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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지쌤 Oct 22. 2023

AI 시대에도 영어가 필요한 이유


안녕하세요

두 아이 맘이자, 집에서 영어 공부방을 운영하는 다정한 지쌤입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테솔 (Teaching English as a Second Language)을 전공하였습니다. 


외국계 회사에서 15년 정도 근무하면서 미팅, 리포트 작성등 기본적인 업무를 영어로 수행했습니다. 영어로만 수업하는 대형 어학원에서 초등학생 대상 영어 강사 일도 했습니다. 


제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영어를 접하게 해주고 싶어서, 사실은 우리 아이들과 1년만 집에 같이 있고 싶어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덜컥 집에서 영어 공부방을 시작한, 조금은 대책 없는 사람이기도 하지요. 그런 저에게 묻습니다.



나에게 영어란?



영어란 새로운 세상을 향한 창문

중고등학교 때, 저는 영어를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했습니다. 단어, 숙어 외우고 문법, 독해 공부해야 하는 학교 과목 중에 하나였습니다. 중학교 때 반에서 영어 교과서 읽으라고 시키면 정말 싫었고, 문법도 엄청 싫어했지요.


그러던 제가, 당시 영어를 잘하면 취직이 잘 된다고 해서, 막연히 영문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랐습니다. 



소설책을 읽는 게 공부라니요? 


영문학 시간에는 영시, 영어 소설 등 문학 작품을 읽었습니다. 한 학기 내내 책 1권을 읽는 슬로 리딩 방식이었기에 급할 것도 없었고 조금씩 천천히 읽다 보니 재미있었습니다. 


영어란 단어, 문법, 독해 공부하는 게 전부인 줄 알던 저에게, 영어 소설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적어내는 방식의 교육법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제인 에어, 무기여 잘 있거라, 주홍글씨, 노인과 바다와 같이 내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영어 고전 소설들을 원서로 읽으면서 점점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 되었습니다.  이걸 언제 읽나 싶던 책들도 학기말에는 어느새 끝나 있었고, 시험이 끝난 후에도 긴 여운이 남았습니다. 


신기하지요? 중고등학교 때는 시험 끝나면 바로 땡!이었는 데, 영문학 소설은 한 학기를 완전히 끝내고, 중간, 기말고사까지 치러야, 그제야 제 것이 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문학 작품을 읽다 보면, 같은 제목의 영화에도 관심이 가서 영미권 작품의 영화도 자주 보았습니다. 책과 영화는 나를 다른 세상으로 이끌었고, 영어는 그 세상으로 통하는 작은 창문이었습니다. 


처음에 아주 작은 호기심으로 쳐다보았을 때, 나의 창문은 작았습니다. 점점 영어를 습득하고 사용하면서 나의 영어 창문도 점점 커지고, 도라에몽의 '어디로든 문'처럼 나를 세상 이곳저곳에 데려다주었습니다.


캐나다 어학연수 시절, 영어를 배우러 온 비영어권 나라학생들과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프랑스 회사에서 근무할 때는 한국인과 프랑스인들이 영어로 의사소통하고 업무 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로키산의 게스트 하우스, 유럽의 어느 버스 정거장 앞, 방콕의 카오산 로드 등을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가 될 때도 물론 영어로 이야기했지요. 


그래서 그런가 저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재료와 향신료로 맛을 내는 마법의 수프처럼, 저의 삶도 여러 맛을 내는, 새콤 달콤 쌉쌀하고 가끔 톡 쏘기도 하는 요리였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우연히 듣게 된 유튜브 루이스 헤이님의 영상과 책은 나를 더 큰 세상으로 이끌었고, 삶에 대한 감사와 나의 소명에 대해 생각하고 되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 하면서 행복하게 살자'는 신념도 생겼습니다. 남 눈치 안 보고, 내 눈치도 안 보고, 정말 나답게 살기! 어떤가요? 근사하지 않나요?


이처럼 영어는 제가 좋아하는 책 제목처럼 '살며 사랑하며 배우는' 매 순간에 나와 함께 했고, 제가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데 공기와 같은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가끔씩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직도 영어가 필요한가요?
AI가 다 해주지 않나요?
영어 때문에 우리 아이 스트레스 주고 싶지 않아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영어를 제대로 경험해보지 않은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저 역시 중고등학교 때 학교  영어는 어렵고 지루하고 피하고 싶은 과목이었으니까요. 스스로에게 질문해 봅니다.




나는 왜 영어 공부방을 시작했을까? 
내 아이들과 무슨 영어를 하고 싶었을까?


처음에는 테솔 자격만 수료하고 영어 강사를 했더랬어요. 리먼 금융 상태 때 잠깐 회사를 쉬게 되었고, 운이 좋았는지 집 근처에서 좋은 조건에 어학원에서 일하게 됩니다. 


영어 앞에 당당하고 영어를 즐기는 아이들

영어로 리딩은 물론 수학, 과학도 다 영어로 가르치는 몰입영어 시스템이었어요. 당시 제가 담임하던 초등학교 1~2학년들의 수준 높은 영어 실력에 깜짝 놀랐고 궁금했습니다. 


