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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총무님

어버이날이 다가오니 미래경로당 어르신들과 이른 저녁식사를 하자며 4시 40분까지 식당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한참 작업실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난감했으나 어르신들 못 뵌 지도 5개월이 훌쩍 흘러서 마음 한편이 불편하던 차라 궁금한 마음에 나간다고 하였다. 그 어르신들과의 인연은 꽤 길다. 그 사이 어르신들의 평균연령이 열 살 이상은 많아졌고 연로해 지셨다. 새로 들어오는 이는 없고 돌아가시거나 요양원으로 가셨고 이젠 90 안팎의 연세에 경로당을 지키신다.

그래도 생각이나 /고석록 작


식당에는 초대를 하신 채영숙선생님과 다섯 분의 어르신들이 나와계셨다. 최근 나는 군산문화도시센터의 요청으로 60대 딸 채영숙선생님과 미래경로당을 다니시는 93세 최경순 어머니의 2인 전을 기획하여 전시를 하고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준비한 모녀 전시이다. 그래서 겸사겸사 어버이날 식사도 하고 모녀전 홍보도 하였다.


 이런저런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식사자리는 예나 지금이나 편하고 유쾌하게 진행되었다. 경로당 회장님은 나를 '각하님'이라 부르신다. 한가한 경로당에 찾아와 그림 그리는 시간을 만들고 소풍도 가고해서 그랬던 것 같다.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고 식사도 하고 일어나는데 고석록 총무님이 댁까지 태워달라고 하신다. 원래 다른 이에게 신세 지는 것을 싫어하시는 총무님은 그럴 분이 아닌데 이상하다 싶기도 하여 댁으로 향했다. 대문에 도착하니 한사코 안으로 들어가 커피를 마시잖다. 잠 못 잔다 하니 커피 대신 타주신 쌍화차 한잔을 앞에 놓고 총무님과 총무님 부인, 이렇게 우린 작고 아담한 거실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3월 뒤늦은 코로나 감염으로 지금까지도 고생 하시는 일, 어렸을 때 경로당에 자주 놀러 온 손주가 14살이 된 일, 요양보호사가 3시간씩 살림도 해주고 말벗도 해준다는 일 등을 들으며 코로나19로 얼굴이 반쪽이 되신 총무님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총무님의 방 벽에는 두 개의 액자가 멋지게 걸려있다. 이 그림들은 총무님이 경로당에서 우리와 함게 그림을 그리신 거다. 액자가 되어 전시도 했던 작품들을 자랑스럽게 걸어두신걸 보니 내 마음도 뿌듯했다.

"우리 총무님 젊어서 그림 그리셨으면 엄청나셨겠어요. 유명한 화가가 되셨을 거예요."

'무슨"


얼굴이 반쪽이 된 총무님, 서슴없이 들어와 한사코 뭐라도 드셔야 한다고 하시는 분!

명랑하시고 올곧으신 고 총무님이 건강하셨으면 좋겠고 최경순 어머니처럼 93세에도 그림그리고 전시도 함께 하길 꿈꿔본다.

결혼식/고석록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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