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메아리 25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ul Oct 26. 2022

부야베스가 먹고 싶은 가을

부야베스

세계 요리의 양대 산맥을 말하자면 동양의 중국 요리와 서양의 프랑스 요리로 나눌 수 있다.
다리가 네개의 식재료는 테이블을 빼고 다먹고 날개 달린 것은 비행기 빼고  다먹는다는 말이 있듯 중국 요리는 종류를 가리자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하게 많다

프랑스 요리를 연상하면 최고급 요리만을 생각하게 되지만 프랑스 요리는 레시피가 적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음식을 강조하는 요리가 대부분이다.

식사 시간이 정찬일 경우 두 시간 이상이 소요되고 꼭 디저트가 빠지지 않기 때문에 프랑스의 식습관을 화려하게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들도 우리처럼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고 바쁜 시간에는 샌드위치와 커피로 식사를 때우는 경우도 많다.

출장을 갈 때마다 느끼는 상황이지만 외국에서 비싸지 않은 음식이 한국에서는 고가로 둔갑하는 메뉴가 무척이나 많다.

식자재를 수입하는 것도 아니고 고가의 고급 재료를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비싼 가격을 받는 레스토랑을 가게 되면 계산을 할 때 기분이 상할 때도 있지만 손님과 동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무리 분위기 좋은 자릿값을 감안하더라도 파스타나 피자, 샐러드를 비싼 가격에 먹고 나면 왠지 손해 본 것 같은 기분은 들기 마련이고 외국의 대중적인 음식을 비싸게 먹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흔히 서양 요리하면 버터를 듬뿍 바르고 구워 먹는 고기 요리가 생각난다. 

그러나 느끼하지 않은 생선 요리도 많고 한국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국물 요리도 이외로 많다.

특히 미식의 나라 프랑스와 유럽에서는 해산물 요리가 무척 다양하고 우리나라처럼 소금에 염장을 하고 장기간 먹을 수 있는 저장 음식이나 소금에 절여 건조한 대구포를 찜처럼 요리를 해서 먹기도 하며 북유럽에서는 대형 대구의 어획량이 많다.

유럽 사람들은 훈제 생선도 좋아하며 영국인들의 대중 음식인 피시 앤 칩스(fish and chips)는 손질한 대구살을 튀긴 생선 튀김으로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음식이다.

최근 지중해식 생선 요리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지중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장수를 하고 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 환자가 없다는 학계의 발표로 유명해진 까닭이며 비교적 간단히 조리를 하는 지중해 식 생선 요리는 생선과 양파, 마늘, 토마토와 그밖에 취향에 따르는 채소를 넣고 소금, 후추로만 간을 하고 올리브오일로 볶아내면 끝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생선 요리가 고급 요리로 불리는데 아마도 육식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이 즐겨 먹지 않기 때문이고 고급 생선은 육고기에 비해 가격이 비싼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피시 앤 칩스는 델리 푸드로 슈퍼에서 파는 흔한 음식이지만 치킨이나 고기 요리와 비교하면 그다지 인기 있는 음식은 아닌 걸 보면 육식에 길들여진 식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비만과 혈압, 당뇨와 같은 성인병이 국가적인 현안 문제가 된 나라이고 젊어서부터 건강관리에 무척이나 신경을 쓰는 인구가 대다수인 까닭에 젊은 층에서는 금기 식품도 많고 운동은 오래전에 이미 생활 문화로 자리 잡은 나라이다.

특히 육류가 주식인 식습관으로 인해 혈관에 기름이 끼는 것을 두려워하는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운동과 건강 관리는 일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건강을 유난히 신경 쓰는 인구가 많아서인지 베지테리언(vegetarian)도 늘고 있지만 혈관 건강을 위해 해산물 요리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런 이유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부야베스(boulliabaisse)를 스테이크처럼 메인 요리(main food)로 파는 식당이 많다.

부야베스는 프랑스 전통 음식으로 마르세유 지방에서 시작된 해산물 스튜(stew)이다.

원래는 어부들이 상품 가치가 없는 생선들을 많은 양을 함께 끓여 먹었던 생선 수프에서 유래된 서민 음식이었지만 오늘날에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해산물 스튜로 불리게 되었으며 중국의 샥스핀 수프, 태국의 똠얌꿍과 함께 세계 3대 해산물 수프로 꼽히는 요리가 되었다.

