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원님 집 개가 죽으면 사람이 넘쳐나지만 원님이 죽으면 개 한 마리 얼씬도 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의 속물근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비유가 아닐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성공한 사람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떡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는 사람들이 몰린다.
시대가 달라졌다 해도 줄을 잘 서야 성공한다는 사고가 바뀌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고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 주위에는 이해타산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친척과 친구 관계에서도 쉽게 드러나는 사람들의 심보이다 보니 몇 년에 한 번 결혼식이나 장례식에서 가끔 얼굴을 비추던 친척도 돈 많고 잘 나가는 친척 집에는 핑계만 생기면 자주 간다.
연락이 없던 친구가 사업이 잘 돼서 대박을 쳤다는 소식을 들으면 안 하던 전화도 하게 되는 게 사람의 일반적인 심리라 나는 그렇지 않다 해도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속물근성이 내재되어 있다.
요즘이야 워낙 투명한 세상이고 고위층의 청탁 비리는 처벌을 받는 불법 행위이지만 그래도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특혜가 드러나서 뉴스를 도배하는 사건은 오늘날에도 빈번한 것은 사실이다.
잊을만하면 고위직 공무원 자녀의 입학, 인사 비리는 청문회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얼마 전까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전직 장관의 자녀 특혜 입학으로 모친이 구속되고 자녀의 모든 졸업장이 취소된 사건은 누구나 아는 뉴스이다.
이럴 때 피해자 측에서 항상 하는 말이 내로남불이고 털어보면 어디 한두 건이 아닐 것이라는 추측에 많은 사람들은 공감한다.
비단 고위층의 폐단이 아니어도 인맥과 관련된 청탁은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크게는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가 흔한 사례이고 이익이 발생하는 사업이나 좋은 자리의 직책인 경우 친척이나 친지가 연결되는 일은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지만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유유상종은 이해관계가 없는 사이에도 해당이 되다 보니 금수저, 흑수저란 말이 유행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해타산이 아니라 해도 이례적으로 형성된 공동체 내에서만 상부상조하는 현상은 외국도 마찬가지여서 미국에서는 앵글로색슨계 백인들만 이용하는 골프 클럽이 공식적으로 300곳이 넘고 백인들만 이용하는 사설 기관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게 사실이다.
이런 배타적 공동체는 우리 나라에도 많이 있으며 회원제로 운영하는 사설 기관이나 상업 시설도 회원이 아니면 출입을 못하는 장소가 많고 이른바 돈 많은 부유층이 이용하는 회원제 시설은 대부분 배타적 시스템으로 운영을 한다.
물론 모든 공동체는 공감대의 형성으로 조직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기들 외에 다른 사람의 출입 자체를 거부하는 상업 시설은 집단 이기주의의 전형적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의 교류는 비슷한 정서와 동등한 위치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대사회는 특히 교육 수준과 경제 능력에 많은 차이가 있다면 교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흔히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친구들은 경제적 차이나 학벌에 관계없이 자주 만나고 허물없는 친분이 가능하지만 아무리 친했던 배꼽 친구라 하더라도 나이 40이 넘으면 사회적 위치와 경제 수준에 따라 친구도 나누어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바뀌는 것은 이해가 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살다 보면 상대의 처지에 따라 곧바로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인간들도 점차 늘어가는 현실은 물질만능주의가 만들어낸 각박한 세상이 아닐 수 없다.
이윤을 위한 비즈니스 관계라면 일이 없으면 오래된 사이여도 쉽게 끝날 수 있지만 오랜 기간 믿고 의지하던 친구나 친지가 상대의 여건에 따라 쉽게 마음이 바뀔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사유는 다름 아닌 속물근성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믿음과 신뢰로 오랜 기간을 공유하는 것이며 시간이 갈수록 고운 정, 미운 정들면서 서로의 관계가 친밀해지는 게 사람 사는 모습이자 인지상정이지만 자신의 이익 여부에 따라 오래된 관계를 미련 없이 버릴 수 있는 심리는 결코 시대적, 환경적 상황으로 돌릴 수 없는 개인의 인격과 관련이 깊다.
바쁘고 각박한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나 성격이 변할 수 있고 사람과의 관계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유형이든 무형이든 주고받는 사이가 깨진다면 관계를 유지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원래 진실한 우정과 신의는 정서의 교류 외에 물질적 이득은 개입이 안 되는 법이다.
