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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메아리 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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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Sep 04. 2021

동양에 국수 서양에 스파게티

한국인이 좋아하는 파스타

한국에서는 국수의 긴 면이 장수를 의미한다고 해서 좋은 날에 국수를 먹는다는 전례는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 이유로 요즘 결혼식  로연의 양식 풀코스에도 마지막 디저트가 나오기 전 작은 그릇에 국수가 꼭 등장한다. 스테이크를 먹고 난 후 한국식 멸치 국수는 이외로 잘 어울리고 마무리를 한식으로 하면 든든한 한 끼를 먹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마도 오랜 간 고기를 먹고 나면 냉면이나 김치말이 국수를 즐겨 먹는 한국인의 식성과 기름기 많은 육식을 먹은 후 신체가 탄수화물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면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제2의 식량이라고 불릴 만큼 국민음식으로 각인된 라면은 TV가 보급되던 시대와 함께 대중화되었고 한국인에게 없어서 안 되는 음식이다.

 MSG의 중독성 때문인지 며칠 안 먹으면 먹고 싶고 특히나 깊은 밤 출출할 때 가장 생각나는 음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라면은 일본에서 탄생한 음식이라 생각하지만 라면은 원래 중국에서 시작되었다.

메이지 유신 직후 1870년 요코하마와 일본의 개항장에 중국인이 처음으로 노점에서 만들어 판 것이 시초였으며 '라멘'이 아닌 '지나소바' '남경소바'라고 불렸다.

일본에서 라멘만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이 생기기 전 라멘을 파는 곳은 중화요리 식당뿐이었지만 라면은 일본에서 대다수가 즐겨 먹으면서 대중화되고 발전한 음식이다.

국수의 시초는 2500년 전 중국에서 시작되었고 종류를 일일이 헤아리자면 12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밀농사가 번창했던 2000년 전 중원에서 수나라, 당나라를 거쳐 송나라에 이르러 국수 문화가 형성되었고 한국과 일본으로 전파되었으며 이슬람을 거쳐 유럽으로 건너갔다고 하지만 마르코폴로가 중국에서 직접 베네치아로 가지고  건면이 유럽 최초의 파스타란 설도 있다.

그러나 마르코폴로가 등장하기 아주 오래전부터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를 먹었다는 기록이 많고 마르코폴로가 들여왔다는 실증자료는 거의 없다.


동양에 국수가 있다면 서양에는 파스타가 있다.

이탈리아의 파스타는 종류가 300가지가 넘고 파스타는 기원전 1세기부터 넓적하게 자른 라자냐를 먹었다는 기록을 시초로 고대 로마 시대부터 즐겨 먹은 음식으로 전례되었다.  

건파스타가 최초로 만들어진 시기는 9~12세기 시칠리아로 전해지는데 시칠리아는 햇볕이 강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 파스타를 건조하기에 적합한 환경이었다.

그 후 스파게티로 연상되는 토마토소스 스파게티가  발달하고 대중화된 시기는 18세기 이후이다.  

흔히 긴 면의 페투칠레(Fettucelle)와 칼국수 모양의 페투치니(Fettuccinie)라 불리는 탈리아텔레(Taglilatelle)가 한국인에게 익숙하고  꽈배기 모양의 푸질리(Fusili)는 소스를 잘 흡수하는 특징이 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쇼트 타입의 속을 채워 만두처럼 만드는 라비올리(Ravioli), 수제비 모양의 뇨끼(Gnocchi), 링귀네(Linguine)를 리본 모양으로 만든 파스타를 즐겨 먹는다.

스파게티 메뉴 또한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지만 대중적인 메뉴로 나눠보면 볼로냐 지방에서 유래한 토마토 베이스를 이용한 볼로네제(Bolognese)가 대중적이며 흔히 미트 소스 스파게티라 불리는 소고기 토마토 스파게티를 말하고 라구 소스(Ragu souce)스파게티로도 불린다. 올리브 오일과 마늘만으로 요리하는 알리오 올리오(Aglio e Olio), 알프레도라는 이탈리아 요리사가 만든 미국식 크림 파스타 알프레도(Alffredo), 아마트리치아나(Amatrciana)는 치즈로 만드는 파스타이고 페페론치노(peperoncino) 고추 또는 맵지 않은 페페로네(peperone) 고추가 들어간 아라비아타(Arrabbiata)가 미국에서 즐겨 먹는 파스타이며 한국인도 좋아하는 메뉴이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스파게티는 대부분 미국 스타일이고 이탈리아에서 먹는 맛보다 친숙하다.

 피자도 이탈리아의 음식이지만 유럽에서도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먹는 피자는 독특한 맛의 차이가 있고 세계 어디서나 피자나 스파게티의 공통적인 맛은 이탈리아 본고장의 맛이 아닌 미국 스타일이 대중적이다.

