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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YMassart Sep 16. 2024

21세기에 살고 있는 한 아내에게도… 그리움이란 감정은

사랑하는 당신에게,


얼마 전, 폴 들라로슈가 그의 아내 루이즈 베르네를 떠올리며 그린 그림을 소개했어요.

그는 그의 삶에서 가장 사랑했던 아내,

루이즈를 너무 이른 나이, 31세에 하늘로 떠나보내야 했지요.


그는 슬픔 속에서 아내의 마지막 모습을 스케치로 남겼다고 해요.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을 붓 끝으로 그리는 일,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용기가 아닐 거예요.


잊지 않으려는 건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더 곁에 두고 싶어서였는지 모르겠어요.

떠난 사람을 붙들고 싶은 마음이 남은 사람의 본능인가 봐요.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서 사진을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렇게 해야만 겨우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죠.


루이즈 베르네는 그녀의 남편뿐만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 오라스 베르네의 그림 속에서도 남아 있어요.


장인과 사위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가들이었죠.

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그녀의 초상은 영원한 시간 속에 머무르고 있어요.

루브르 박물관에서 영원히…


여보, 기억나요?

루브르에서 스쳐 지나가듯 본 수많은 초상화들…

그중에 그녀가 있었어요.

아버지가 딸의 초상화를 그려 그녀가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존재인지를 세상에 알린 그림이었죠.


나는 그녀 앞을 몇 번이나 지나쳤는지 몰라요.

너무나 많은 작품들 속에서 하나하나를 음미할 겨를이 없었지만,

이제는 그녀 앞에 멈춰 서서 그녀의 남편과 아버지가 느꼈을 아픔을 떠올릴 것 같아요.

그들의 슬픔이 내 마음속에 서서히 스며드는 것처럼…


폴 들라로슈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 «젊은 순교자».

나는 나의 유튜브 채널에 그 그림을 소개하려고 그렸어요.

영상 편집을 하면서,,, 내 마음이 이상했어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밀려왔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하게 다가왔던 것은 한 화가 남편이 품었던 깊은 그리움이었어요.


«젊은 순교자»라는 그림에서 나는 한 남편의 슬픈 이야기

그리고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19세기에 살았던 한 남편에게도… 21세기에 살고 있는 한 아내에게도… 같을 것 같네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그 사랑을 계속 간직하려는 마음이 우리 모두의 마음인 거겠죠.

그 또한 인간의 삶의 일부겠죠.


오늘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 «레이스 뜨는 여인»의 영상을 편집하다가 문득 당신 생각이 나서 이렇게 잠시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여보, 오늘도 잘 지냈나요?

나는 오늘도 여전히 당신을 그리워해요.


2024년 9월 15일

파리에서 당신의 아내가









https://www.youtube.com/@Parisletter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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