물론 친구 사이에도 상대가 밥이나 술을 사면 나도 사야 공평한 것이고 한쪽에서 베풀면 크든 작든 주고받아야 이해타산이 없는 사이여도 원만한 관계가 성립이 된다.
그런대로 잘 나가던 아빠들이 정년퇴직을 하면 주위에 많았던 사람들이 눈에 보이게 줄어드는 상황을 겪게 되는데 이런 경우는 본인도 예상하고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이어서 남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더라도 가까운 친구나 친척들의 냉랭한 변화를 실제로 겪게 되면 누구나 상처를 받게 된다.
오랜 기간 깊은 관계를 맺은 가까운 사람이 특별한 사유 없이 돌아서면 처음에는 상대를 원망하고 비난하게 되지만 '세상이 다 그런 거지.'하고 마음을 달래 봐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현실을 비관하기도 하고 사람에 대한 상처는 심하면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친구야 속이 상해도 안 만나면 그만이지만 특히 혈연관계인 형제와 가까운 친척의 냉랭한 반응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 상처로 남게 되는데 상대의 반응 때문에 상처를 받게 되는 원인은 본전 생각이라는 상대적인 심리가 작용을 하며 '그동안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어려울 때 밥 사주고 술 사주고 돈도 빌려준 사람이 누군데, 나한테 이럴 수 있는 거야.' 하는 마음은 준 만큼 받고 싶은 보상심리와 연관이 된다.
보상심리(compensation)란 자신이 행동한 만큼의 대가를 받기를 원하거나 자신이 받은 만큼 갚아야 된다는 심리에 기인하는 것으로 긍정과 부정, 양면의 모든 심리를 뜻하고 심리학적으로 자아 욕구 실현에 대한 기본적인 마음 상태를 말할 수 있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노력에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관계에서 발생하는 유형, 무형의 대가가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 많다.
물론 일에 대한 보상은 임금이나 결제되는 돈으로 받는 것이지만 이와 다르게 주고받는 계약이 아닌 인간관계에서의 정이나 배려도 베푼 만큼 받지 못할 때 괘씸하고 억울한 마음이 드는 상태도 보상심리와 관련이 깊다.
긍정적인 보상심리는 어려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이 성인이 된 후 긍정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생활이 기초적인 긍정의 모태이고 어릴 때 가난하고 열약한 환경에서 성장하지만 자신이 힘겨웠던 생활을 생각하며 마더 테레사 수녀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적인 봉사의 삶을 사는 것을 가장 긍정적인 보상심리의 발현이라 말할 수 있는 반면 거칠고 열약한 불우한 시절을 보낸 사람이 사회에 대한 원한으로 범죄를 짓고 어두운 삶을 사는 것은 부정적 보상심리와 관련이 깊다.
그리고 힘들게 고생, 고생하면서 성공한 사람이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하고 비싼 외제차를 몰고 해외 브랜드 명품에 비싼 식당, 고급 술집만 드나들면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과 공부 못한 게 한이 돼서 자식만큼은 엘리트를 만들려고 능력이 안 되는 자식을 고액과외를 시키고 무리해서 유학을 보내는 것도 보상심리에 해당되는 사례이며 억울한 상황을 겪고 손해를 본 사람이 오랜 기간 복수의 칼날을 갈고 원한을 갚는 행동도 보상심리에 해당된다.
그러나 속물근성은 보상심리와 연결을 짓지 않아도 비정상적인 인격을 지닌 명백한 위선자의 행위이고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박쥐와 같은 인간들의 심성이다.
네 발 달린 동물이 우세하면 맹수 편에 서고 날개 달린 맹금이 우세하면 자기는 새라고 주장하는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간사한 박쥐와 같은 인간들을 속물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몇십 년간 가족처럼 깊은 관계를 맺고 지내던 사람이 상대의 여건이 힘들어지면 갑자기 안면 몰수하고 돌아서는 인간들은 비난을 받아 마땅한 족속들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이런 속물들이 참으로 많다.
기성세대들의 시대에는 부모가 안 계시면 맏형이나 큰 누나가 부모를 대신해 동생들을 건사한 가정이 무척이나 많았고 그러한 희생을 당연한 의무라 여기던 어른들이 다름 아닌 우리들의 엄마, 아빠였다.
그렇게 성장한 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자리를 잡으면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하는 것인지 일부러 생각을 안 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은혜를 배신하는 경우가 이외로 많다.
