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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메아리 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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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Jan 16. 2023

단짠의 국제화

단짠 중독

음식은 나라마다 고유한 그 나라의 음식이 있고 지방마다 독특한 지역 음식이 있다.

음식에도 국적과 주소가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단짠이 세계인의 입맛을 주도하는 이 시대에는 국경 없는 음식이 나라마다 범람하고 주소 없는 음식이 지역을 넘나들며 입맛을 자극한다.

한국도 단짠에 이어 매운맛이 대세를 이루는 오늘날의 음식문화는 건강 보다 맛을 추구하는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원조라는 간판으로 손님을 유혹하는 식당은 많지만 원조의 맛이란 식당의 높은 매출일 뿐 유명하면 원조 식당이고 단짠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불편을 감수하며 원조 식당을 찾는다.

햄버거는 원래 몽고의 다진 고기가 원조였고 짜장면은 중국 음식이 한국인의 입 맛에 맞게 발전한 것이며 한국인의 제2의 식량이라 불리는 라면은 일본에서 탄생한 음식이 아니라 중국이 원조이다.

서양의 프랑스 요리도 왕실에서 탄생한 궁중 요리였지만 이탈리아의 맛이 융합돼서 대중화된 요리이다.

미국에서 건너온 햄버거와 피자는 미국 서민들의 입맛에 익숙한 미국 대중 음식이라 할 수 있고 한국에서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음식과 미국 현지의 맛이 차이라면 사이즈와 단짠의 농도만 다를 뿐 거의 유사한 맛이다.

피자는 이탈리아가 원조지만 한국인에게는 미국 피자가 친숙하고 스파게티 역시 이탈리아 스타일 보다 미트볼 토마토 스파게티가 한국인에게 익숙한 맛이다.


족보를 따지자면

햄버거의 시초는 고기를 갈아 빵과 함께 먹은 이집트의 고대 식문화와 칭기즈 칸이 전쟁 중에 간편하게 먹기 위한 전쟁 식량에서 시작됐다는 유래를 시초로 칭기즈 칸이 러시아를 점령한 후 몽골의 고기를 갈아먹는 문화가 러시아로 전해졌고 러시아의 타르타르 스테이크(Tartare Steak)가 17세기 독일의 항구도시 함부르크로 전해진 음식이 함부르크 스테이크(Hamburg Steak)가 되어 독일 선원들을 통해 뉴욕으로 전해지고 독일 이민자들에 의해 1826년 뉴욕 레스토랑에서 햄버거 스테이크(Hamburger Steak)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음식이 대중화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프랑스요리가 발달했던 시기는 16세기 중반이었고 프랑스 요리가 발전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1553년 카트린느 디 메디시스와 오를레앙 공작의 결혼을 말할 수 있다.

이탈리아 귀족 출신의 카트린느 드 메디시스라는 유럽 최고 금융가의 딸이 당시 오를레앙 공작(앙리 2세)과 정략결혼을 하고 왕비가 되면서 이탈리아에서 많은 요리사와 시종을 들여오게 되었고 프랑스 왕실의 전통요리에 이탈리아 스타일의 음식이 융합된 음식문화가 번성하였으며 그에 연관된 요리가 발전했다.

그 후 왕실에서 요리학교를 세우고 최고의 요리사에게 파란 리본을 하사했는데 파란 리본은 공을 많이 세운 최고의 기사에게 내리던 훈장과 동일한 명예를 상징했다.

18세기 식당문화가 없던 프랑스에는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시민들이 식사할 곳이 필요해서 식당이 생기기 시작했고 수십여 개의 레스토랑이 생겨났으며 쇠퇴한 권력의 밑에서 일하던 왕실 요리사가 은퇴 후 식당을 열게 되면서 레스토랑이 늘어나고 점차 대중화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프랑스 요리는 프랑스만의 전통음식이 아니라 유럽 여러 지역의 요리가 융합되고 발전한 음식으로 상위계층의 탐식 문화에서 미식문화로 변화하며 전파된 요리의 음식문화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에서 탄생한 음식으로 잘못 알고 있는 라면은 메이지유신 직후 1870년 요코하마와 일본의 개항장에 중국인이 처음으로 노점에서 만들어 판 것이 시초였으며 '라멘'이 아닌 '지나 소바' '남경 소바'라고 불렸다.

일본에서 라멘만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이 생기기 전 라멘을 파는 곳은 중화요리 식당뿐이었지만 라면은 일본에서 대다수가 즐겨 먹으면서 대중화되고 발전한 음식이다.

그리고 짜장면은 인천에서 화교들에 의해 보급된 음식이 한국식으로 변모한 역사는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국수의 시초는 2,500년 전 중국에서 시작되었고 종류를 일일이 헤아리자면 1,2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밀 농사가 번창했던 2,000년 전 중원에서 수나라, 당나라를 거쳐 송나라에 이르러 국수 문화가 형성되었고 한국과 일본으로 전파되었으며 이슬람을 거쳐 유럽으로 건너갔다고 하지만 마르코폴로가 중국에서 직접 베네치아로 가지고 간 건면이 유럽 최초의 파스타란 설도 있다.

