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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메아리 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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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Sep 18. 2021

생선회, 매운탕 그리고 소주

제철 생선

회식을 할 때 메뉴가 삼겹살이나 돼지갈비이면 직원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지만 메뉴가 소고기나 생선회일 때는 회식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평상시 외식을 할 때 고기를 먹는 자리가 많지만 중요한 만남굽고 불판을 갈면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고깃집보다 조용히 대화를 하며 정갈하게 먹을 수 있는  생선회가 어울린다.

일본은 사시미가 유명하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Sashimi’ ‘Sushi’라는 메뉴가 국제적 인지도를 형성했으며 생선회는 일본의 국민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인의 생선회에 대한 애착은 일본을 능가한다.

생선은 요리하기에 따라 같은 어종이어도 맛은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요리이고 생선 요리는 종류도 많지만 생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생선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생선회가 단연 최고이다.

대부분 한국 사람들은 활어회를 선호하고 일본 사람들은 선어회를 즐기는데 갓 잡은 생선의 내장과 피를 제거하고 저온 숙성시킨 횟감이 선어이며 선어가 인기 있는 이유는 숙성과정에서 이노신산(inosinic acid)이라는 성분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노신산은 생선뿐 아니라 숙성된 고기에도 다량 함유되어 있는 성분으로 음식 맛을 강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 조미료의 원료로 사용되는 물질이고 숙성 과정에서 이노신산의 함유량이 높아지면 생선살의 고소한 맛이 상승하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선어회를 즐긴다고 하며 활어보다는 대량 소비되는 식자재여서 유통이 용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선어회를 사용하는 식당이 많고 일식집과 뷔페식당은 대부분 선어회를 사용한다.

회를 가끔 먹는 사람들은 맛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지만 회를 좋아하고 자주 먹는 사람들은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생선회가 다르다.

생선회의 맛은 어종에 따른 독특한 맛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고급 어종일수록 맛이 좋고 가격도 비싸다.

생선회로 쓰이는 활어는 수족관에서 살아있기 때문에 신선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살아 있는 생선이어도 수족관에서 보관기간이 오래되면 생선이 스트레스를 받아 맛과 육질이 떨어지고 같은 활어라 하더라도 자연산과 양식의 맛의 차이는 회를 처음 먹는 사람도 느낄 수 있다.

모든 음식이 그렇듯이 생선의 맛도 제철 생선이 제일 맛이 좋다.

그러나 생선은 봄철 산란기에 영양성분이 생선살 보다 알에 다량으로 함유되 때문에 회로 먹기에는 다른 계절에 비해 맛이 떨어지지만 산란기 알이 꽉 찬 생선은 요리를 하면 생선살에서 지방이 나오기 때문에 맛이 좋아진다,

대체적으로 봄에는 횟감이 맛이 없는 계절이라 해도  볼락과 숭어, 간제미. 도다리를 회로 먹으면 좋고 여름에는 농어가 제철이며 8월에는 민어가 맛이 오를 때이고 가격도 최고로 비싸다.

붕장어, 갯장어, 노래미도 여름에 회로 먹으면 맛이 좋은 여름 생선이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어는 가을이 제철이고 돌돔이 가장 맛있을 때이며 돌돔의 육질은 회로 먹을 때 씹을수록 고소한 감칠맛이 최고이다.

고등어, 갈치, 삼치도 가을이 맛이 오를 때이며 예전에는 고등어 회는 해안가 근처에서만 맛볼 수 있었지만 요즘에 고등어는 활어로 유통이 가능해 수도권에서도 맛볼 수 있다.

겨울이 오기 시작해 수온이 내려가면 맛있는 생선이 무척 많다.

11월에는 방어가 제철이라 많이 잡이는 때이며 맛도 제일 좋고 겨울의 생선으로 불리는 참돔이 가장 맛이 좋을 때이다.

감성돔과 홍어, 청어도 겨울이 제철이고 광어는 2월이 가장 맛있을 때이다.

그리고 겨울에 과메기가 인기 있는데 원래 과메기는 청어를 말려서 만들었지만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한국 청어의 맛에 반해 청어의 씨를 말리다시피 수탈해간 이후 어족이 고갈된 이유로 꽁치 과메기가 등장한 것이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금방 낚아 올린 살아있는 생선을 회로 먹는 맛은 말로 표현하기 부족할 정도의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살코기의 신경이 살아 있어 살점이 톡톡 튀거나 부르르 떨리는 생선 살을 볼 수 있고 살아있는 자연의 맛을 그대로 맛보고 나면 식당에서 먹는 생선회가 맛이 없어진다.

어부들만 누리는 혜택이기도 하며 그 맛 때문에 낚시가 좋다는 사람들도 많다.

실과 바늘처럼 회를 먹고 난 다음 매운탕이 빠질 수 없다.

생선살을 회로 다 먹고 뼈만 넣고 끓여도 국물 맛은 언제나 좋은 게 매운탕이다. 생선 요리는 무엇보다 생선이 싱싱해야 제 맛이 나기 때문에 회와 함께 먹는 매운탕이 맛이 있는 이유이다.