특히 큰 형이나 누나가 나이가 들고 은퇴를 하면 배은망덕한 행위가 드러나서 의무적으로 명절 때 갈비 세트나 보내면 그만이고 가끔 큰 형이 잘 지내는지 안부 전화라도 하면 바쁘다는 핑계로 통화를 피하고 연락을 끊고 사는 경우는 주위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데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다름 아닌 속물이며 이런 속물들은 대부분 인과응보의 현실이 곧 자신에게 닥쳐올 순리를 예상하지 못한다.
가족 간의 배신행위는 보상심리를 논하지 않아도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행위이며 사람이 동물과 다른 이유는 은혜를 갚을 줄 아는 것이고 인간이란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선과 악의 개념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며 사람이 해야 하는 최소한의 도리는 지키며 살아야 한다.
물론 힘들게 살아온 과거가 자기 탓은 아니고 꼭 받은 만큼 돌려 드려야 할 의무는 없지만 가족이란 싫으면 안 봐도 되는 남과는 구별되는 혈연관계이므로 꼭 금전적 도움이 아니더라도 떨어져 살지만 가끔 안부는 묻고 관계는 유지하고 사는 게 정상적이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나 많다.
과거는 과거고 누가 도와달라고 한 적 없다고 외면하면 윗사람은 할 말이 없는 것이고 바쁘고 힘든 요즘 같은 세상에 자주 연락하지 말라고 인간 말종처럼 행동해도 어쩔 도리는 없는 것이지만 이런 경우는 제3자가 들어도 분통이 터지는 일이고 인간이기를 거부한 동물만도 못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가족 간의 배신행위도 빈번한 세상에 남에게 받는 상처도 어쩔 수 없는 자신의 몫이라 체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세상 모든 인연을 주고받는 거래 관계라 정의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속물들은 대부분 위선을 행하고 뻔뻔한 심리가 특징이기 때문에 평상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항상 웃으며 인사는 잘하고 받아 가는 것은 많지만 답례는 거의 없다가 자기가 뭐라도 사게 되면 간단하게 설렁탕이라도 사면 큰 대접이고 얻어먹으려 올 때는 항상 빈손이다.
그래도 이용 가치를 위해서 계획적으로 가뭄에 콩 나듯 들고 오는 것이라고는 과일이나 테이크 아웃 커피 몇 잔이 최고의 선물이다.
속물들은 개가 냄새를 맡듯 좋은 자리에는 초대도 안 했는데 잘도 알아서 찾아오면서 자식에 손자까지 데리고 와서 얻어먹지만 부조를 해야 할 대소사는 모른 채 지나고 나중에 왜 연락 안 했냐고 생쇼를 한다.
그러나 마음이 좋고 베풀기를 잘하는 사람들은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가지만 이런 좋은 사람 근처에 항상 떠나지 않는 기생충이 바로 속물들이며 그렇게 오랜 기간 단물만 빨아먹다가 상대의 여건이 바뀌면 뒤도 안 보고 돌아서는 게 속물들의 전형적인 근성이다.
문제는 정상적인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사는 사람들은 이런 속물들을 가려낼 방법이 없고 그냥 좋게 지내다 나중에 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상 못 한 상황을 겪게 되면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상처를 받지 않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크든 작든 베풀 때는 보답을 바라지 말고 어떤 경우라도 사람을 경계해야 하지만 이미 형성된 가까운 사이에 사람을 대하면서 항상 계산을 하며 만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마음씨 좋은 사람들은 본인이 좋아서 선행을 베풀기 때문에 세상은 긍정의 힘으로 유지되는 것이라 위안할 수 있지만 반면에 선의를 악행으로 갚는 못된 인간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라 살다 보면 속물 때문에 상처를 받는 경우도 어쩔 수 없는 세상사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 땅에는 악한 사람보다 좋은 사람들이 많고 속물들이 많아도 인간들의 교류는 끊이지 않는 게 우리네 삶이므로 정과 사랑이 엄연히 존재하는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라 여길 수 있다.
다만 사람과의 관계는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적정 거리를 유지하고 필요 이상의 친절은 경계한다면 못된 인간들과의 접촉은 걱정 안 하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자신에게 없으면 나를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친구든 친척이든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는 애석한 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르는 게 사람의 마음이며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과거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 부정적 보상심리를 예방하는 길이다.
속물들이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속물들은 늙고 초라해져도 자신이 행한 잘못을 절대 뉘우칠 줄 모르는 인간들이며 그들은 남들이 자신을 외면하면 할수록 세상을 비판하며 인생을 마감할 불쌍한 인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