그러나 마르코폴로가 등장하기 아주 오래전부터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를 먹었다는 기록이 많고 마르코폴로가 들여왔다는 실증자료는 거의 없다.

동양에 국수가 있다면 서양에는 파스타가 있는데 이탈리아의 파스타는 종류가 300가지가 넘고 파스타는 기원전 1세기부터 넓적하게 자른 라자냐를 먹었다는 기록을 시초로 고대 로마 시대부터 즐겨 먹은 음식으로 전례 되었다.

건 파스타가 최초로 만들어진 시기는 9~12세기 시칠리아로 전해지는데 시칠리아는 햇볕이 강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 파스타를 건조하기에 적합한 환경이었다.

그 후 스파게티로 연상되는 토마토소스 스파게티가 발달하고 대중화된 시기는 18세기 이후이다.

흔히 긴 면의 페투칠레(Fettucelle)와 칼국수 모양의 페투치니(Fettuccinie)라 불리는 탈리아텔레(Taglilatelle)가 한국인에게 익숙하고 꽈배기 모양의 푸칠리(Fusili)는 소스를 잘 흡수하는 특징이 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쇼트 타입의 속을 채워 만두처럼 만드는 라비올리(Ravioli), 수제비 모양의 뇨끼(Gnocchi), 링귀네(Linguine)라는 리본 모양으로 만든 파스타를 즐겨 먹는다.

스파게티 메뉴 또한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지만 대중적인 메뉴로 나눠보면 볼로냐 지방에서 유래한 토마토 베이스를 이용한 볼로네제(Bolognese)가 대중적이며 흔히 미트 소스 스파게티라 불리는 소고기 토마토 스파게티를 말하고 라구 소스(Ragu souce) 스파게티라고도 불린다.

올리브오일과 마늘만으로 요리하는 알리오 올리오(Aglio e Olio), 알프레도라는 이탈리아 요리사가 만든 미국식 크림 파스타 알프레도(Alffredo), 아마트리치아나(Amatrciana)는 치즈로 만드는 파스타이고 페페론치노(peperoncino) 고추 또는 맵지 않은 페페로네(peperone) 고추가 들어간 아라비아타(Arrabbiata)가 미국에서 즐겨 먹는 파스타이며 한국인도 좋아하는 메뉴이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스파게티는 대부분 미국 스타일이고 이탈리아에서 먹는 맛보다 친숙하다.

피자도 이탈리아의 음식이지만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먹는 피자와는 독특한 맛의 차이가 있다.

한국인이 흔히 먹는 피자와 스파게티는 이탈리아 본고장의 맛이 아닌 미국 스타일의 대중적인 맛이다.

요즘 젊은 층뿐 아니라 대중적인 음식의 공통된 맛은 단 맛과 짠맛이 섞인 일명 단짠이 사람들의 입맛을 중독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고 세계인의 입맛도 단짠에 길들여지고 있는 현상은 미국 거대 다국적 식품 회사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세기 산업화 시대에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식료품은 종류는 다양하지 않았고 유통 기간이 오래 필요하기 때문에 소금과 방부제가 많이 첨가되었다.

거기에 짠맛을 감소하기 위해 첨가된 제품이 설탕이며 장기간 보관과 유통을 위해 수소를 첨가하고 불포화 액체 지방을 고체로 만든 지방이 심혈관 질환의 주범인 트랜스 지방이다.

그런데 짠맛과 단맛, 지방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매혹시켰고 그 강한 맛은 미국 사람들에 이어 세계인을 중독시키기 시작했다.

20세기에 이르러 사람들의 생활 수준의 향상은 더 좋은 맛을 추구하게 되었고 다국적 기업의 과학적 연구와 함께 세계인의 입맛을 저격하는 첨단의 맛의 향연은 계속되었으며 점차 단짠이 기본이 되는 가공식품이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단짠과 지방에 중독된 사람들은 비만에 이어 혈관이 막히기 시작했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성인병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으며 선진국병이라 불리는 혈관성 질환의 환자들이 감당해야 할 의료비는 개인은 물론 국가의 재정에 장애로 등장했다.

뒤늦게 미국은 대형 회사들을 대상으로 프렌치프라이에 쓰이는 돼지기름인 라드(lard)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했고 청량음료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학교에서 자판기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단짠에 길들여진 미국 국민들은 여전히 정크푸드(junk food)에 탄산음료를 생수 보다 더 많이 마시고 있으며 치킨, 피자, 햄버거는 여전히 미국의 주식이다.

아직도 미국은 5,000만 명이 넘는 국민의 1/5이 의료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엄청나게 증가하는 당뇨병 환자들은 저렴한 가격의 인슐린을 사기 위해 북쪽으로 국경을 넘어 캐나다에서 인슐린을 구매하고 남쪽으로는 정기적으로 멕시코에서 인슐린을 구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당뇨 환자 천만 명이라는 국민 당뇨병 시대에 돌입했고 의사들의 의견에 따르면 공식적이지 않은 환자 수를 감안하면 한국 당뇨병 환자의 수는 2,0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혈관을 탁하게 만드는 주범은 국민 메뉴인 삼겹살과 소주, 치킨에 맥주인 일명 치맥이 가장 큰 주범이다.

