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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ihwa Mar 18. 2023

늘 내 편(?)인 남편

주말데이트

  새벽 6시 30분 남편의 전화벨이 울린다.

일요일 이른 아침 누구지?


  벌떡 일어난 남편은 고양이 세수만 하고 현관문을 나선다. 아주버님 호출이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산소랑 밭으로 쓸 요량으로 작은 땅을 마련했는데, 주말 아침에 한 번씩 남편을 불러 내서 고추랑 오이를 따기도 한다. 작년 여름엔 장에서 사 온 고구마 모종을 사다 심고 주말마다 물 주고 잡초를 뽑으며 애지중지 키우더니 11월에는 엄청난 양의 고구마를 캐왔다. 


  어라 그런데 이것은 호박고구마도 밤고구마도 아닌 울툴불퉁 못생긴 돼지감자 같은 고구마가 아닌가? 이럴 거면 주말마다 고생하지 말고 사 먹는 게 훨씬 싸지 않나? 내가 밭에 물 주러 간 건 고작 두세 번인데 생색을 내며 투덜거렸다.

텃밭에서 상추며 고추 고구마 기르기(아빠의 지시에 따르는 둘째)


  남편은 늘 한결같은 사람이라 화를 내지도 않고 부드럽게 " 이래 봬도 고구마 튀김하면 얼마나 맛있는데... 금방 해줄게. 오늘 밭에 가느라 당신 혼자 집에 있어서 심심했지? 내일 어디 갈까?"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꾸한다. " 이쁜 카페랑 맛집 검색해 두었는데, 그럼 내일 바람 쐬러 거기나  다녀올까?" 이러니 남편에게 화를 더 낼 수도 없다. 주말 이틀 중에 하루는 장을 보아 어머니 맛난 거 해드리고, 하루는 와이프랑 데이트하느라 주말에도 열일하는 남편.



운주사에서 프러포즈를 받다


  아들만 둘인 나는 틈만 나면 이렇게 말해준다.


 " 얘들아, 아빠처럼 하다가는 미래의 니 와이프에게 이혼 당할지도 몰라. 그러니 십 분의 일 백분의 일만 하거라. 엄마는 괜찮다. 늘 내 편(?)인 네 아빠가 있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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