 해주고 싶었는 데, 쉽지가 않았습니다. 직장맘이라 절대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요.


‘누가 우리 애들도 엄마표 영어로 원서 읽기 좀 해줬으면 좋겠는 데’ 주변에 그런 곳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막상 큰 아이 영어 학원 보낼 곳을 찾다 저의 이상과 현실이 매우 다름을 알게 됩니다. 저희 지역에서는 제가 생각하는 편안하고 자유롤운 분위기에서 영어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할 수없이 큰 아이를 원어민 선생님이 계시고 미국 교과서로 수업을 하는 전문 어학원에 보냈습니다.


어릴 때부터 저랑 영어 동화책을 많이 읽었기에 몰입 영어 환경에서도 아이가 잘 적응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똘똘하고 착한 아이니까 잘 해내리라는 믿음도 있었지요. 아이는 영어 학원에 잘 적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행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아이에게 자라고 하니까 영어로 뭐라고 중얼중얼거리더니 '아 이제 됐다' 하면서 이불에 눕습니다. '뭔가 숙제를 해 치웠다' 싶은 이 후련한 미소는 뭐지?'


"00아, 지금 영어로 뭐라고 말한 거야?"


'오늘 엄마랑 어디 갔다 와서
숙제 못해왔다'
를 영어로 말한 거예요.
 
이제 됐어요.
내일 학원 가서 이렇게 말하면 돼요.
엄마, 이제 자요"




저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낍니다.

아이는 영어 숙제를 못 한 적이 이번뿐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숙제를 많이 못해갔을 거고 그럴 때마다 선생님께 영어로 변명하는 것도 버거웠을 것입니다. 차라리 오늘처럼 엄마랑 어디 가서 숙제를 못 해올 때는 오히려 마음이 편합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까요. 



숙제를 못 해갈 때 아이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아이는 집에서 혼자 해가는 미국 교과서 영어 숙제가 어렵습니다. 읽기는 어떻게 대충 하겠는데 영어로 몇 줄 써야 하는 숙제는 아이 혼자 감당하기 힘듭니다. 학원에서도 숙제 검사만 하지, 아이가 어려워하는 '영어 쓰기' 방법은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엄마는 영어를 잘하지만 엄마는 항상 바쁩니다. 엄마랑 영어책은 많이 읽어봤지만 영어 쓰기는 안 해봤습니다. 


할 수 있는 숙제라면 후딱 해치울 텐데 모르는 걸 자꾸 해오라니 아이는 답답합니다. 하지만 숙제는 꼭 해야 되는 거라 알기에, 누구에게 말도 못 합니다. 멋진 모습만 보이고 싶어서, 엄마에게도 '영어 숙제 어렵다고, 힘들다고' 투정 부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숙제를 못 해간 이유가 있으면, 속이 편합니다. 맘 편하게 잘 수 있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동안 아이가 영어 숙제 때문에 얼마나 맘 고생 했는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숙제를 안 하면 제일 스트레스받는 것도 아이 본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묻습니다.



영어 학원 그만 다닐까?
옛날처럼 엄마랑 그냥 집에서 영어책만 읽을까?



아이는 놀란 토끼처럼 눈이 커지면서 '그래도 돼?"라고 제게 묻습니다. 엄마가 맨날 '영어 영어' 했는 데 영어 학원을 안 다녀도 된다니요.  "그럼 영어선생님이랑 같이 다니는 친구한테는 뭐라고 하지?' 아이는 학원 선생님과 친구 걱정이 되나 봅니다. '그건 엄마가 알아서 말씀드리겠다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자, 아이는 그럼 영어학원 안 다니겠다고 합니다. 그러고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집니다.


이렇게 해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이는 영어 학원을 끊고 집에서 영어책만 조금씩 읽게 됩니다. 당시 저는 경기도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힘겨운 직장맘이었고, 아이와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어릴 때부터 저랑 꾸준히 해온 영어 독서 덕분에 혼자 집에서 책 읽고 컴퓨터에 녹음해 놓으면 제가 밤에 와서 들어 보고 뭐 이런 식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고 나니, '그때 영어 학원을 끊는 게 최선이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같이 다니던 친구들은 6학년까지 학원을 잘 다녔고 우리 아이보다 영어를 훨씬 잘하더라고요.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끊어 버리면, 성장할 기회도 잃어버리게 되겠지요. 하지만 아이가 영어 숙제 때문에 상처받는 다면, 숙제 못 한 변명거리를 매일 밤 자기 전 생각해야 한다면, 그걸 제가 도와줄 수 없다면, 일단 아이랑 영어 학원을 분리하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는 본격적으로 엄마표 영어에 고민을 합니다. 


'어떡하면 내 아이들이 편안하고 재미있게 영어책을 읽을 수 있을까?'
'영어책 읽기는 하겠는 데 쓰기는 어떻게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방법을 찾기 위해 제 아이들과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꼭 그래서 그런 건 아니었지만, 테솔 대학원에 진학하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미국식 영어 교수법을 공부합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제 아이들을 데리고 영어 공부방을 시작합니다. 특별한 커리큘럼 없이 아이들과 '뒹글 뒹글 영어책 읽고 낭독하고 독후활동' 하기 방식으로 느슨한 영어를 합니다. 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방식으로 동네 아이들에게도 원서 읽기 수업을 합니다. 


두 아이 모두 초등학생일 때 영어 공부방을 시작했는 데, 지금 큰 아이는 재수생이고, 그 밑에 동생은 고등학생입니다. 이제는 너무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조금은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 일 수 있지만, 어쩌면 진심으로 저처럼, 아이들이 영어를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영어 교육 방법을 찾고 있는 맘님들을 위해 좌충우돌 저의 엄마표 영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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