아이들이 영어로 읽고 말하고 쓰기를 잘하는 것도 놀라운데, 영어 스트레스 없이 영어를 즐기는 게 더 신기했어요. 지금도 반짝반짝 빛나던 제 학생들의 눈빛이 떠오릅니다. 



'어릴 때 영어 하면 스트레스 일 줄 알았더니 영어를  즐기는구나!
우리 애들도 저렇게 영어 앞에서 당당하게 키우고 싶다.'


알아보니, 유치원 때부터 꾸준히 영어독서를 해 온 친구들의 영어 실력이 높았고 영어를 좋아하고 잘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도 저의 아이들에게 엄마표 영어를 시작해 봅니다. 


1년여의 영어 강사일을 끝으로, 저는 다시 외국계 자산 관리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회사일에 바쁘게 지내면서도 가끔씩 ' 아! 그때 이렇게 가르쳐 줄걸' 하면서 영어 수업할 때 미처 알려주지 못한 내용이 자꾸 떠오릅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제가 신기하기도 했지요.


운명이었는지, 회사를 다니면서 테솔 대학원에 진학하게 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영어 공부방을 차릴 생각보다는 '그냥 공부가 더 하고 싶어서'가 솔직한 동기입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회사를 계속 다녔지요. 


그런데 마음 한 구석에 자꾸 '니 아이들과 영어책을 읽어'라는 속삭임이 들리는 거예요. 그래서 정말 제 아이들을 데리고 영어책을 읽으면서 영어 공부방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천천히 영어책 먹기

특별한 커리큘럼도 없고 그냥 아이들과 뒹글 뒹글 영어책 읽으면서 낭독하고 연극도 하는 그런 수업을 하고 싶었어요. 전에 어학원 시절 꽉 짜인 커리큘럼에 숨 막혔던 경험 때문일 수도 있고, 원래 제 성격이 그리 치밀하지 못해서 일 수도 있지요.


아무튼 영어 수업을 시작하고 아이들과 영어 동화책을 읽으면서, 대학 시절 교수님이 떠올랐어요. 책 한 권을 천천히 씹어 먹으면서,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인생을 알려 주고 싶으셨던 교수님의 진심과 사랑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지요.


초등학생이라 시험도 없고 다른 학원과 경쟁도 하지 않고 저희는 그냥 편하고 즐겁게 영어책을 같이 읽었어요. 학생들은 '여기는 학원 같지 않아서 좋다'며 제 수업을 좋아해 주었고 덕분에 영어 공부방을 9년째 하고 있어요.



영어는 새로운 세상으로 날 수 있는 날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저랑 영어책을 읽은 저희 둘째 아이는 학습영어가 아닌 영어책 읽기와 낭독, 쓰기 방식으로 영어가 스며들게 했습니다. 


영어책을 읽다 보니 영어 만화를 보게 되고, 영화를 보고 미드를 보고... 아이의 영어 반경이 넓어집니다. 영어 그림책의 주인공과 친구가 되고 해리포터를 따라 마법 학교에 가고 싶어 했지요. 책과 함께 아이의 꿈이 자랍니다. 아이의 그릇이 자랍니다.


문법은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단어는 중학교 때부터 시작했는 데 학습영어도 탄력 받아서 금방 올라갑니다.


이 아이는 올해 본인이 소원하던 동탄 국제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본인의 꿈을 찾고 더 큰 세상으로 날기 위해 날갯짓합니다. 영어는 이 아이에게 날개가 되어 줍니다. 





마치는 글


아직도 영어를 공부해야 하냐고?
AI가 대신해주지 않냐고?
애들 때 영어 시키면 스트레스받지 않냐고?
그 돈 모아서 해외여행이나 보내 주는 게 낫지 않냐고?


묻는 지인의 말을 들으며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뭐라고 이야기를 해줄까 싶었지만 '당신은 영어를 잘하지 않냐고, 너니까 되는 거 아니냐고' 이런 말로 마무리되고 싶지 않아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에게 영어란 뭘까?
나는 영어로 뭘 했을까?
우리 애들한테 어떤 영어 교육을 시키고 싶었을까?


돌이켜보니 감사합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제가 영어책을 읽기 전과 후로 많이 다르다는 걸 오늘 다시 알았습니다. 


영어를 학습으로 배우지 않고 살아있는 문학으로 읽어서 아직도 제 가슴 어딘가에 남아있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말랑 말랑한 가슴을 가졌다면, 분명 그동안 읽은 책들의 영향이고 그 안에 영어 원서도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를 통해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일도 많았고 즐거웠습니다. 생각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제 아이에게도 학습 영어가 아닌 언어로서 영어를 접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아이가 잘 받아들여줘서 그것도 감사합니다.


결론은 '영어 하기 잘했다!'입니다. 앞으로 세상이 변하고 AI가 영어를 다 통역해 줘도, 완전하지는 않지만 한 글자 한 글자 내 눈으로 읽는 맛과 내 귀로 듣는 맛이 더 좋습니다. 


그리고 이런 아날로그적인 기쁨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내가 우리 아이랑 영어책을 읽고 싶었구나' '그래서 내가 영어 공부방을 시작했구나'도 새삼 다시 정리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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