그렇다면 미국 가정에서 만들어 먹는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를 만들어 보자면 4~5인 기준으로 소고기 등심 400g 정도를 준비하고 잘 익은 토마토 큰 것 2개, 양파 2개, 당근 1개, 애호박 1개, 가지 1개, 양송이버섯 적당량과 다진 마늘, 토마토 페이스트(paste) 340g 1캔, 파스타면 500g 1봉, 소고기 육수를 준비한다.

소고기 육수는 소고기 스톡(beef stock) 캔을 사용하지만 흔히 먹는 사골 육수 한 팩을 사용해도 좋다.

소고기는 식감에 따라 크기가 다르지만 카레라이스 만들듯 깍두기 모양으로 1cm 정도로 썰어놓고 취향에 따라 다진 소고기를 이용하면 보다 진한 소스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채소는 7mm 정도 사각형 모양으로 썰어서 준비한다. 토마토는 겉껍질을 벗기는데 끓는 물에 30초 정도 담그고 꺼내면 껍질을 쉽게 벗길 수 있다. 껍질을 벗긴 토마토는 잘 다져 놓고 프라이팬에 올리브유와 버터를 넣고 다진 마늘 반 스푼을 살짝 볶다가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소고기를 볶는데 소스와 함께 끓일 것이기 때문에 겉만 살짝 익게 볶는다. 썰어 놓은 채소도 불 맛만 준다는 느낌으로 살짝 볶아야 소스 맛이 좋아진다.

소고기가 볶아질 때 토마토 다진 것을 함께 볶다가 익기 시작하면 육수와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살짝 볶은 채소들과 함께 끓인다. 처음에 너무 센 불로 끓이면 소스가 타서 눌어붙기 때문에 중불로 끓이다가 약 불로 줄이고 끓이는데 중요한 것은 계속 저어야 한다. 잠깐 사이에 소스가 타서 눌어붙을 수 있다.

그리고 반드시 토마토 페이스트(paste)를 써야지 그냥 토마토소스(souce)를 쓰면 신맛이 강해 음식을 버릴 수 있다. 처음 요리하는 사람들이 마트에서 파는 페이스트와 소스가 캔이 비슷해서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파스타 면은 소스를 끓이기 시작할 때 함께 삶으면 소스와 함께 완성이 되니까 물을 먼저 끓이고 면을 삶는데 파스타 면은 소금이 전혀 없는 제품이므로 소금을 약간 넣고 면이 서로 달라붙지 않을 만큼 물을 충분히 넣고 8~10 분을 저으면서 삶는데 면 굵기에 따라 익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8분 정도 끓이면 젓가락으로 맛을 보고 식감을 결정하는 게 좋다. 다 익은 면은 찬물에 헹구지 말고 채반에서 물기만 뺀다.

소스는 약 불이라도 요란하게 거품이 나면 다 익은 것이므로  소스가 거품을 내기 시작하면 얇게 썬 버섯을 익힌 후 불을 끈다. 버섯은 생 표고를 써도 좋다. 흔히 취향에 따라 피망을 고명(garnish)으로 쓰지만 사실 스파게티에 피망을 썰어 놓는 것은 한국식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피망은 향이 강해서 취향에 따라 약간만 넣는다. 특히 제대로 요리한 소고기 토마토소스는 독특한 고유의 향이 일품이므로 스파게티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고명(garnish)은 피망보다는 잣가루이며 서양요리에는 잣가루가 많이 쓰인다.

보통 미국 슈퍼에서 파는 스파게티 소스나 카페에서 파는 토마토 스파게티에 애호박과 가지는 들어가지 않지만 가정에서 엄마들이 만드는 소스에는 스튜(stew)에도 애호박과 가지는 많이 넣는다.

그리고 채소는 취향에 따라 첨가해도 되지만 브로콜리는 소스와 함께 요리하면 브로콜리가 너무 익고 부서지기 때문에 식감이 좋지 않다.

브로콜리를 좋아한다면 완성된 요리에 살짝 익힌 브로콜리를 곁들이는 게 훨씬 좋고 고기는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써도 훌륭한 맛을 낼 수 있다. 고기 국물은 그냥 진하지 않은 소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써도 무방하다.


인스턴트 스파게티나 그냥 사 먹는 스파게티보다는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이 드는 음식이지만 엄마가 만든 카레라이스가 언제나 맛이 좋듯이 깊은 맛의 차이는 월등히 나기 때문에 요리가 완성되면 누구나 애쓴 보람은 맛이 보장한다.

주말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스파게티를 만들어 본다면 사 먹는 음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하고 특별한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날씨가 더우니 시원한 맥주를 곁들여도 좋지만 토마토 스파게티에 레드 와인을 함께 하면 와인 맛도 스파게티 맛도 보다 더 상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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