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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Nov 05. 2023

미녀는 세상을 구한다

고럼! 젊고 예쁘면 다지!

늘 가는 카페에서 작업을 하는데 문득 내 앞쪽 공기의 기운이 밝아진다.

평소와 다른 생경한 기운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보니, 20대 초반의 대학생일까? 예쁘고 싱그러운 여자 둘이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그녀들을 살짝 눈으로 좇게 된다. 회색 맨투맨티에 청바지, 갈색 머리를 한 눈이 큰 한 명은 지금이 11월 초임에도 불구하고 맨발에 슬리퍼 차림이다. 또 한 명은 흰 니트를 입고 책을 들고 안경을 꼈다. 둘 다 멋 부리지 않은 내추럴한 모습인데, 피부가 뽀얗다. 상큼하다.


조용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평일 오전 시간, 초고령사회 일본의 동네 카페에서는 왠지 시선을 모은다. 커피를 손에 들고 속삭이면서 냅킨을 뽑고, 무슨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건치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다. 그 밝은 미소가 어찌나 상큼하던지 훔쳐보던 아줌마 기분까지 씻겨 내릴 것 같다.


거참 신기하다.

나지막한 대화들과 타자소리 위로 Leslie Odom Jr의 My Favorite Things이 흐르던,

온도와 습도가 딱 알맞아 완벽히 쾌적했던,

따스한 커피향기가 공간을 채우던,

11월 어느 평일 오전의 카페.

그녀들이 들어서기 이전에 이 공간에 부족한 것이라고는 없었다.


그녀들은 음악도 온도도 습도도 향기도 아니다.

그러나 그녀들은 공간의 분위기를 완벽히 바꾼다.

그녀들이 들어오기 전의 원래의 완벽했던 공간 따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異) 차원의 공기를 흩뿌린다. 다른 무엇보다도 강려크한 ‘젊고 예쁜 미소‘ 하나만으로.

그 자체만으로 빛나는 청춘의 마력이란!


미녀는 세상을 구한다. 맞다.

아줌마 마음도 이렇게 환해진다. 예뻐서 좋고, 젊어서 좋겠다.

부디 푸르고 아름답고 귀한 청춘의 시간들을 마음껏 누리시기를! 그녀들의 앳된 아름다움과 싱그러움에 기꺼이 넉넉한 찬사와 축복을 보낸다.


….. 생각해 보니 찬사만 축복만 보내고 말기에는 왠지 좀 억울하다. 늙음 부심(?)도 슬쩍 더한다.

나는 젊어도 봤다! 너넨 늙어봤니.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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