생선회와 같이 먹는 탕으로는 맑은 탕(지리)이나 매운탕이 어울리는데 맑은 탕은 대부분 고급어종으로 비린내가 적은 큰 생선뼈를 사골 우려내듯 푹 끓여야 국물 맛이 깊어지므로 가정에서 적은 양의 재료를 사용하면 제대로 된 맛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운탕 역시 육수 맛이 탕 맛을 좌우하기 때문에 생선뼈가 많이 들어가야 깊은 맛이 나지만 매운탕 재료가 적을 때는 우선 멸치와 다시마, 마늘, 대파, 무를 넣고 육수를 낸 후 매운탕을 끓이면 횟집 매운탕을 능가하는 훌륭한 맛을 낼 수 있다.

육수가 준비되면 생선살을 넣고 고추장을 푼다.

다진 마늘, 양파, 후추, 생강을 넣는다. 생강은 향이 강해 아주 조금만 넣는데 생선이 싱싱할 때는 생략해도 괜찮고 매운탕을 끓일 때 다시마가 빠지면 안 된다. 생선살이 물러지기 전에 미나리, 쑥갓, 버섯 등 준비한 채소와 고추 가루를 넣는다.

대파는 크게 썰어 나중에 넣어야 파의 향이 좋다. 취향에 따라 두부를 썰어 넣기도 하지만 민물 생선이 아닌 경우 수제비 반죽이나 국수는 넣지 말아야 생선 국물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다. 

보통 매운탕을 끓일 때 고추장과 고추 가루를 넣고 얼큰하게 끓이는 게 기본이지만 지역에 따라 된장을 고추장과 함께 넣기도 한다.

된장을 넣으면 비린내를 잡아 주기 때문에 비린 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지만 국물이 찌게처럼 텁텁해질 수 있으므로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 맛이 좋다면 취향에 따라 된장은 안 넣어도 된다.

모든 음식이 뜨거워야 맛이 있듯이 매운탕은 완성되면 바로 먹는 게 좋다.


외국에도 생선이 들어간 수프를 즐겨 먹는다.

유럽과 중국, 동남아에서도 여러 가지 해물 수프가 있지만 세계 3대 해물 수프로 꼽는 대표적인 메뉴는 중국의 샥스핀 수프와 태국의 똠양꿍, 프랑스의 부야베스(boulliabaisse)가 유명하다.

상어 지느러미로 만든 샥스핀 수프는 요리사에 따라 만드는 방법과 맛이 다르고 샥스핀 자체의 맛이 없기 때문에 고기 육수와 고급 향신료로 맛을 내고 고급 약재를 함께 넣는다.

보통 샥스핀은 불도장에 함께 들어가는 고급 재료로 육류 콜라겐은 고분자 구조여서 음식으로 먹으면 흡수가 잘 되지 않는 반면 샥스핀에 함유된 콜라겐은 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시대가 바뀌어도 인기가 좋은 보양요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맑은 고기 육수에 게살과 전분 가루를 풀어 걸쭉하게 만드는 게살 샥스핀 수프가 한국식 샥스핀 수프라 말할 수 있다.

태국 식당은 한국에서도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쌀국수와 태국식  볶음밥이 유명하지만 매운맛의 똠양꿍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해물 요리로 태국 양념에 새우와 레몬그라스, 레몬, 고수 등의 채소를 넣고 끓이는 새콤하고 매운맛이 특징이다.

서양의 해물 수프 부야베스(boulliabaisse)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산물 요리로 흔히 고급 요리로 알고 있지만 프랑스 마르세유의 서민음식에서 출발한 대중 요리이다.

생선살과 해산물에 올리브 오일, 감자, 토마토, 마늘, 양파, 향신료가 들어간 해물 스튜(stew)이다. 셀러리와 월계수 잎이 들어가 비린내가 없고 이외로 처음 먹는 한국인도 어색하지 않고 친근한 국물 맛이 유명세만큼이나 맛이 좋은 해산물 요리이며 한 번 맛을 본 사람이라면 다시 찾게 되는 해산물 수프이다.

조금 관심을 기울이면 유명한 외국 생선요리는 한국에서도 맛볼 수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한국 사람에게는 양념하지 않은 살아있는 생선 맛을 그대로 먹는 생선회, 찬바람이 불면 더욱 생각나는 얼큰한 매운탕보다 더 좋은 생선 메뉴는 없다.

요즘은 주문할 수 있는 생선회도 있지만 조금 시간을 내서 마트나 시장에서 직접 싱싱한 회를 고르고 영업제한 걱정 없이 가족과 함께 집에서 생선회와 매운탕, 생선구이까지 곁들여 함께 즐겨 본다면 최고의 메뉴와 함께 하는 특별한 주말이 아닐까 싶다. 추석 전 가족이 모인 전야 파티 메뉴로도 훌륭하고 기름기 많은 명절 음식을 먹은 후 느끼함을 달래기 위한 명절 뒤풀이 음식으로도 더 이상 좋은 메뉴는 없을 것이다.

물론 생선회와 매운탕에는 설명이 필요 없이 소주가 최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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