운동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 사무직에 근무하는 샐러리맨들은 기름이 뚝뚝 흐르는 삼겹살에 소주로 하루의 피로를 풀고 노동량이 많은 생산직 사원들도 삼겹살에 소주로 소모된 칼로리를 보충한다.

비교적 가볍게 먹는 점심 식사의 메뉴도 다량의 나트륨과 당분이 함유되지만 저녁에는 포만감을 주는 음식으로 고된 일과를 보상받는 습관이 한국인의 낙이 되었다.


한국의 전통음식은 나물 무침과 생선 자반. 김치가 반찬이고 된장국과 찌개가 일반적인 가정식이다.

고기를 먹는 날은 명절과 제사, 생일 외에는 드물었고 나트륨이 많이 첨가된 식단이 단점이지만 당분은 탄수화물에 포함된 당 성분 외에 식사로 섭취하는 단 음식은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전통 고기 요리는 삶은 수육과 조선간장과 마늘이 들어간 너비아니와 제사상에 오르는 산적과 다진 고기로 전을 부치거나 얇게 저민 고기로 만든 육전과, 국물을 함께 먹기 위한 탕 종류가 다양하지만 서민들이 고기를 먹는 것은 가뭄에 콩 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요즘처럼 설탕이 들어간 불고기와 갈비 요리는 70년대 설탕이 대량으로 보급된 시기에 함께 발전했다.

달달한 맛의 불고기와 양념 갈비가 외식 메뉴로 등장하면서 가정에서도 설탕이 필수 양념이 되었고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고기 요리는 제사상에 오르는 산적과 고기전밖에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가족이 모두 외식을 하면 어르신과 중년의 엄마, 아빠는 너무 단 맛의 불고기와 갈비는 싫어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익숙해진 입맛 때문에 그 차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어릴 적부터 제사를 지내고 전통 한식을 자주 먹던 엄마, 아빠들은 디저트로는 단 맛을 즐기면서도 상위에 오르는 단 음식을 싫어할 뿐이다.

시대가 변하면 식생활도 변하고 좋아하는 음식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사람의 입맛은 동일할 수 없기 때문에 입맛에 맞는 음식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알게 모르게 길들여진 단짠의 음식들이 우리와 자녀들의 건강에 독이 된다면 이제는 맛과 건강을 함께 도모하는 좋은 음식으로 식단을 바꿔야 될 시기라 사료된다.

언제부터인가 국경이 없는 음식들이 한국의 밥상을 점령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맥도날드에서 빅맥을 드시는 어르신들을 매일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핵가족이란 단어조차 낯선 옛말이 되었고 한 가정, 한 자녀에 이어 나 홀로 가정이 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바쁜 일상에서 장을 보고 손수 음식을 장만하는 가정이 감소하는 현상은 어쩔 수 없지만 커피를 달고 사는 현대인들은 물 보다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고 지갑이 얇은 직장인들은 공장에서 제조한 저렴한 편의점 음식으로 한 끼를 때운다.

엄마, 아빠가 모두 출근하기 때문에 우리들의 자녀도 엄마가 정성껏 차린 밥상을 받기는 어렵고 고된 업무에 시달린 엄마, 아빠는 퇴근 후 습관이 된 단축 번호를 눌러 저녁을 주문한다.

획일화된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일상이지만 점점 우리의 건강을 잠식하는 식사가 늘어나면 체내에 축적된 유해한 성분들은 병을 만든다.

월요일에는 동네 작은 병원도 한참을 기다려야 하고 언제나 북적대는 종합병원은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하는 현실이 오늘날 우리의 건강 상태를 증명하는 것이지만 안전 불감증에 걸린 사람들은 의사들의 말을 외면한다.

입을 만족시키는 맛의 향연을 거절하지 못하면서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으로 몸매를 만들지만 익숙해진 입맛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하고 사는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중년의 자신을 걱정하며 비싼 보험에 가입하고 대출금 갚느라 빡빡한 생활에도 치매 보험도 들어야 한다.

그러나 보험이 건강을 지킬 수 없고 의사가 병을 고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운동은 저축이 없다.

시한부 판정을 받고 산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TV로 보면 자연이 제공하는 치유의 능력에 감탄하면서도 우리는 매일 독약을 먹고 사는 것이다.

몇 년 전 프랑스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말썽이 많은 문제 아동들을 교육하는 학교에서 유기농 음식으로 식사를 제공했는데 불과 한 달이 경과하자 아동들의 심리가 안정되고 순화됐다는 공식적인 발표를 했다.

20세기 말 한국의 전통식단을 최고의 건강식이라 극찬하던 서양 학자들의 연구도 이제는 무용지물이 되었고 발효 과학과 조상들의 지혜로 전래되던 음식들도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바쁘고 획일화된 우리의 생활이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환경이라면 음식만이라도 절제의 미덕을 갖춘 현대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건강한 식생활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익숙한 것은 위험한 것이고 길들여진 입맛은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다.


음식은 생명이고 요리는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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