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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의 잔향

by 리인



어떤 이의 언행은 배려와 사려 깊음이 스며들어 있다.

먹을 갈아 검은색이 우러난 먹물을

붓에 흡수시킨 뒤, 한지에 써 내려간 글씨처럼 신중하다.

종이 위에서 금방 마르지 않는 먹물처럼

붓 끝에서 나온 의미가 마음속에 은은하게 잔향을 남긴다.


진한 진심이 잘 묻어나도록,

전달하는 내용이 번지지 않도록

말하기 전에 상대를 위한 마음의 시간을 가진다.

마음의 언어는 멋진 붓글씨처럼

너울을 만들어 울림을 전달한다.

<삶의 모든 순간은 나를 위해 찾아온다> by 근아작가님

어떤 이의 언행은 자신에 대한 존중이 더 진하게 새겨져 있다.

내 감정, 내 생각의 종복이 되어 언어를 표현한다.

언어의 시선은 상대를 향하는데,

존중의 시선은 자신을 향한다.

자기만족, 자기감정의 해소를 위해 말하고 행동한다.


존중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탓에

상대를 위한 언어의 시간은 쉽게 소멸된다.

마음에 들고 이익이 된다고 여기는 것을 추구할 권리를 빼앗는 것은 얼마나 잔혹한 일인가!
그러나 다른 사람의 그릇된 행위에 대해 분개한다면 어떤 의미에서 당신은 그런 잔혹한 짓을 저지르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기 마음에 들고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고 여기는 것에 몰두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르다고? 그렇다면 화를 내지 말고 그들이 그르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라.

-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존중을 담지 않는 언어는

상대를 향한 대화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겨누는 총구이다.


때론 솔직함이라는 폭력으로

종종 경계를 허문다는 명목으로

상대를 향해 총알을 발사한다.


총구를 통과한 총알이 내 마음으로 직진할 때

마음의 방탄 조끼를 꺼낸다.

상대는 그릇된 행위를 해도

나는 옳은 행위를 하겠다는 결심을 입는다.


조용히 상대의 순간을 읽으며

존중으로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마음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나도 누군가에게 남는 존중의 잔향이 된다.



<삶의 모든 순간을 나를 위해 찾아온다>가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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