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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메아리 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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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Aug 07. 2021

잔치상이요

고기국수

한국의 잔치상에는 언제나 국수가 빠지지 않았다.

국수의 긴 면발에 장수의 의미를 담았다는 유래는 한국인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요즘에는 집에서 잔치 음식을 마련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지만 옛날까지 거슬러가지 않아도 기성세대들은 시골 잔치집이나 성당, 교회에서 잔치를 할 때 대형 가마솥에서 육수를 끓인 잔치국수에 돼지고기 수육과 홍어회 무침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동일할 것이라 생각된다.

국수와 수육, 홍어회 무침은 단촐하지만 조화와 궁합이 잘 맞는 음식으로 지역 특성 없이 전국에서 먹을 수 있었던 훌륭한 세트 메뉴이다.

특히 대형 가마솥에서 끓여낸 육수의 맛은 일반 식당이나 가정에서는 그 진한 맛을 내기가 어렵다.

아마도 대용량의 재료와 정성 외에도 베테랑 전업주부 어머니들의 노하우가 담겨있기 때문이라 판단이 된다.
흔히 잔치국수 하면 멸치로 우려낸 국수가 떠오르고 고기국수 하면 소고기 칼국수가 생각이 나는데 한국사람들에게 돼지국밥은 유명하지만 돼지고기 국수는 즐겨먹는 지역을 제외하면 대중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기름을 걷어낸 진한 국물에 한국식 양념장으로 맛을 낸 돼지고기 국수를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중국에는 돼지고기 육수에 굵은 중면을 넣고 청경채를 얹어 먹는 국수가 대중적이며 일본에서는 돼지 뼈 삶은 국물로 라면을 만든다. 생각 외로 국물이 느끼하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정에서 김치를 담그는 날이면 돼지고기 수육을 함께 먹는 전통이 있고 돼지고기 수육은 족발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그렇다면 아까운 고기 국물을 버리지 말고 국수로 만들어 보자면 돼지고기는 삼겹살도 좋지만 국물을 먹기 위해서는 앞다리 살이 기름기가 덜해서 좋다.

그래도 돼지고기는 기름이 있어야 맛이 있으니까 기름이 있는 부위로  한돈 앞다리살을 준비한다.

돼지고기 삶을 때 기본적으로 대파, 양파, 마늘, 무우, 후추와 간장과 새우젓을 약간 넣는 게 보통이지만 맛있는 국물을 위해서는 몇 가지가 추가된다.
다시마와 버섯이 들어가야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잡고 느끼한 맛을 경감시키기 때문에 고기 양에 비례해서 충분히 넣는데

버섯은 표고버섯이 최고이다.

돼지고기 세근 기준으로 사과 반개와 무우는 사과보다 많이 넣는다.

월계수 이파리 3~4개, 생강은 너무 많이 넣으면 향이 강하기 때문에 티스푼으로 하나 정도면 충분하고 취향에 따라 멸치 액젓이나 새우젓을 큰 수저로 하나 반 정도를 넣고 된장을 삼삼한 된장국 끓이는 양만큼 넣는다.

가능하다면 한국 된장과 일본 된장을 1:1 비율로 풀어 넣으면 보다 상승한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양파, 대파, 마늘은 충분히 넣고 국물 맛을 위해서는 무우는 꼭 들어가야 한다. 그밖에 첨가물은 넣지 않아야 고유한 수육의 맛을 즐길 수 있고 MSG를 쓰면 맛을 버릴 수 있으니 절대 넣지 않는다.

조선간장을 약간만 떨어트리면 국물 향이 좋아진다.

삶는 시간은 고기 양에 따라 한 시간에서 한 시간 20분 정도 불 세기에 따라 시간 조절을 하는데 1시간이 되면 젓가락으로 찔러보고 익은 정도를 감지하면 된다.

고기가 익으면 일단 고기를 건져내고  국물 안에 있는 채소를 깨끗하게 건져낸 후 위에 뜬 기름을 모조리 걷어내는데 사골육수 기름 걷어내듯 깔끔하게 걷어내면 된다.

중요한 양념장을 만들려면 다진 마늘과 쪽파, 쪽파 없으면 대파를 쓰면 되고 풋고추를 약간  다져 넣는다.

청향 고추는 향이 강하고 매워서 일반 풋고추가 좋다. 

어르신들은 양념장은 조선간장으로 해야 맛이 좋다고 말씀하시지만 조선간장은 짜고 독특한 간장만의 향이 강하니까 양조간장에 기꼬만 간장을 반반 섞으면 색다른 맛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후추는 간장의 향을 앗아갈 수 있으니 양념장에는 쓰지 말고 깨 가루와 참기름을 약간 첨가하면 그냥 고기를 찍어 먹어도 맛있다. 국수는 소면이 육수의 맛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중면 보다는 소면이 좋고 끓는 물에 국수를 삶을 때는 물을 충분히 많이 끓여야 밀가루 냄새가 나지 않는다.

국수는 끓어 올라오면 바로 찬물을 반 컵 정도 부었다가 다시 끓으면 뜰채에 건져서 냉수 샤워를 시키면 된다.

돼지고기 국수에는 삶은 계란이나 달걀지단 고명은 어울리지 않는다.

순댓국 먹을 때처럼 대파와 부추를 곁들이고 완성된 양념장으로 간을 맞추면 된다.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고춧가루와 매운 다대기는 단백한 국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고기의 쫄깃한 맛을 위해 고기가 삶아지면 얼음물로 씻는 경우가 있지만 많은 재료가 푹 배인 고기  맛을 상쇄시킬 수 있으니 쫄깃한 육질을 느끼고 싶다면 삶을 때 시간 조절을 하면 된다.

국수와 수육이 조금 허전하다면 요즘 삭힌 홍어회는 마트에서도 파니까 홍어회를 곁들인다면 금상첨화이다.

요즘에는 국수와 돼지고기 수육, 홍어회를 먹을 수 있는 잔치상을 구경하는 게 쉽지 않고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함께 맛보기 함든 세트 메뉴이므로 주말에 가족과 함께 옛날 전통 잔치상을 집에서 먹어보면 좋을 것 같다.

함께 술을 곁들이려면 한국음식에는 당연히 전통주나 소주가 최고이다.

음식의 맛은 좋은 재료와 정성이 최고의 맛을 내는 비결이며  가족이 함께 하는 식사시간 보다 더 큰 축복은 없다.

축복된 시간을 갖는 것은 생활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과 다름이 없고 가족 간의 교감을 형성하는 최고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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