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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페이스북에 인연이 있는 소수자 친구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네 번째 주인공 다니엘을 생각하다 보니 한 가지 행복한 일이 생각난다. 

긴 겨울 나 같은 예술가들도 그렇지만 소수자들에게도 움츠러드는 시기이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겨울 특강이었다. 단 미술에 관심 있고 지속적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성장가능한 그런 장애인 친구들 다섯 명쯤을 추렸고 연락을 하였다. 현순 님은 어머니의 백내장 수술로, 슬기는 장애인 취업으로, 미라 씨는 시설 이동 때문에 결국은 미술에 관심은 없으나 집에만 있던 승진 씨와 미술을 좋아하는 다니엘만 참석 가능했다. 올 수 있는 시간이 안 맞아 특강 중에 그들이 만난 기회는 아쉽게도 한번뿐이었다. 나이가 비슷한 그들이지만 다니엘에게 승진 씨를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였다. 

그림그리기를 마치고 나가는데 신기하게도 30대의 남성 둘은 손을 꼭 잡고 나가며 아쉬워하였다.

일주일이 흐르고 다시 특강시간이 되었을 때 승진 씨 어머니께서 승진 씨가 장애인센터에 다니게 되었다며 못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혼자 오게 된 다니엘의 손에는 간식 꾸러미가 들려있었다. 펩시 콜라와 데미소다! 

다니엘은 어려서부터 시설에서 자란 친구이고 의사소통이 잘되는 친구가 아니다. 그런데 간식이라니.

"형 안 왔어요?"

"응 형 어디 다니게 되었대. 그래서 오늘 못 왔어."

"아~~ 형 보고 싶다."


난 감사한 그 선물을 사진으로 남기고 데미소다 음료를 시원하게 마셨다. 넓은 작업실 공간을 난방하기가 무서워 작은 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내가 특별히 난방하는 유일한 시간이다. 공기는 따뜻했고 데미소다는 시원하였다.

나중에 시설 관계자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다니엘은 말을 못 한다고 한다. 

"저는 다니엘과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아니에요. 다니엘은 말을 못 해요."

나는 누구랑 대화를 나눈 걸까?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다니엘이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편의점에 가서 선물을 자발적으로 산 것이란다. 그리고 내가 준 색연필을 마치 크러치백처럼 항상 끼고 다닌다고 한다. 

요즘 다니엘은 시설의 다른 미술프로그램을 시작하여 작업실에 오지 않는다. 하지만 시설의 미술프로그램이 끝나면 언젠가 다시 올 것이다. 

다니엘도 시설이 아닌 누군가의 공간에 갈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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