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dan House에서
누가 백자를 소박하다거나 투박하다고 말했던가.
20세기 초에 스페인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대저택-쿠단하우스(도쿄의 문화유산)-의 응접실에 덩그러니 놓인 18세기 조선백자를 보며,
나는 태어나서 백자만큼 우아한 무언가를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우아하다. 優雅. 뛰어날 우 맑을 아.
뛰어나게 맑고 기품이 있고 아름답다.
이런 찬사가 또 있을까. 모든 여자들은 우아를 동경한다. 우아하고 싶지 않은 여인은 없으리라.
굳이 한자를 풀어보니 나 따위는 우아에 범접하기도 힘들겠다 싶은데, 백자는 응접실 한 구석에 덩그러니 그저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우아와 기품이 절절 흘러 넘친다.
고려 청자의 고고함도 매혹적이고, 일본의 아리타야끼나 이마리야끼도 섬세하고 화려하여 아름답다. 하지만 궁극의 심플함으로 만들어진 백자야말로 우아함의 절정이다.
모든 것을 덜어내고 난 후에 남겨진 흰색 자기는 뽐내지 않고 겸손하며 기품이 있다.
인내와 끈기를 가진 백의민족의 어머니와도 같고, 세상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는 한없는 자유로움을 이야기하는 듯 하기도 하다.
자유롭고 강인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아하다.
500년 백의민족을 이어온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나 백자의 마음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