지역마다 조리법은 차이가 있고 마르세유에서는 생선 재료에 중점을 두지만 파리 식 부야베스는 랍스터, 킹크랩을 주재료로 하는 메뉴로 변신을 한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점차 고급 생선을 넣고 부야베스를 만들었고 상류층의 입맛에 맞는 부야베스를 레스토랑에서 먹게 되었으며 그런 이유로 서민 음식인 부야베스가 고급 요리로 변모한 것이다.

지금도 파리에서는 게와 랍스터를 넣고 조리를 하는 부야베스를 쉽게 먹을 수 있는데 국물 맛이 마르세유 식 부야베스와 차이가 난다.

오늘은 미국에서도 점차 애호가가 늘고 있는 부야베스(boulliabsse)를 만들어 보자.

우선 큼지막한 도미나 대구를 준비하고 생선회를 뜨듯 뼈를 분리한다.

아가미를 제거한 머리와 뼈에 물을 붓고 한국 생선 육수 끓이듯 통후추, 소금 약간, 마늘, 양파, 대파 흰 부분, 월계수 잎 약간, 다시마, 무우를 넣고 40분~1시간 정도 육수를 끓여 낸다.

원래 서양 생선 육수에 다시마와 무우는 들어가지 않지만 비린내를 잡고 국물 맛이 상승하는 역할을 한다.

뜨거운 물에 데우친 토마토 2개를 껍질을 벗기고 잘게 다진다.

올리브오일을 두른 팬에 다진 토마토를 붓고 마늘, 후추를 넣고 볶다가 토마토 페이스트를 함께 볶은 뒤 생선 육수를 붓고 잘 저어준다.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이고 먹기 좋게 자른 양파, 감자, 당근을 넣는다.

다진 파슬리, 월계수 잎, 바질 약간, 샐러리 약간을 첨가하고 눌어붙지 않게 계속 저어야 한다.

샤프란을 약간 첨가하면 좋지만 워낙 고가인 식재료라 없으면 생략하고 레몬그라스를 약간 넣고 비린내 제거를 위해 화이트 와인을 두 큰 술만 넣는데 와인을 많이 넣으면 수프 맛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두 큰 술 이상은 첨가하지 말아야 하며 꼭 화이트 와인을 써야지 레드 와인을 쓰면 맛이 달라질 수 있다.

적당히 끓으면 약불로 줄이고 홍합이나 조개, 새우를 넣고 수프가 익기 전 알맞은 사이즈로 생선 살을 자르고 올리브오일을 충분히 두른 후 생선 살을 코팅 시키듯 살짝만 익힌다.

올리브오일은 고르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지만 스페인 산 파르키오니(farchioni extra virgin) 올리브오일을 추천한다.

맛과 향이 월등히 다르고 가격도 비싸지 않은 오일이며 쇼핑몰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끓는 육수에 살짝 익힌 생선을 넣고 재료가 물러지지 않게 거의 다 익으면 양송이버섯으로 마무리를 하면 완성이다.

마르세유의 전통 부야베스는 여러 가지 생선을 대용량으로 끓여 진한 육수를 우려내는 것이 기본이지만 집에서 요리를 하기에는 많은 양의 생선은 부담이 되므로 조개류와 새우, 살 집이 많은 고급 생선 한 마리를 쓰면 좋다.

그리고 주의해야 할 것은 생선 비린내를 잡기 위해 버터를 쓰면 생선 특유의 깔끔하고 단백한 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버터는 넣지 않는다.

부야베스는 진한 생선 육수 때문에 먹는 요리이므로 5인분 이상은 끓여야 제맛이 난다.

주말, 가족과 친지가 모여 즐기기 좋은 음식이며 바게트 빵이 어울리지만 이외로 갓 지은 쌀밥에도 어울린다고 추천하고 싶다.

화이트 와인을 권하는데 꼭 생선 요리에 마시는 와인이래서가 아니라 입맛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생선 맛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평소 선호하는 레드 와인도 좋지만 부야베스에는 화이트 와인을 추천한다.

화이트 와인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편의점에 있는 청하도 잘 어울린다.

건강을 위해 생선을 자주 먹는 게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리운 사람이 유난히 많은 계절이 가을이 아닐까 한다.

따스함이 좋은 이 계절에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초대해서 부야베스를 나누며 정겨운 얘기를 주고받는다면 이제 곧 떠날 가을에 어울리는 한 폭의 추억을 새롭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이전 24화 동양에 국수 서양에 스파게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